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정환] 5월 마지막 날 밤, 방탄소년단의 슈가가 내놓은 ‘D-2'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 22일 슈가는 ’Agust D‘라는 이름으로 믹스테이프 ‘D-2’를 발표했다. 문제는 수록곡 중 하나인 ‘어떻게 생각해?’에서 촉발됐다.

논란이 된 ‘어떻게 생각해?’에는 한 샘플링 오디오가 담겼는데, 해당 오디오는 미국의 사이비 교주 짐 존스의 연설 육성이 담긴 샘플링이었다. 짐 존스는 1978년 인민사원 신도 900여 명에게 음독자살을 강요한 문제적 인물.

문제가 된 짐 존스의 샘플링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당신은 죽더라도 살 것이다. 살아서 믿는 자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Though you are dead, yet you shall live, and he that liveth and believeth shall never die).

BTS 슈가 새 믹스테이프 'D-2' 커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짐 존스의 해당 메시지는 독창적인 발언이 아니다. 이천 년 전부터 신약성경 요한복음 11장에 있는 내용을 짐 존스가 레퍼런스한 것이기 때문. 메시지 내용엔 문제가 없어도 이 메시지를 언급한 이가 900여 명을 죽음으로 이끈 짐 존스란 점에서 샘플링이 문제가 됐다.

900여 명에게 음독자살을 강요한 사이비 교주의 육성이 담긴 샘플링 논란이 불거지자 빅히트는 “프로듀서가 특별한 의도 없이 연설자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선정했다. 이후 내부 프로세스에 따라 내용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했으나 부적절한 샘플임을 인지 못하고 곡에 포함하는 오류가 있었다”고 즉각 반응했다.

이어 빅히트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검수하는 자체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이와 관련된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며 적극 진화에 나섰다.

그런데 이번에 촉발된 슈가의 ‘어떻게 생각해?’ 짐 존스 샘플링 논란에서 따져봐야 할 점이 있다. 릴 우지 버트는 ‘리더스(Leaders)’라는 곡에서 짐 존스의 육성을 샘플링하지 않았지만 가사로 짐 존스를 대놓고 언급한다. 해당 노래에서 가수는 스스로를 짐 존스로 비유한다(Made a cult followin' like Jim Jones).

하나 미국 내에서 해당 가사로 논란은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 9.11 테러가 일어나기 전까지 전몰 유공자를 제외하고 최대 사망자를 발생시킨 짐 존스를 가사로 비유해도 논란이 야기되지 않았단 의미다. 짐 존스의 육성을 샘플링했다는 이유로 논란의 중심에 선 슈가와는 대조적이다.

방탄소년단(BTS)의 슈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나 이런 이중잣대의 어폐, 릴 우지 버트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만 슈가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함에도 이번 슈가의 ‘어떻게 생각해?’ 짐 존스 샘플링 논란에서 빅히트와 슈가의 손만 들어주고 싶진 않다. 빅히트는 아티스트가 논란의 중심이 되지 않도록 검수하는 필터링 시스템에 있어서의 불완전성을 노출했다는 비난을 면하긴 어렵다.

빅히트의 검수 체계에 회의론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빅히트가 세계적으로 독보적 위치에 있는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샘플링하는 대상이 저작권 문제가 없는가, 또는 샘플링 음원의 주체가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가를 사전에 적절히 필터링할 수 있어야 하는데, 빅히트는 이런 필터링 차원에서 차질이 있었음을 이번 해명에서 자인한 셈이다.

짐 존스의 샘플링과 슈가의 노랫말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하는 비판에 있어서도 자유롭진 못하다. 자기도취가 가득한 ‘어떻게 생각해?’ 속 가사와 짐 존슨의 메시지는 일관성을 갖지 못한 채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논다. 이러한 상이성에 빅히트 내부 검토팀이 이견을 제시하고 시정을 했으면 이와 같은 논란은 불붙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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