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 청소노동자들이 파업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들은 “우리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정규직화와 병가 등 복지를 보장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달 6일 KBS 청소노동자들은 삭발식을 통해 처우개선을 호소했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소속 황의천 KBS비즈니스회 지회장, 박유선 KBS비즈니스지회 부지회장, 정진희 서울·경기지부 부지회장 등 3명이 삭발했다.

4일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박유선 KBS청소노동자

한 달이 지난 4일 박유선 부지회장은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청소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다시 한번 호소했다. 박 부지회장은 “사측과의 단체협약을 진행하던 중 사측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해 삭발까지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KBS 청소노동자들은 KBS 시설관리 자회사인 KBS비즈니스 소속이다. 전국적으로 35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30년째 1년짜리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왔다. 박 부지회장은 “회사는 1년 단위로 55세 이상 노동자들만 계약한다. 55세 미만의 경우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기에 55세 이상만 뽑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53세에 일을 시작하면 2년 뒤에 나가라고 한다. 그럼 당장 다른 일을 구해서 일하다가 55세 넘어서 다시 들어오는데, 이런 경우가 3명이나 있다”고 밝혔다.

박 부지회장은 “저희가 사측과 여러 차례 교섭했지만, 한결같이 똑같은 말장난을 한다. ‘당신네들은 계약직이라 안된다’는 식이다. 얼마나 화가 나냐”며 “성과금이 있는 것도 투쟁하며 알았다. 우리의 노동으로 환경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성과금은 정규직끼리 나눈다. 우리는 왜 안 주냐고 물으니 계약직은 안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KBS비즈니스 측은 노동자들에게 1년 단위로 맺는 계약을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회 측은 “어차피 계약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지회 조합원 105명 가운데 103명이 투표에 참여, 101명이 임단협 쟁의행위에 찬성(98.1%)했다. 사측과의 단체협약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받고 하루 12시간을 일한다. 식대는 8만 원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다쳤을 때 쉴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조합원 중 한 명이 집에서 사고를 당해 발뒤꿈치 뼈가 부러져 회사에 병가를 신청했지만 회사는 “비정규직은 병가가 없다”고 반려해 조합원은 연차휴가 9일을 썼다. 하지만 뼈가 붙지 않아 목발을 짚고 나와 청소 업무를 했다.

최근 KBS비즈니스 청소노동자 한 명은 다리를 다쳐 병가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목발을 짚고 나와 청소를 했다. (사진제공=공공연대노조)

박 부지회장은 “제가 3년 전에 허리 디스크로 수술을 받았던 적이 있다. 연차가 모자라 회사에 3, 4일만 병가를 주면 안되냐고 하자, ‘계약직이라 병가는 없다’고 단칼에 자르더라. 저보고 몇 년 일했나 물어봐서 6년 정도 일했다고 하니 ‘그러면 뭐 고용보험도 꽤 많이 타겠네요’라고 말하더라. 당장 그만두라는 얘기”라고 밝혔다. 이어 “저는 당시 복대 차고 나와 일했다. 언제 회사측에서 병가를 쉽게 쓰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산재처리는 무슨, 저에게 그만두라는 식으로 얘기한 걸 똑똑히 들었다”고 말했다.

박 부지회장은 “우리는 임금을 높여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정규직화와 병가 등 복지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것”이라며 “당장 노조 일로 모이더라도 회의할 장소 하나 없어서 동문계단 등에 잠시 모이곤 한다”고 했다.

“언론사에서 일하지만 정작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 않냐”는 진행자 질문에 박 부지회장은 “사람 취급을 안하는 거 같아 속상할 때가 있다. 다들 집안에 도움이 되고자 나온 건데 인권을 무시하고 모독하는 듯한 행태들은 정말 화가 난다”며 “좋으신 분들도 있지만 개념 없는 직원들도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지만 너무한다 싶을 때는 그냥 속으로 삭힐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10월 KBS 시청자위원회에서는 청소노동자들의 기자회견을 보도하지 않는 KBS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엄경철 통합뉴스룸 국장은 “KBS 비정규직 노조의 기자회견과 삭발식 관련한 지적에 대해 KBS가 좀 더 자사 보도에 대해 엄격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으로 받아들인다”면서 “다만 당일 검색을 해보면 주요 방송사나 신문에서 이 사건이 보도됐었던 적은 없고 미디어지하고 노동전문지에서 보도해 저희는 인터넷 기사를 썼다. 이 사안의 중요도에 대한 비례와 균형을 감안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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