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도청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당대표실 불법도청진상조사위원회는 21일 "한나라당 당대표실에 대한 불법도청 의혹이 제기됐어도 이런 식의 흐지부지 수사, 흉내내기 수사로 몰아갈 수 있었겠는가"라며 경찰을 규탄하고 나섰다.

KBS 국회 출입기자가 민주당의 수신료 인상 관련 비공개 회의를 도청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 6월 말. 경찰은 KBS 장 아무개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녹취록을 제시했던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 등을 소환 조사했으나 의혹이 제기된 지 3달이 되가도록 아무런 결론도 발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지난달 16일 민주당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심증은 있으나 도청의혹의 직접적 물증을 찾기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당대표실 불법도청진상조사위원회는 21일 성명을 발표해 "경찰의 불법도청 의혹 수사 방기는 무능경찰의 직무유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국민의 이름으로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은)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에 대해 형식적으로 세 차례 정도 소환요구한 후, (한 의원이) 불출석으로 무시해도 아무런 법적 강제조치도 없이 방기하다가 정기국회가 시작되자 슬그머니 수사줄을 뽑아버렸다"며 "한나라당 당대표실에 대해 불법도청의혹이 제기되었어도 이런 식의 흐지부지 수사, 흉내내기 수사로 몰아갈 수 있었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경찰은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국민이 부여해준 수사권한을 스스로 포기하고 뒷걸음질 치는 것인가"라며 "집권당 한나라당이 무서운 것인가, 보도권력의 언론기관이 무서운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진상조사위는 "청와대가 각종 국민적 저항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아내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수사중단 압력을 넣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이러고도 수사권 독립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진상조사위는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다"고 했던 조현오 청장의 발언에 대해 "경찰이 할 일은 심증을 입증할 물증을 제대로 찿아 내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일"이라며 "결국 경찰은 결정적 물증을 찾는 것을 스스로 포기했거나, 물증을 확보하고도 이명박 정권과 언론기관에 치명타를 주게 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침묵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이명박대통령은 국민적 의혹이 집중되어 있는 불법도청 수사에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진 불법도청 의혹에 대해 국회의 수장인 박희태 의장은 국민을 대표하여 강력히 수사를 촉구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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