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가 ‘이용수 인권운동가 기자회견 배후설’을 주장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방송소위는 진행자 김어준 씨가 팩트체크 및 반론보도 없이 의혹을 제기했다며 법정제재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받은 법정제재는 5건에 이른다.

이용수 인권운동가는 5월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윤미향 당시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운동가는 기자회견에서 “30년을 같이했는데 한마디 말도 없이 마음대로 (할머니들을) 팽개쳤다. 사리사욕을 위해 국회의원 비례대표도 나갔다”고 말했다.

김어준 씨는 5월 2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용수 운동가 배후설’을 주장했다. 김 씨는 “(이용수) 할머니에게 자신들 입장이 반영된 왜곡된 정보를 준 사람이 누군가 있을 수 있다”면서 “기자회견문을 읽어보면 이용수 할머니가 쓰신 게 아닌 게 명백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용수 운동가는 “(기자회견은)내가 생각하고 내가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진=TBS 홈페이지 갈무리)

방통심의위 방송소위는 19일 회의에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TBS가 사실관계 확인 없이 추측을 바탕으로 의혹을 제기했다는 지적이다. 강진숙 위원은 “김어준 씨 발언은 합리적 의심”이라면서 “하지만 발언에서 이용수 활동가는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됐다. 법정제재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수 위원은 “진행자는 추정을 기반으로 의혹을 제기해 전체 위안부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줬다”면서 “특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수많은 법정제재를 받았다. 방통심의위 심의를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영 위원은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에게 보도 프로그램과 동일한 취재를 요구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면서 “다만 진행자가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단정적인 발언을 할 때는 거기에 맞는 사실확인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위원은 “방송 진행자는 시청자가 여러 주장을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조정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현재 사회자는 사건에 개입해 특정 방향으로 끌고 가는게 과도하게 나타난다. 결국 언론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진행자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단정적 발언을 한 건 경솔했다”면서 “전반적으로 (김어준 씨의) 의혹제기는 본인의 생각에 기반한 것이다. 의혹에 대한 후속 취재나 근거 제시가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TBS 측은 “충분한 취재를 거친 의혹제기”라고 주장했다. 송원석 TBS 라디오제작본부장은 “이용수 활동가의 서면 기자회견문과 육성 기자회견문에 차이가 있었다”면서 “서면 기자회견문에 있는 표현과 어휘는 기존 이용수 활동가가 사용하던 것과 달랐다. 차이가 너무 명확해 우리 입장에선 ‘기자회견문을 이용수 활동가가 직접 쓴 게 아닌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송 본부장은 “취재를 거쳤는데 방송 시간이 짧아 구체적인 근거를 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TBS가 어떤 취재 과정을 거쳤는지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와관련해 양승찬 TBS PD는 “구체적으로 밝히진 못하지만 이용수 활동가 주변 인물과 관계된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을 취재했다”면서 “서면 기자회견문과 육성 기자회견문을 비교검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소영 위원은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을 두고 취재라고 이야기하긴 어렵다”면서 “다른 언론사가 하는 정도의 팩트체크나 반론취재를 거쳤어야 했다. 진행자는 본인이 내린 결론에 대한 장광설만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1년 올림픽대로 침수사진을 현재 상황이라고 보도한 YTN (사진=YTN 방송화면 갈무리)

한편 방송소위는 2011년 올림픽대로 침수 사진을 현재 상황이라고 보도해 논란을 불러온 YTN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에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YTN 기자는 3일 방송에서 2011년 올림픽대로 침수 사진을 보여주며 "급격히 불어난 물이 도로 위를 넘쳐흐르면서 지금 보시는 것처럼 차량들이 꼼짝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YTN은 <서울 올림픽대로 호우로 불어난 물이 도로 위로 넘쳐 흘러>라는 자막이 게재했다.

강진숙 위원은 “재난방송의 핵심은 신속과 정확”이라면서 “잘못된 정보가 방송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되면 예측불가능한 피해와 사회적 재난이 초래될 수 있다. YTN에 검증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소영 위원은 “YTN이 시청자 제보사진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방송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번 결과 자체의 중대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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