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영화를 패러디한 '무도 스피드'는 반전에 반전을 가하는 흥미로움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해진 기준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좀처럼 알 수 없는 출연진들을 대상으로 미션을 제시하며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습니다.

홍카는 가짜였다가 보여주는 무도 스피드의 진실?

광고에서나 나올법한 클래식 버스를 타고 멤버들을 마중나선 유재석은 한적한 곳에서 의외의 자동차 폭파를 목격하고 집단 패닉에 빠지고 맙니다. 수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적은 지정된 장소로 70km의 규정 속도를 지키며 이동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그렇게 들어선 주차장에서 과연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멤버들은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이미 자동차 3대가 연속해서 터지는 광경을 눈앞에서 목격한 그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범인의 힌트처럼 주차장 전체를 봐야 답을 알 수 있다는 정형돈은 높은 곳을 찾아 떠나고, 주차장에서 뭔가 힌트가 될 만한 것들을 찾던 멤버들은 자동차 밑에 숨겨진 힌트를 발견합니다.

유사한 차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상황을 보고 이상하다고 이야기하던 박명수의 말처럼 제작진이 준비한 차들 밑에는 다음 행선지가 적힌 글자들이 존재했습니다.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가서 '811.15ㅎ115'를 찾으라는 암호 같은 이야기였지요.

도서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번호란 단순한데 이를 혼란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도서관 이용이 적어서 벌어지는 단순한 해프닝일 수 있지요. 하지만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자연스럽게 서고에 자리잡은 서적일 수밖에는 없고 이런 단순함은 시간적인 제약만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닌 미션이었습니다.

주차장에서 다음 목적지로 가야하는 상황에서 유재석은 힌트를 얻기 위해 엉망이 되어버린 상황을 원위치 하라고 합니다. 자막이 이야기하듯 ‘절정의 공중도덕’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유재석의 집착은 흥미로웠습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타인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 된다는 그의 원칙에 대한 집착이 즐겁게 다가온 이유는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기 때문이겠지요.

정해진 시간 안에 꽉 막힌 도로를 벗어나 목적지로 가는 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멤버들은 영화를 이야기하며 과격한 운전을 강요하지만 정해진 속도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원칙은 그들에게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도서관에 침입해야 하는 그들에게 남들이 알아봐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위장한 복장은 그저 그들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육덕진 엉덩이를 드러내며 민망하게 접근한 그들은 조금의 설왕설래가 있기는 했지만 쉽게 미션을 완수합니다. 주차 공간이 아니라는 범인의 지적에 주차장을 찾아 움직이는 그들은 국회도서관에서도 주차위반 단속을 한다며 감탄하는 과정은 무슨 의미를 담아내려했는지 모호했습니다.

책 속에 숨겨진 미션지를 통해 디지털미디어시티 역에서 지정된 시간에 도착하는 열차에서 가방을 찾으라는 미션에 그들은 조를 나눠 가방 수색에 나서지만 미션 봉투 안에 열쇠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 실패로 끝나고 맙니다. 긴박함을 조성하는 상황에서 미션에 실패한 그들에게 처참한 응징이 가해질 수밖에는 없고, 그렇게 범인에 의해 도착한 공간에서 그들은 경악스러운 상황을 맞이합니다.

우선 서로를 이간질시키는 범인의 잔인한 선택 요구에 따라 한 명씩 버스에서 하차하는 상황은 버스 안의 멤버 숫자가 적어지면서 긴장감이 극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에 능숙한 홍철이 가장 먼저 구제되고, 요즘대세 형돈과 최근 관계가 부쩍 좋아진 하하가 구해지면서 길이 마지막 한 명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당연해서 어긋나게 됩니다. 우선 선택은 아니지만 차마 남겨지면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길을 구제하는 멤버들의 속내로 인해 남겨진 명수는 LPG차에 필요한 연료를 구하라는 엉뚱하고 실패할 수밖에 없는 미션에 당황합니다.

주유소에 가서야 범인이 자신을 농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힘겹게 돌아와 합류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가혹한 벌칙은 경악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정해진 시간 안에 빼내지 않으면 폭파시키겠다는 범인의 경고에 서둘러 매니저들에게 연락해 각자의 차를 주차장에서 빠져나가게 하지만 홍철의 홍카만 덩그러니 남게 됩니다.

그렇게 남겨진 홍카는 앞선 세 대의 차량이 폭발했듯 잔인하게 폭파되며 그들을 더욱 경악스럽게 합니다. 홍카는 노홍철이 무척이나 아끼는 차로 누가 봐도 한 눈에 그의 차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리폼 카입니다.

낯선 차들의 파괴에 이어 익숙했던 노홍철의 차가 폭파되며 멤버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은 '무도 스피드'는 마지막 미션을 위해 집중할 수밖에 없도록 요구했습니다. 과연 다음 주에 어떤 미션이 주어지고 어떤 방식으로 이를 해결해나갈지 궁금해집니다. 마지막에 그들은 어떤 모습일지 그 마지막을 보며 시청자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것은 무도가 가지는 힘이겠지요.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있는 무도 레이스는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스펙터클한 비주얼보다는 그런 과정을 통해 더욱 정교해져가는 레이스의 과정이 재미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이번 레이스는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지 모호합니다.

왜 국회도서관에 가야 했는지는 여전히 모호하기만 합니다. 물론 국회도서관이 아니어도 상관없었을 상황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동안 무도가 함축적인 메시지를 담아내던 모습을 기억하던 이들에게 그 숫자 속에 무언가가 담겨 있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했습니다.

서고 속 서적은 고은 선생의 시가 담겨 있는 한국시선집이었지요. 그 안에 의미를 담아내 이야기하기 힘든 것은 당연합니다. MBC 신사옥 공사현장에서 홍카가 폭발하는 것을 보면서 막장이 되어버린 MBC 수뇌진에게 한 방 먹이고 싶은 바람을 드러냈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억지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무도 스피드 특집은 철저하게 재미를 위한 극한 장치일 뿐, 그 과정 속에 뭔가 의미를 담아내는 일은 철저하게 무시한 듯합니다. 마지막을 향해가는 그들의 레이스가 밋밋해지는 이유도 그 안에 담겨있었습니다. 홍카가 시청자들에게 의해 진짜가 아니었다고 밝혀졌듯 그들의 레이스는 진짜처럼 꾸며진 가짜라는 사실만 명확하게 해주는 듯합니다.

그럴듯하게 레이스에 임하지만 그 모든 자극적인 상황들은 철저하게 짜맞춘 상황극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지요. 흥미로운 추격전을 그린 영화에는 힌트를 얻는 과정에서 특별한 의미들이 숨어 있고는 합니다. 그런 의미들이 하나 둘 모여 결론을 유추해내고 결과를 이끌어 재미를 배가시키기에 많은 이들은 그런 류의 영화를 좋아합니다.

'무도 스피드 특집' 역시 어떤 의미들이 모여 결론에 도달해 보니 이런 의미가 숨겨져 있었구나라는 감탄이 나와야 할 텐데, 지금까지 방송된 내용을 통해 그런 의미들을 추론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레이스 본연의 재미에는 충실하지만 뭔가 부족한 그들의 레이스에 화룡정점을 기대하기는 현재까지는 힘겨워 보인다는 것이 유일한 흠으로 다가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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