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위원장이 자랑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최고의 인재’로 불리는 황철증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국장이 컴퓨터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윤 아무개씨로부터 ‘미국 유학 중인 자녀 학비’ 등 명목으로 수 천 만원을 받는 등 고위공무원으로서 극히 부적절한 처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발행된 시사 주간지 <시사IN>은 <방송통신위 최고 인재의 수상쩍은 ‘친교’> 기사를 통해 ‘통신시장을 한 손으로 주무르는 인물’로 통하는 황철증 방통위 통신정책국장(50)이 업자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사실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 ⓒ시사IN 화면 캡처
먼저, 황철증 통신정책국장은 방통위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간부로 꼽힌다. 서울대 법대와 행정고시(29회) 출신인 그는 MB정부에서 청와대 방송통신비서관실에 파견돼 선임행정관을 지냈고, 방통위 네트워크정책국장도 역임했다. 또, 지난 6월 이동통신 요금 1천원 인하 정책을 내놓았으며, 3년 연속 방통위 직원들이 뽑은 우수 간부에 꼽히기도 했다.

<시사IN>에 따르면, 황철증 국장은 지난 2008년 7월 후배 소개를 통해 컴퓨터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윤 아무개씨(41)를 처음 만났다. 이 후, 둘은 식사를 자주 함께하는 사이로 발전했고, 형·동생으로 부르는 사이가 됐다.

이때부터 황철증 국장의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됐다.

윤씨는 <시사IN>과 인터뷰에서 “2009년 초, 황 국장은 ‘학비가 필요하다. 돈 좀 있느냐’고 물었다. 황 국장이 ‘좀 어려운가?’라기에 ‘아닙니다. 바로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윤씨는 서울 강남두 대치동 선경아파트 앞 식당에서 황 국장의 부인 홍 아무개씨에게 노트북과 현금 870만원을 넘겼다고 한다.

윤씨는 이후에도 사촌 동생의 카드를 황 국장에게 건넸다. 황 국장은 이 카드로 1천백60여만원을 사용했다. 또, 2009년 가을에는 황 국장이 ‘아이들 학비로 5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해 윤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대기업 상무에게 빌려 황 국장에게 4천5백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이 뿐 아니다. 2010년 10월, 윤씨는 기업은행 직불카드를 만들어 황 국장에게 건넸다. 황 국장은 2011년 9월까지 이 카드로 1천2백여 만원을 사용했다.

▲ ⓒ시사IN 화면 캡처
황철증 국장은 ‘통신 시장을 한 손으로 주무르는 인물’답게,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윤씨에게 인터넷 관련 업체 주요 관계자들을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지난 2010년 12월, 황 국장은 윤씨에게 지마켓·옥션 박 아무개 사장을 소개했다. 황 국장의 도움으로 윤씨는 박 사장에게서 1억원짜리 수주를 받았다. 윤 씨는 이와 관련해 “이 일로 방통위의 파워를 실감하게 됐다. 또한 당시 황 국장이 포털 및 언테넛 업계의 실세라는 것도 알게 됐다”고 시사IN에 밝혔다.

황 국장의 힘을 확인한 윤씨는 2010년 12월 말, (주)한국정보과학연구원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윤씨는 “황 국장이 조금만 도와주면 회사를 키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판단했다. 황 국장도 적극 돕겠다고 해서 회사를 세웠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황 국장에게 돈이 더욱 자주 건너갔다고 한다.

윤씨는 지난 1월, 황 국장이 급히 돈이 필요하다고 해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지하에서 2천만원을 건넸다. 컴퓨터○○회사에서 빌린 돈이었다. 황 국장은 또, 4월에도 아들 학비가 필요하다고 했고, 이에 윤씨는 6백만원을 황 국장이 지정한 계좌에 입금했다.

이 뿐 아니다. 지난 5월에도 황 국장은 방통위 화장실에서 윤씨의 지갑에서 40만원을 가져갔다. 윤 씨는 “황 국장이 ‘지갑 좀 줘봐’라며 지갑을 자주 털어갔다. 현금이 적으면 ‘돈 좀 가지고 다녀’라고 면박을 줬다”고 시사IN에 밝혔다.

지난 6월 말, 황 국장이 돈을 계속 요구하자 윤씨는 아예 한국정보과학연구원 명의의 신용카드(우리은행BC카드)를 만들어줬다. 황 국장은 8월까지 이 카드로 약 740만원을 사용했다. 윤 씨는 또 “회사를 설립하자 황 국장은 룸살롱 접대를 원했고, 돈도 더 노골적으로 요구했다”고 말했다.

▲ ⓒ시사IN 화면 캡처
황 국장에 대한 윤씨의 지원은 경제적인 지원만이 아니었다.

지난 5월 윤씨는 홍채 중심 검출 방법으로 특허를 출원했으나, 황 국장의 자녀 두 명을 발명자로 등록했다. 미국에 있는 황 국장의 두 자녀가 특허 관련 기록이 있으면 학교를 옮길 때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윤씨도 황 국장에게 사업 부탁을 노골적으로 했다. 윤씨는 황 국장 소개로 SK텔레콤·네이버 등과 접촉했다. 지난 8월9일 황 국장은 SK텔레콤 이 아무개 전무에게 메일을 보내 윤씨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으나 이 사업은 성사되지 않았다. 네이버와도 제대로 사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때부터 윤씨와 황 국장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형님·동생 하던 두 사람의 관계도 끝났다. 윤씨는 “내 전 재산을 털어 한국정보과학연구원을 설립했고, 직원들 월급을 줬다. 그런데 황 국장은 돈만 뜯어가고 사업에 실질적 도움을 준다는 것은 말뿐이었다. 화가 났다”고 시사IN에 털어놨다.

<시사IN>이 취재에 들어가자 황 국장은 윤씨에게 받았던 돈 4천5백만원과 2천만원을 급히 갚았다. 황 국장은 “윤씨 돈인 줄 알았는데 4천5백만원은 다른 사람 돈이어서 최근 은행 빚을 내서 갚았다. 2천만원도 변제했다. 이 점을 반드시 감안해달라”고 시사인IN에 말했다. 또, 윤씨에 대해서도 “현재 경찰과 검찰에 걸려 있는 윤씨 사건이 5~6개 되는 것으로 안다. 윤씨의 경력과 수백억원대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도 모두 거짓”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윤씨는 “황 국장은 통신사들에게는 절대 권력이고, 제4 이동통신 허가의 실무책임자다. 이 방면에서 사업하는 사람치고 황철증 국장이 돈 달라고 하면 안 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황 국장이 나를 사기꾼이라며 욕하고 다니는 이유를 모르겠다. 고위 공직자가 사기꾼에게 뇌물을 받는다고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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