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5차 희망버스가 내달 8일 부산을 향해 출발한다. 하지만 부산시는 성명서를 발표해 "희망버스 행사 예정일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으로 집회로 인한 도시마비현상을 초래할 경우 국제적 망신과 손실이 우려된다"며 행사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희망버스 기획단의 김혜진 활동가는 "아직도 한진중공업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는데, 부산시는 자신의 가장 아픈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다"며 "부산시가 오히려 아픔을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을 막겠다고 하는 것은 자신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8월 28일 제 4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 부근에서 용산 한진중공업 본사를 향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혜진 활동가는 21일 SBS라디오 <김소원의 SBS전망대>와의 전화연결에서 "우리가 희망버스 행사를 통해 알리고 싶은 메시지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를 굉장히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문제를 보면, 오히려 기업들은 점점 더 잘 되지만 그 안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일해왔던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파괴되고 있다"며 "희망버스는 이 시대에 가장 아프고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는 작은 마음의 버스"라고 말했다.

김혜진 활동가는 부산시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5차 희망버스의 진입을 막을 예정인 것과 관련해 "정말로 걱정되는 일"이라며 "오히려 부산시가 잘 협조하면 이번에 내려가는 희망버스가 부산시를 더 사랑하고, 부산국제영화제를 더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5차 희망버스를 처음 기획할 때, 부산국제영화제 상황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크레인에 올라가 계신 분들의 상황이 워낙 급박해서 일정을 맞췄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부산국제영화제 시기였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저희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잘 되길 바란다. 희망버스 승객들 중에서도 많은 문화예술인이나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잘 알고 있다"며 "희망버스 승객들이 영화제에도 함께하시겠지만, 가능하면 8~9일 부산을 찾는 분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을 찾아보시거나 또는 85호 크레인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또, 그는 "5차 희망버스의 주제는 가을소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60일에 가까운 고공농성이나 40일에 가까운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데 웬 소풍이냐' 이런 말씀을 하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고통의 시대에 조금이라도 따뜻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소풍가는 마음으로 즐겁게 가려 한다"며 "그동안 희망버스가 그랬듯이 기획단이 알아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가 준비해온 프로그램을 함께 나누고 격려하고 문화행사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마당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희망버스를 기획한 송경동 시인은 21일 경향신문 '김규항의 좌판'과의 인터뷰에서 "정리해고가 이렇게 자행되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900만 명에 이르는 상황은 어느 당을 지지하는가 이전에 사회적 학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내가 저명인사가 되어가는 현 상황은) 나로선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며 "예를 들어 내가 '현장에 있는 유일한 시인' '노동운동과 결합하는 유일한 시인'이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듣는 게 기분 좋아지는 순간, 아마 내가 썩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짜 저명해져야 되는 사람들이 있다. 용산싸움을 예로 들면 60여 명이 망루에 올라갔는데 거기에는 자기 지역이 아닌데도 올라간 수많은 전철연의 철거민이 있었다"며 "그 새벽 망루에 올라갔던 평범한 사람들, 그 순간 인간적 연대와 유대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사람들. 저명해져야 할 사람들은 바로 그들"이라고 밝혔다. 현재 송경동 시인은 집시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수배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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