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트위터 계정 '@2MB18nomA'에 대해 접속 차단 결정을 내린 데 이어, 6월 말 같은 이용자의 페이스북, 블로그, 유튜브 계정까지 추가로 접속을 차단하고 나섰다.

이에 '@2MB18nomA' 운영자 송모씨는 방통심의위에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21일 전체회의에 출석해 "URL(UniversalResource Locator:인터넷상의 파일주소)이 과연 심의대상에 해당하는 것인지를 놓고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부분부터 명백하게 결정한 뒤 심의에 임해 달라"며 "어떻게 트위터 계정, 페이스북 주소 등이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만약 '서울시 용산구 동작동 18번지 삼익아파트 18동 18호'가 욕설을 연상하는 주소라고 해서 그 집 주소를 차단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트위터 계정 국내 접속을 차단해 논란이 되고 있는 '@2MB18nomA' 트위터ⓒ오마이뉴스

송씨는 "'혐오감을 주는 정보이기 때문에 차단한다'고 통보받았는데, 제 아이디가 욕설을 연상시킨다고 해도 이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표현인데 어떻게 과도하다고 규정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송씨는 아이디 만든 경위에 대해 "작년 6월 6일 만들었는데, 당시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지는 민주주의 후퇴와 인권탄압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다"며 "마침 아이디를 만들 때 순간적으로 떠올라서 영문과 숫자의 조합을 사용했을 뿐이다. 그저 평범하게 트위터를 이용하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서울 목동 방통심의위 ⓒ미디어스
하지만 송씨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은 "사과할 생각은 없나" "직업은 무엇인가"고 따져 물으며 '2MB18nomA'에 대해 노골적 불쾌감을 드러냈다.

6명의 정부 여당 추천 위원과 민주당 추천인 김택곤 위원까지 모두 마찬가지였다. 장낙인 위원과 박경신 위원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계정이 근본적으로 '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소수 의견'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장낙인 위원(국회 문방위 몫의 민주당 추천, 우석대 신방과 교수)은 "URL주소, 아이디, 트위터 계정이 심의 대상이라는 명백한 법적 근거가 없음을 일관되게 주장한다"고 밝혔다. 박경신 위원(국회 문방위 몫의 민주당 추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2MB'라는 숫자와 영문의 조합이 지칭되는 그 분은 공인이다. 공인은 다른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인에 대한 비판은 더더욱 허용돼야 한다"며 "만약 '18nomA' 앞에 '2MB'가 아닌 다른 표현이 있었다면 방통심의위가 이렇게 제재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2명의 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들은 "어떻게 대통령에게 이렇게 심한 욕설을 할 수 있느냐"는 식의 전근대적 사고를 거리낌없이 펼치며 송씨를 몰아세웠다. 이 과정에서 KBS 이사 출신인 권혁부 위원(국회의장 몫의 한나라당 추천)은 "한 사람이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등을 여러 개 운영할 수도 있느냐"고 물으며 인터넷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송씨의 이의신청은 기각됐으나, 이날 회의는 방통심의위원들의 '수준'을 여과없이 보여준 셈이다. 21일 전체회의를 방청한 <미디어스>는 방통심의위원들의 '황당한' 발언록을 전부 공개한다.

<미디어스>는 독자들의 가독성을 고려하여 위원들의 발언을 '인터넷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금은 조선시대?' '고압적 태도로 2MB18nomA를 몰아세우다'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다.

방통심의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방송 내용이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통신에서의 건전한 문화 창달과 올바른 이용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설립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과연 방통심의위가 설립 목적에 걸맞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가지도 못하는 이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권위를 내세워, 방송과 인터넷상의 콘텐츠 내용을 심의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자질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자 여러분께 '즐감'과 함께 '깊은 고민'을 부탁드린다.

①인터넷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권혁부 위원(전 KBS이사) "(운영자 송씨를 향해) 특정인에 대한 욕이 될 수도 있음을 인식했는가? 그런데 한 사람이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등을 여러 개 운영할 수도 있는가?"

'2MB18nomA' 운영자 송씨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는 전혀 다른 성격의 미디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여러 개를 운영한다.

대통령에 대한 욕설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했지만, 제 계정에 대해 별다른 관심없이 그냥 지나치는 사람도 많다. 오히려 방통심의위가 제 계정을 차단해서 수천 명의 팔로어가 증가했다. 그런데 외국 어느 나라가 트위터 아이디나 인터넷 주소에 대해 욕설을 연상한다고 해서 차단하는가? 혹시 그런 사례를 찾아보셨는가?"

권혁부 위원 "지금 우리는 '한국'에 살고 있다. '외국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한국에서도 보편적 지배력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아이디도 심의대상이 되는 정보일 수 있다."

▷김택곤 위원(국회의장 몫의 민주당 추천, 전 전주방송 사장) "기발하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지나치게 직설적이다.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이들도 욕할 줄 안다. 서로 욕을 하게 되면 인터넷 공간은 아마도 난동의 세계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

송씨 "(그 아이디가 부적절한지 아닌지는) 저를 팔로어하는 이들이 평가할 일이지 방통심의위로부터 심의받아야 할 일은 아니다."

②지금은 조선시대?

▷엄광석 위원(국회의장 몫의 한나라당 추천, 전 SBS 논설위원) "아이디를 만들 때 순간적으로 떠올렸다고 했는데, 정확한 의도가 뭐였느냐? 의도가 뭐였든 간에 '2MB18nomA' 가운데 '2MB'를 대통령에 대한 지칭으로 받아들인 사람에게 사과할 용의가 없는가?"

송씨 "없다."

엄광석 위원 "저는 신청인과 대화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일정한 규범 속에서 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사회 생활이 아닌가. 방통심의위에 찾아와서 이런 문제를 가지고 저렇게 언어유희를 하는 것이 적절한 태도인가?"

송씨 "언어유희 한 적 없다. 그런데 지금이 왕조시대인가?"

엄광석 위원 "원래 저는 시각이 다른 사람들과도 얼마든지 대화가 가능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저는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송씨를) 이해할 수 없다."

송씨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계정을 차단당한 사람의 심정을 아는가?"

엄광석 위원 "저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그런 아이디를 만들지는 않는다."

▷권혁부 위원(전 KBS이사) "감히 대통령을 욕하는 것으로 비쳐진다고 생각된다면 이를 피하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송씨 "대통령을 욕할 권리는 국민 누구에게나 있는 것 아닌가. 국가기관으로부터 계정을 차단 당하는 불행한 사태가 빚어진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다."

▷최찬묵 위원(대통령 추천,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 "굉장히 심한 욕설이라고 생각한다. 그 보다 더 심한 욕설이 있는지 예로 들어서 말해 달라."

송씨 "저는 욕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욕설은 친구들 사이에서 친근하게 할 수도 있는 말이 아닌가?"

최찬묵 위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박만 위원장(대통령 추천, 여명 대표변호사) "공인에 대한 비판이 좀 더 자유로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비판은 공인의 언행, 구체적 행동을 비판하는 것이지 막연하게 대통령에 대해 욕설을 하는 것이 허용돼선 안 된다."

(이와 관련 박경신 위원은 "숫자와 영문의 조합이 누군가를 지칭한다고 해서 규제하게 돼면 결국 공인에 대한 욕설을 연상시키는 계정들은 모두 차단해야 한다. 이렇게 규제하게되면 공인에 대한 욕설을 연상시키는 계정은 국민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원수 모독죄의 부활'과 다를 것 없는 결정"이라며 "지금 몇몇 위원들은 '감히 대통령을' 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지금이 그런 시대인가?"라고 반박했다.)

③고압적 태도로 '2MB18nomA'를 몰아세우다

▷엄광석 위원(전 SBS 논설위원) "차단 이후 팔로어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고 했는데 기뻤는가?"

송씨 "기쁠리가 있는가?"

엄광석 위원 "왜 기쁘지 않았는가? 본인이 의도했던 것이 아닌가?"

송씨 "의도하지 않았다."

엄광석 위원 "뭘 의도한 게 아니냐?"

송씨 "정상적으로 팔로어가 늘어났다면 기쁜 일이겠지만 차단당해서 팔로어가 증가한 것은 다른 문제가 아닌가?"

엄광석 위원 "송씨가 저의 인내심 테스트를 하는 것 같다. 송씨가 지금 심의위원들을 대상으로 '언어 유희'를 하고 있다. 지금 (송씨가) 말하고 있는 것 자체도 불쾌하다."

▷권혁부 위원(전 KBS이사) "직업이 무엇인가?"

송씨 "그저 평범한 회사원일 뿐이다."

▷박성희 위원(대통령 추천,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미숙하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도 그렇고, 송씨 역시 그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의견을) 왜 이렇게 욕설로 밖에 표현하지 못했을까 안타깝다. 왜 좀 더 논리적으로, 설득적으로 다가가지 못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욕설은 정치적 표현이라기 보다는 의견의 범주를 벗어나는 범위의 언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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