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상파 방송광고 결합판매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문위원실 검토의견이 나왔다. 앞서 지상파 결합판매제도가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과방위 전문위원실은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라 결합판매제도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고 광고주 선택 제약, 지상파에 대한 비대칭규제, 중소 지역지상파 경쟁력 저하 등의 문제를 유발해 점진적 제도개선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과방위 전문위원실은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른 제도폐지에 대한 대비 ▲결합판매제도 지원대상 매체 점진적 축소 ▲방송광고판매시장 비대칭 규제 적극 개선논의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상파 방송 3사(MBC, KBS, SBS) 사옥

국회 과방위 전문위원실은 '2021년도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에서 총괄 검토의견으로 지상파 방송광고 결합판매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방송통신위원회와 과방위 위원들에게 제시했다.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 제20조는 지상파방송광고를 대행하는 광고판매대행자(미디어렙)가 지역지상파방송사, 중소지상파방송사의 방송광고를 다른 지상파방송사의 방송광고와 결합해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상파 결합판매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가 광고를 판매할 때 지역방송, 종교방송 등 군소방송사 광고와 결합해 판매도록 하는 제도로 사실상 광고수익의 일정비율을 군소방송사에 지원하게 된다. 현재 지상파 미디어렙은 KBS, MBC 등 공영방송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SBS 등 지상파 민영방송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SBS 미디어크리에이트(SBS M&C)가 있다.

전문위원실은 현행 결합판매제도가 중소 지역지상파의 광고수익을 보장해 지역성·공공성·다양성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광고주 선택권 제약, 지상파-비지상파 간 비대칭규제, 중소 지상파 경쟁력 저하 유발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위원실은 "결합판매는 일종의 '끼워팔기'로서 광고주가 의도하지 않은 비용 할증을 야기하여 수익성을 저해하고 방송광고 기피를 유발하며 광고주가 다른 광고매체로 이전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한국광고총연합회, 한국광고주협회, 한국광고산업협회 등 광고 3단체는 결합판매 제도를 장기적으로 폐지하고, 한시적 일몰제를 도입해 중소방송사를 위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광고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 방안'을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결합판매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황이다.

전문위원실은 결합판매제도는 비대칭규제라며 "지상파에게 적용되는 의무로 종편,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유료방송사업자 등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전문위원실은 "결합판매제도는 과거 지상파 독점 구조 및 방송광고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라는 환경 하에서 마련된 것"이라며 "최근 CJ ENM 등 우수한 콘텐츠로 경쟁력을 갖춘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부상, 방송광고 시장의 전반적 침체 등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정부가 발표한 '2019년 방송산업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전체 방송광고시장 규모는 감소·유지되고 있는 반면 온라인 광고 부문은 급성장하고 있다. 지상파가 점유하던 방송광고매출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방통위가 공표한 '2019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방송광고매출 급감으로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영업손실은 2018년부터 2000억원을 넘어섰고, 지상파 3사의 2019년 광고매출은 전년대비 1600억원 감소했다.

또 전문위원실은 지상파 방송광고 쇠퇴로 결합판매제도에 따른 수익이 지역 중소지상파의 주요 재원이 되는 상황에서 제도적 재원 보장이 지역 중소지상파 스스로의 수익 증대 유인을 없애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TV방송에 비해 광고 영업이 어려운 라디오방송의 결합판매 의무가 모두 한국방송진흥공사(코바코)에 집중돼 있어 공영미디어렙과 민영미디어렙 간 광고 영업상 비대칭 규제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미디어스)

전문위원실은 점진적 제도개선 방안으로 우선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른 폐지에 국회와 정부가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문위원실은 "결합판매제도를 통한 재정지원이 없다면 방송의 공공성·지역성·다양성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지역 중소방송사가 곧바로 재정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지역 중소지상파에 대해 방송통신발전기금과 같은 공적재원을 통한 지원책을 마련하거나 중소방송사에 대한 광고집행에 대해 세제혜택 등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문위원실은 "헌법재판소가 결합판매제도에 대한 위헌적 요소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지상파사업자의 재무구조를 고려하면 결합판매제도는 그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국회와 정부가 사전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문위원실은 결합판매제도 지원대상 매체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TV수신료를 배분받고 있는 EBS를 다른 중소지상파와 동일선상에서 지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일부 주장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광고홍보학회는 전문가 17인에 대한 델파이 조사 결과 이 같은 주장에 70.4%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전문위원실은 "이러한 방식은 결합판매제도를 방송의 공공성과 지역성, 다양성을 구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로 유지하되 단계적으로 지원대상 사업자를 축소하는 접근 방법이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전문위원실은 현 방송광고판매대행 시장의 비대칭규제 개선 논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위원실은 "현행법은 종편 등에 '1사-1렙' 체제를 허용하고 있는 반면 지상파의 경우 공영미디어렙(코바코)이 KBS와 MBC라는 복수의 키스테이션을 두고 있다는 점, 종편이 겸하는 미디어렙은 결합판매제도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 등에 관해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위원실은 수신료 인상논의에 따른 결합판매제도 검토도 필수적이라고 봤다. 전문위원실은 "최근 국회 과방위 일부 위원들이 지난 40년 간 동결된 KBS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향후 수신료 인상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수신료 인상이 결정될 경우 KBS의 방송광고매출이 감소해 결합판매 지원액이 현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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