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V 정파 후 3년여간의 길거리 투쟁 끝에 탄생한 OBS경인TV(대표이사 김종오)가 개국 4년여만에 대규모 이직 행렬로 몸살을 앓고 있다.

▲ 경기도 부천시 OBS 사옥의 모습ⓒOBS

종편으로의 이직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단연 '보도국'이다. 26일 현재까지, OBS 보도국에서 종편으로 이직한 기자는 16명 정도로 꼽히고 있다.

지난달 17일자 OBS노보에 따르면, 종편행을 선택한 OBS 기자는 간부를 포함해 모두 13명이었다. 보도국의 25%에 해당하는 기자들이 종편으로 이직한 셈이다. 이후에도 보도국 사회팀장이 조선 종편의 특별취재팀으로 옮기는 등 3~4명의 기자들이 종편으로 이직했다. 구체적으로 동아 종편 7명, 중앙 종편 4명, 조선 종편 3명, 연합뉴스TV 2명 등으로 계산된다.

특히, 조선일보 종편이 개국 초기 특종 보도를 위해 구성한 '특별취재팀'의 절반이 OBS의 전신인 iTV 또는 OBS 기자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OBS 관계자는 "나름대로 취재력을 인정받아온 기자들이 조선 종편 특별취재팀으로 스카웃됐다. 특별취재팀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해들었다"며 "조선 종편으로 가는 것에 대해 (후배로서) 속상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인력 유출로 인해 OBS 보도국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17일자 OBS노보는 "보도의 꽃인 단독과 특종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라며 "국회는 반장과 야당 1진이 빠져 여야 말진 2명이 모든 정당을 도맡고 있다. 경제부도 단 2명의 기자가 10개 출입처를 담당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한 바 있다.

기자 외에 PD 5~6명도 OBS를 떠났다. 공채 1기 출신으로 OBS에 잔류하던 3명의 PD가 동반퇴사했으며, 최근에도 한 명의 PD가 조선 종편으로 이직했다.

이와 관련, 김력균 OBS PD협회장은 8월 8일 OBS노조가 진행한 긴급좌담에서 "문제는 실제 (프로그램) 기획과 제작에 필수적인 중견사원들이 대거 퇴사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희나리 1기(공채 1기) 3명의 동반 퇴사는 치명적"이라며 "중간 허리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제작국 소속의 카메라맨도 중앙 종편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엔지니어 출신인 조봉기 언론노조 OBS희망조합 지부장은 "기술직에서도 사내에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혔던 엔지니어 한 명이 중앙 종편으로 옮겼다"며 "이직한 이들 대부분이 중견급"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아나운서의 종편 이직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어렵사리 개국했던 OBS의 핵심 인력들이 종편으로의 이직을 선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8일 OBS노조가 진행한 긴급좌담에서는 '회사의 확고한 비전 부재', '열악한 제작여건과 근무조건' 등이 그 이유로 꼽혔다. 현재의 퇴사 행렬을 단순한 개인적 차원에서 볼 수 없음에도, 회사 쪽에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OBS노조는 노설에서 "OBS의 미래를 위해 근무 여건과 언론인으로서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상황 개선이 시급하다.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회사가 조직의 이런 심각한 병증을 제대로 인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상황이 이러한데도 경영진은 수수방관이다. 단순히 돈 때문에, 개인적인 이유로만 회사를 떠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대규모 인력 유출과 관련해, OBS 사측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김태우 OBS 정책기획팀장은 <미디어스>의 취재요청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 팀장은 "(OBS 직원들의 인력 유출에 대한) 기사가 나가면 저희로서는 좋을 게 없다"며 "저희들도 나름대로 내부에서 이런저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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