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악방송 경비를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지역방송 노동자들이 반발에 나섰다. 그간 국악방송 방발기금 지원은 소관기관과 예산 지원기관의 불일치, 열악한 지역방송 지원 등의 문제로 비판이 제기돼 왔다.

16개 지역MBC와 9개 지역민방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지역방송협의회는 9일 최근 발의된 '국악문화산업진흥법 제정안'에 대해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을 대상으로 입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19년 12월 27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국악방송TV 개국 기념음악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공문에서 "국악방송 필요경비를 방발기금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송업계의 현실을 도외시한 것으로 방송인들의 입장에서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조항"이라며 "국악방송은 문체부 산하 기관으로 그 운영비용은 전액 문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 2018년부터 방발기금에서 국악방송에 지원하는 예산도 전액 삭감해야 한다는 게 국악방송을 제외한 방송업계의 보편적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방발기금의 부족함 때문에 전국 40여개 지역방송에 지원하는 예산 규모가 40억원임에 비춰볼 때, 국악방송 한 곳에 이를 웃도는 금액을 지원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며 공동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의 입장을 촉구했다.

지난 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악문화산업진흥법 제정안'에는 민주당 김민철·김홍걸·박정·서삼석·윤후덕·이수진·이재정·전용기·정청래·고용진·박성준·양기대·이상헌·장철민·최종윤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 등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양정숙 의원의 경우 방발기금 예산운용에 관여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이다.

이 법안 18조 5항은 국악방송에 대한 예산지원에 대해 "국고 또는 방송통신발전기금에서 그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국악방송은 2000년 국악의 대중화와 보급 교육을 위해 문체부 산하 재단법인으로 설립된 국악전문 공영 라디오 방송국이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TV방송을 추진해왔는데 문제는 2018년 문체부가 관련 예산을 책정하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그중 절반 가량을 방발기금에서 충당토록 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방발기금은 방송·통신 산업 진흥을 위해 통신사, 케이블, 지상파, 종편, 보도전문채널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매출의 일정 비율을 징수해 운용하는 '특별 부담금'이다. 깜깜이 예산심사로 비판받는 예결위 '소소위' 결정으로 관련 예산이 방발기금에서 책정되자,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방송통신위원회, 국회 과방위 등이 공개 반발에 나서기도 했다. 방발기금 징수·운용목적에 맞지 않는 지원을 부처 간 협의도 없이 '소소위'에서 일방 결정했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국악방송에 대한 방발기금 지원이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증액·유지되는 이유가 기재부와 문체부 때문이냐는 지적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국악방송 뿐만아니라 대외적 국가홍보채널인 아리랑TV, 언론보도 피해 구제기구인 언론중재위원회 등 문체부 소관 기관에 수백억원대의 방발기금이 지원되고 있다. 이는 2천억 규모의 작은 방통위 예산, 열악한 지역방송 지원 예산 등의 문제와 맞물려 비판이 이뤄진다. 현재 지역방송 43개사에 지원되는 예산은 40억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내년도 국악방송에 63억원 가량의 방발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아리랑TV, 국악방송, 언중위를 합하면 500억원에 달하는 예산 집행이 이뤄지는데, 방통위가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돈을 쓴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지역방송 예산은 약 40억원으로 지역방송사로 따지면 1곳당 1억원씩 지원하는 꼴"이라며 "매년 500억원씩 지출하는 것은 법적 근거에 맞지 않아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했다. 문체부와 기재부의 완강한 저항 때문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그런 것 같다"며 "아리랑 TV 등에 대한 지원금만 빼면 방송발전을 위해 많이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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