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2004년 일어난 집단 성폭행 사건, 일명 ‘단역배우 두 자매 사망 사건’에 연루됐던 스태프들이 MBC, SBS 드라마 업무에서 연달아 배제됐다.

SBS는 3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해당 스태프는 현재 본 드라마 업무에서 배제됐고, 출근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SBS 아침드라마 <엄마가 바람났다>에 사건 관련자가 캐스팅 업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시청거부운동이 벌어졌다. 해당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는 “성범죄자를 고용하는 프로그램이 어딨냐”, “올바르고 떳떳한 사람들이 만드는 드라마를 보고 싶다” 등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사건 피해자 어머니의 유튜브 채널 '장연록'에 8월 27일 올라온 영상 화면 갈무리

지난달 21일 MBC에브리원 드라마<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에서 보조출연자 반장 업무를 맡은 이가 사건 관련자라는 사실이 알려져 MBC플러스가 사과한 바 있다. MBC플러스 측은 피해자 어머니를 만나 “피해자 측 문제제기를 깊이 이해하고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사건 관련자들은 모두 업무에서 배제하고, 업무상 계약도 맺지 않겠다”고 말했다.

'단역배우 두 자매 사망 사건'은 2004년 8월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성 보조출연자를 다른 보조출연자, 관리반장 등 12명이 성추행·성폭행한 사건을 말한다. 성폭행 피해자인 언니 고 양소라 씨는 사건을 조사한 경찰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해 고통을 호소하다가 2009년 8월 목숨을 끊었다. 언니에게 보조출연자 일자리를 소개해준 동생 고 양소정 씨는 죄책감에 6일 후 세상을 떠났으며 두 딸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두 달 뒤 뇌출혈로 사망했다.

이후 피해자 어머니 장연록 씨는 지속해서 사건을 알려왔다. 2년 전부터는 본인의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가해자들의 신상정보를 올리고 이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MBC에브리원 드라마와 SBS 드라마에 사건 관련자들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 것도 어머니 장연록 씨다.

이 사건은 미투운동이 확산되던 2018년 재조명받으며 재수사 촉구 여론이 높아져 경찰이 진상조사TF를 꾸렸지만, 공소시효 만료 등의 이유로 재수사에 착수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 가해자들은 피해자 어머니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나 법원은 2017년 피해자 어머니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빛미디어인권센터에 제보가 들어와 사건 관련자들이 업무에 복귀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지난달 14일 한빛미디어센터는 "'미디어신문고'로 집단 성폭력 사건 가해자들이 현장에 복귀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며 "제보내용을 확인하고 피해자들의 어머니와 면담을 진행해 사건 해결을 위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빛미디어센터는 오늘 오후 2시 피해자 어머니와 함께 ‘단역배우 자매’ 11주기 추모제를 진행한다. 추모제는 페이스북 라이브 중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한빛미디어인권센터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단역배우 자매' 11주기 추모제 모습 (사진=한빛미디어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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