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단계부터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KBS 이승만 특집 다큐가 다음주에 방송된다. 하지만 방송을 1주일도 채 남겨두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확한 편성 날짜도 발표되지 않았으며 아무런 홍보나 예고도 없는 희한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 항일독립운동단체 등 총 97개 단체로 구성된 친일ㆍ독재 찬양방송 저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8월 2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이승만 미화 다큐 중단과 김인규 KBS 사장 퇴진 촉구 무기한 릴레이 단식 및 농성 선포식'을 열어 '무기한 릴레이 단식 농성' 돌입을 선포했다.ⓒ곽상아

KBS 관계자들에 따르면, KBS는 이승만 특집 다큐 3부작을 이번 달 마지막주인 26~30일 사이에 내보낼 예정이다. 당초 이승만 다큐는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춰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독립운동 단체 등이 '친일독재찬양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강하게 반발해 한 차례 방영이 무산된 바 있다. 이에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사설과 칼럼에서 "좌파 민간단체들의 엄포에 KBS가 눈치를 본 것이다" "김인규 사장이 불방에 책임져야 한다"며 이승만 특집 다큐의 즉각적인 방영을 촉구했다.

20일,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승만 다큐는 이달 마지막 주인 26일~30일 사이에 방송될 것"이라며 "주 후반에나 정확한 편성 날짜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다음주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편성 날짜도 발표되지 않았으며 아무런 홍보나 예고 프로그램도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 같은 지적과 관련해, 배재성 실장은 "홍보실은 이제 공식적으로 프로그램 홍보자료를 내자고 했으나 다큐 제작진 쪽에서 '(반대하는 이들이) 액면 그대로 믿어주겠느냐'며 (홍보자료 배포를) 꺼려하고 있다"며 "(정확한 편성날짜를 발표하기까지) 하루 이틀 정도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내부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KBS 새 노조는 20일 성명에서 "무려 6억 5000만원을 투입한 대형기획이 이런 식으로 방송을 타는 것은 전무후무할 것이다. 왜 이승만 특집이 이렇게 '묻지마' 프로그램이 됐는지는 명확하다"며 "백선엽 다큐에 이어 또다시 KBS에 먹칠을 하리라는 것을 사측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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