▲ 가수 윤도현은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겨라"는 MBC 고위 관계자의 요구를 받고 "차라리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수 윤도현이 MBC라디오 <두시의 데이트 윤도현입니다>를 그만두겠다고 밝히며, 일방적으로 진행자를 교체하며 제작 자율성을 무시한 MBC 고위 관계자의 월권행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MBC는 개그맨 주병진의 컴백을 위해 윤도현에게 라디오 DJ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도현의 소속사인 다음 기획은 27일 공식 입장을 통해 "저희는 얼마 전 <두시의 데이트>의 새 진행자로 내정된 분이 있으니, 다른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옮겨 DJ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현재 자의로 DJ자리에서 물러나는 분도 없고, 공석도 없는 상태에서 윤도현이 다른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자리를 옮길 경우, 또 누군가는 자리를 옮기거나 끝내 그만두어야 하는 연쇄반응이 이어지게 됩니다. 그야말로 ‘爲人設官(위인설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상황이 바로 지금인 것 같습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것은 제작진과 청취자가 바라는 바람직한 개편 방안이 아니기에 저희는 라디오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도저히 이 제안을 수락할 수가 없습니다"며 다른 프로그램을 맞지 않고 DJ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도현은 2000년 11월부터 2003년 4월까지 <두시의 데이트>를 진행해왔고, 2010년 10월 다시 복귀해 1년여 간 방송을 진행해왔다.

윤도현 측은 "일반적으로 모든 프로그램들이 개편을 할 때에는 통상적인 방송 편성에 대한 관행이 있고, 구성에 관한 방침이 있지만 이번의 경우 그렇게 진행되지 못했다"며 "일선 제작 PD들의 의견이 무시되고, 제작자율권이 위축됐다. 항의의 의미를 담아 이 글을 올린다"고 진행자 교체를 일방적으로 결정한 MBC 고위 관계자를 비판했다.

▲ 윤도현의 후임 DJ는 14년 만에 방송에 컴백하는 주병진으로 결정됐다. 이에 한 방송관계자는 "지금 MBC의 행태는 종편과의 섭외 전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조바심이 빚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 연합뉴스
윤도현 측은 "이번 일이 흔히 말하는 정치적인 고려가 결부된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지만 방송국 고위관계자들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진행됐다는 여러 상황들을 확인했다"며 "이번 사태로 인해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받았고, 더 이상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평상심을 유지하며 방송을 꾸려 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 이번주 방송을 끝으로 하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MBC 라디오국은 10월 개편에 맞춰 개그맨 주병진을 섭외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 왔다. 윤도현 측이 입장을 밝히기 전 한 MBC 라디오국 고위 관계자는 "주병진씨에게 DJ 자리를 제안한 것은 맞지만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도현 측이 하차 의사를 밝힌 후 MBC 라디오국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 윤도현의 후임 DJ로 주병진이 확정됐다"고 확인했다.

이에 한 방송 관계자들은 "MBC가 14년 만에 방송 컴백하는 주병진을 잡기 위해 무리한 수를 두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DJ로 MBC 라디오 국에도 공로가 많은 윤도현을 일방적으로 내치는 지금의 행태는 라디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종편과의 주병진 섭외 전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조바심이 빚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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