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 이어 YTN도 올 해 말 개국 예정인 종합편성채널에 영상을 판매하는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YTN은 “고민하는 단계로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구성원들은 “경쟁사인 종편에 화면을 넘기는 것은 오히려 ‘무기’를 팔아넘기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YTN이 종편에 화면 판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황은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성명을 통해 처음 드러났다. YTN노조는 지난 23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YTN이 보유하고 있는 일부 화면들을 종편에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관련 입장을 밝혔다.

▲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미디어스
YTN “문의가 와서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YTN은 26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종편 쪽에서 영상 판매에 대한 문의가 왔고, 내부적으로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YTN 홍보팀은 “아직까지 회사 입장을 정리한 게 없다”면서도 “(종편 쪽에서) 문의가 왔는데 회사 입장에서 일정 부분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종편사 별로 요청하는 게 다르고 조건도 다르다”며 “안 한다는 것은 아니고 어떤 형태로든 해야 하는데 고민하고 있는 단계다. 조만간 결정하겠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YTN노조 등 구성원들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비판 목소리도 포함해서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해 말, 방송통신위원회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를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연합뉴스를 보도전문채널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에 언론계 내부에서는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출현으로 기존 YTN과 같은 케이블 방송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또, 증권가 내부에서 조차도 “보도 채널 선정으로 인해 YTN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노조 “종편은 생존 걸고 경쟁해야 하는 적군과도 같은 상대”

이와 관련해, YTN노조는 성명에서 “종편은 YTN에게 경쟁자들이고, 그것도 생존을 걸고 경쟁해야 하는 적군과도 같은 상대들”이라며 “그들에게 17년간 YTN 사원들의 피땀이 스며있는 소중한 영상들까지 내어줘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수많은 일꾼들을 계속 빼앗기고 있는 것도 모자라, 방송에 ‘혈액’과도 같은 필수자산까지 넘길 순 없는 일”이라며 오히려 “종편을 상대하기 위해 우리만의 차별성을 더욱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당장의 돈 몇 푼 때문에, 앞으로 YTN에게 큰 위협이 될 종편의 경쟁력만 키워줄 수는 없는 일”이라며 “종편을 싸워 이겨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종편에게 ‘무기’를 팔아넘기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우려했다.

YTN노조는 YTN을 향해 “하루가 멀다 하고 사원들이 종편으로 떠나는 마당에 화면까지 팔아넘길 경우, 사원들의 허탈감과 좌절감은 곧바로 YTN 존재 자체의 위기로 이어진다”며 “이 방안을 검토 중인 실무진은 ‘얼마를 받고 팔지’를 고민하지 말고 ‘YTN의 미래와 생존’을 고민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종합편성채널 4곳이 소속된 종편협의회는 이달 초 KBS를 방문해 영상자료 협력을 위한 MOU(양해 각서) 체결을 제안했다. KBS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에서 “도대체 조중동 방송에게 뉴스 영상자료를 협력하고 경쟁력을 키워줘서 KBS가 얻을 이익이 무엇이냐”며 “만약 종편과 MOU를 체결한다면 KBS를 망치는 해사 행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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