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KBS가 해외 특파원을 방만하게 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 특파원 1인당 체제비가 과도하고, 부정사용 등의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양 의원은 해결책으로 특파원 대폭 감축을 제시했다.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E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양 의원은 "KBS는 다른 방송사에 비해 해외특파원 파견 인력이 많은데 5개 나라 5개 지국 총 25명이 파견돼 있다"며 "MBC는 비상경영 등 비용절감 차원에서 현재 3개 지역 4명으로 축소했다. 다른 방송사 자구노력에 대해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이어 양 의원은 "해외주재 특파원 수도 문제지만 경비의 부적절한 사용 문제가 자체 검사로 지적된 게 2019년 8건"이라며 "자체검사 지적사항 보면 차량지원, 업무용 통신비, 해외출장 초과수령 등"이라고 지적했다.

양 의원이 KBS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2019년 KBS는 특파원을 미주지국 3개 지역(워싱턴, LA, 뉴욕), 일본지국 1개 지역(도쿄), 중국지국 2개 지역(베이징, 선양), 유럽지국 3개 지역(파리, 베를린, 모스크바), 중동지국 2개 지역(두바이, 방콕)을 운용하고 있다. KBS 특파원 1인당 체제비는 200만원~400만원 정도다. 특파원의 비용 부정수급·부정사용 적발사례는 2018년 3건, 2019년 8건이다. KBS는 이들 건에 시정조치를 내렸다.

KBS 2018~2020 해외지국 일반감사 경비 관련 처분 내역 (양정숙 의원실 제공)

양 의원이 모범사례로 언급한 MBC는 2017년 12월 기준 특파원 파견 인원을 당시 9개 지역 12명에서 현재 3개 지역 4명(워싱턴 2명, 베이징 1명, 도쿄1명)으로 축소했다. 양 의원은 또 JTBC의 경우 미국 CNN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해외뉴스 보도에 대한 방송 협조를 받아 운용한다고 했다.

양 의원은 "KBS가 보여주기식 경영합리화·경영혁신을 말로만 외칠 게 아니라, 내부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경영 건전성을 확보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며 "경영혁신을 위한 방법으로, 해외 주재 특파원에 대한 구조조정부터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한국언론의 국제뉴스 품질과 보도량이 해외 언론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의 원인으로는 특파원 수 부족, 과도한 해외언론 인용보도, 미국·중국·일본에 편중된 기사 등이 꼽힌다. 한국의 경우 정부지원금과 수신료를 받는 연합뉴스, KBS 정도가 일정 수준의 특파원 수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포럼 '세계 정세와 한국'에서 심훈 한림대 교수는 국내 언론의 국제뉴스 보도행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심 교수는 "세계를 보는 창의 수와 크기에 해당하는 특파원 수를 보면 국제뉴스를 둘러싼 세계 강국들과 한국의 위상 격차가 어느정도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며 "한국의 특파원 수는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과 비교해서 턱없이 적다. 국제뉴스의 질적 수준은 둘째치고서라도 국제뉴스의 해외 생산 기지 자체가 매우 부족하다"고 했다. 해외 주요 방송사 특파원 수는 BBC 89명, CNN 70명, 중국 CCTV 89명, NHK 84명 등이다. 해외 뉴스통신사 특파원 수는 AP 1500명, 중국 신화사 500명, 교토통신 120명 등이다.

양 의원 지적에 양승동 KBS 사장은 "BBC, NHK에 비해 특파원 수가 적다. 다만 수당이 과하게 지급된 면이 있다면 점검해 합리화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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