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좌파 시민단체가 권력화 돼 정부여당 감시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참여연대는 "진영논리에 갇힌 자의적 분석과 왜곡 보도의 전형"이라며 정정보도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조선일보가 "입맛에 맞는 활동만 취사선택하는 보도 행태"를 보였다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참여연대는 지난 6월 12일자 조선일보 <권력이 된 좌파 시민단체… 野 비판 87% vs 與 비판 13%>보도에 대해 이 같은 반박 입장을 6일 발표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20대 국회(2016~2020년) 기간 중 참여연대의 의정감시센터가 발표한 성명·논평·기자회견 총 224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미래통합당 등 야당을 비판하거나 정부·여당과 유사한 입장을 밝힌 경우가 91건에 달했다"면서 "반면 정부·여당을 비판하거나 야권과 입장을 같이한 경우는 14건에 불과했다. 정치권 관련 성명·논평 105건 가운데 야권 비판은 87%, 여권 비판은 13%였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6월 12일자 [권력이 된 시민단체] 기획 지면·온라인 기사

참여연대는 "조선일보로부터 근거 자료를 받아본 결과, 분석 대상과 분류 기준, 분석 내용 모두 황당하고 자의적인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20대 국회 회기 중 있었던 의정감시센터 224건의 활동을 ▲미래통합당 등 야당을 비판하거나 정부여당과 유사한 입장을 밝힌 경우 ▲정부여당을 비판하거나 야권과 입장을 같이 한 경우 ▲어느 쪽도 해당하지 않는 사안 등 세 가지로 분류했다.

이 중 '어느 쪽대 해당하지 않는 사안'이 건이 119건(53%)으로 나타났는데, 조선일보는 이를 통계에서 제외했다. 참여연대는 "임의로 분류한 성명·논평 105건만을 대상으로 해 '정치권 관련 성명·논평 105건 가운데 야권 비판은 87%, 여권 비판은 13%'라고 보도했다"며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이 전체 53%에 달하지만 조선일보는 야권 비판이 압도적인 것처럼 왜곡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조선일보가 '야권 비판'에 해당한다고 분류한 91건에 대해 "'야 비판'이라 보기 어렵다"며 "과연 그 내용을 읽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91건 중 52건은 '야 비판'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예를 들어 2018년 12월 4일 발표한 논평 '의원정수 확대 없이 연동형 비례제 도입 불가하다'는 국회의원 정수를 300석으로 고정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발언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은 언급조차 되지 않은 이 논평을 조선일보는 '야 비판'으로 분류했다는 설명이다.

참여연대는 "조선일보는 민주당을 비판한 4건을 비롯해 여당이나 야당이 아니라 국회 전체를 대상으로 비판한 성명이나 논평 등 25건을 '야 비판'으로 분류했다"며 "또한 91건 중 23건은 두 거대정당을 함께 비판한 경우로, 상당수가 연동형비례제 도입에 미적대는 민주당과 도입에 반대하는 한국당을 동시에 비판한 내용이었다"고 반박했다.

또 참여연대는 "조선일보는 어떤 사안에 대한 비판인지, 어떤 정책에 대한 찬반인지 등은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인 분류를 하고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것도, 선거연령을 만18세로 낮추자고 주장하는 것도 모두 '친여' 입장을 대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선거 시기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에 관한 입장들도 '야당을 비판하거나 정부여당과 유사한 입장'에 해당한다고 분류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조선일보가 "입맛에 맞는 활동만 취사선택하는 보도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참정권을 보장하지 않은 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헌법 상 독립기관인 선관위의 부당한 단속을 비판한 활동이 어떻게 야당에 치우친 비판이며 정부여당과 유사한 입장에 해당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며 "심지어 조선일보의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국가기관과 관변단체의 불법 선거개입 제보 캠페인을 알리는 기자회견과 2017년 9월 정기국회가 처리해야 할 입법·정책과제 발표 기자회견도 야당 비판, 정부여당과 유사한 입장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가 참여연대의 의정감시센터와 행정감시센터의 활동만을 집계한 행위도 도마에 올랐다. 참여연대에는 두 센터 외에도 사법감시센터, 경제금융센터, 민생희망본부, 조세재정개혁센터, 평화군축센터, 공익법센터, 노동사회위원회, 사회복지위원회 등 다양한 센터·위원회 활동기구가 있다.

참여연대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인터넷전문은행법 저지 활동과 차등의결권 도입 등 친재벌 정책 ▲땜질식 부동산 정책 ▲원격의료 정책 추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대한 미온적 정부 태도 ▲정보인권 침해 문제를 야기하는 데이터3법 관련 규제완화 ▲역대급 국방비 인상과 사드 장비 추가 반입 등 정부여당 추진 정책들에 비판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조선일보 역시 참여연대가 문재인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제기했던 사안에 대해 자신들이 정부를 공격할 때는 '참여연대마저' 정부를 비판했다고 인용하며 보도하고 있다"며 "이처럼 사회⋅경제⋅외교국방 등 여러 영역에서의 참여연대 권력감시 활동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오로지 참여연대 평판을 낮추기 위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참여연대는 "조선일보 주장대로라면, 여당과 야당을 기계적으로 절반씩 비판하는 것이 시민단체의 권력감시 역할이고, 정부여당보다 야당을 더 많이 비판하면 그것이 ‘권력화’의 근거라는 식"이라며 "자의적인 통계 왜곡과 악의적인 보도행태를 이어가고 있는 조선일보의 각성과 성찰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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