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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입니다’- 종영 앞두고 또 뇌종양?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드라마의 제목[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0.07.16 10:31

[미디어스=이정희] 지방에 사는 지인이 졸혼을 했다. 집이 팔렸고 부부는 각각 집을 얻었다고 한다. 가부장적인 남편에 아내가 오래 힘들었고, 갱년기가 찾아온 아내가 지나온 시절의 힘겨움을 토해냈을 때 이번에는 남편이 맞춰주는가 싶었는데 결국 부부는 각자의 길을 떠났단다. 

그 얘기를 듣고 우선 들었던 생각이 ‘그러면 아이들이 고향에 돌아오면 어디로 가지?’였다. 그런 이야기를 하자 아이들은 그게 뭔 문제냐는 반응이지만 그래도 거기에 생각이 먼저 멈춘다. tvN <(아는 건 별로 없지만)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에서 김상식 씨(정진영 분)와 이진숙 씨(원미경 분)도 그랬다. 

말썽꾸러기 부모가 되고 싶지 않은 부부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진숙 씨와 함께 음악회에 가기로 한 날, 상식 씨는 꽃을 좋아하는 진숙 씨를 위해 해바라기 한 송이를 들고 길을 건너다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깨어난 곳은 병원, 상식 씨와 진숙 씨는 거기서 부모 걱정하는 다른 자식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버지가 병원에 실려 오고, 그런 아버지를 나 몰라라 하는 어머니에 대해 다 큰 자녀들은 늙은 부모를 '말썽꾸러기'가 되었다며 짜증스럽게 말을 나눈다. 

말썽꾸러기였던 자식들을 먹여주고 입혀주고 씻겨주고 잔소리도 해가며 키웠던, '기둥' 같았던 부모. 하지만 어느 틈에 그 말썽꾸러기였던 자식들은 버젓한 성인이 되었고, 이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말썽꾸러기'가 되어간다. 몸이 늙어 맘대로 되지 않는다. 몸뿐인가 마음들도 제멋대로다. 어느 틈에 자식들은 부모들을 골칫덩어리 자식마냥 취급한다. 

졸혼을 선언한 진숙 씨. 반응은 제각각이었어도 자식들 마음속에 '우리 엄마 왜 그런대?'라는 맘이 왜 없었겠는가. 어느덧 각자 삶의 문제도 버거워질 나이의 자식들은 이제 와 '부모가 말썽을 부리는 게' 번거롭고 때로는 신경 끄고 싶기도 하다. 다시 아버지와 엄마가 만나 데이트를 하신다는 막내의 톡에 핸드폰을 뒤집어 놓는 은주(추자현 분), 은희(한예리 분)의 심정이 그것이리라. 

부모는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뉘어 키웠지만 다 자란 자식에게 부모는 어느새 거추장스러운 짐이다. 부모와 자식의 자리가 그래서 다른 것이다. 제아무리 내 속을 알아주는 자식이라 터놓는다 해도, 자신의 삶이 있는 자식에게 부모의 속마음은 짐스러운 시절이 되었다.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그래서 '말썽꾸러기'라는 말을 들은 상식 씨와 진숙 씨의 마음이 철렁했다. 상식 씨는 자신이 아픈 걸 아이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했다. 아이들이 자랄 때 바깥으로만 돌고, 집에 오면 화만 내던 아버지였는데 이제 와서 아프다는 게 면목이 없다. 상식 씨는 스스로 자신의 일을 정리하고 싶다며 수술을 뒤로 미루고 싶어 했지만, 아이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으면 빨리 수술받는 게 낫다며 진숙 씨가 상식 씨를 잡는다. 

수술받게 된 상식 씨의 곁을 지키는 진숙 씨. 몇 번의 데이트, 그때마다 전해준 꽃이 진숙 씨의 마음을 다 풀어내서일까. 진숙 씨는 말한다. 아이들에게 우리는 '세트' 메뉴라고. 진숙 씨의 졸혼 선언에 응답하여 상식 씨가 집을 나갔어도, 자식들에게 부모는 함께 살든 따로 살든 부모라는 운명 공동체라는 것이다. 그들이 사랑했건 미워했건 때로는 증오했건, 그들이 함께 해왔던 시절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진숙 씨는 기꺼이 아이들에게 말썽꾸러기가 되고 싶지 않은 상식 씨의 마음에 동조한다. 그런 진숙 씨의 마음은 이혼을 알린 은주에게 ‘네 이혼에 엄마의 졸혼이 영향을 끼쳤으면 어쩌나’ 하며 미안해하는 마음과 같은 갈래이기도 하다. 

아는 건 없어도 가족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결국 부부는 상식 씨의 수술을 아이들에게 알리지 않는 공모자가 되었다. 아이들은 '아는 것 없는' 가족이 되었다. 그래서 이 가족은 가족이 아니어야 할까. 아니 되려, 상식 씨와 진숙 씨는 그 어느 때보다 부부 같고, 그런 부모의 공모를 알고 뒤늦게 달려온 은주와 은희는 그 어느 때보다 가족 같다. 흔히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해결책이 되곤 하는 '병'이라는 설정 때문이었을까. 결국은 '아프다'는 것만큼 만병통치약이 없기 때문인가. 

그런 면이 없지도 않다. 졸혼으로 갈라선 부부와 아이들을 이어주는 접착제에 '병'만 한 게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이 지점에서 이 드라마의 제목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서로에 대해 아는 게 없었던 은주와 태형(김태훈 분)은 결국 이혼에 합의한다. 거기에는 결정적으로 부부됨의 기본요건이어야 할 태형의 정체성이 놓여 있다.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이제 두 사람의 공동체를 묶어줄 그 최소한의 연민'조차도 놓여나게 만든다. 심하게 말하면 '사기'라고 할 수 있는 태형의 거짓말, 그리고 은주가 원했던 가정에 대해 오해했던 태형의 독선, 서로가 몰랐던 서로의 진심들, 그 진심들을 품어줄 '여지없음'이 더는 두 사람을 연민으로 묶어낼 힘조차 잃은 것이다.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반면, 상식과 진숙 씨는 이제 오랫동안 팔짱 끼고 외면했던 서로에 대한 '연민'을 풀어낸다. 그 시작은 상식 씨다. 오랜 결혼생활 동안, 결국 가장 미웠던 사람이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나'였던 상식 씨. 결국 상식 씨가 싸웠던 것은 자신에게 과분한 상대라 생각한 진숙 씨에 대해 한없이 옹졸하기만 했던 상식 씨 ‘자신’이다. 

그 옹졸함을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표출했던 상식 씨가 22살로 돌아갔던 뇌의 이상 증세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한다. 그리고 그 반성을 진숙 씨에게 드러내고, 진숙 씨 역시 닫았던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한평생 가장이었으면서도 홀로 외로웠을 사람. 그 사람을 바라봐주는 마음. 그건 감정과 별개로 함께 삶을 일구며 자식들을 키우며 살아왔던 '공동체'의 주체로서 서로에 대해 가지는 연민이다. 진숙 씨는 말한다. 상식 씨가 아버지로서 열심히 살아왔던 것, 그거 하나만 잘했다고. 자신에게 모질었던 상식 씨 대신 아버지로 늙어버린 상식 씨를 진숙 씨가 품는다. 찬혁의 가정사를 알게 된 은희가 찬혁을 안아주며 마음을 더 깊숙이 열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 상식 씨와 진숙 씨는 말썽꾸러기가 되고 싶지 않다. 그들이 서로에 대해 어떻게 대했든, 두 사람은 아버지와 어머니로서 최선을 다해 살아왔기 때문이다. 함께든 따로든 그들은 여전히 아버지이고, 어머니이다. 그런 아이들이 덜 커도 다 커도 마찬가지인 부모의 자리이다. 자식들에게 상식 씨의 수술을 숨기는 마음은 여전히 아버지이고 어머니인 이들의 사랑의 방식이다. 그래서 '아는 건 없어도', 부모의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두 사람의 ‘진심’ 때문에 여전히 이 가족은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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