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EBS가 고 박환성·김광일 독립PD 사망 사고 3년 만에 사과에 나섰다. 김유열 EBS 부사장은 지난 4월과 5월 박환성·김광일 PD 묘소를 참배하고 유가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EBS는 7월 15일 전후로 ‘야수의 방주’를 편성하고, 불공정 제작 관행 개선을 위해 상생협의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박환성·김광일 PD는 2017년 7월 14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들은 부족한 제작비 때문에 운전기사 없이 스스로 운전을 했다. 사고 이후 EBS가 제작비를 삭감하박환성 PD에게 정부 제작지원금 40%를 간접비로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환성 PD 유족은 EBS 임직원 2명에 대해 업무 방해와 명예훼손을 적용해 형사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됐다. EBS 측은 박환성·김광일 PD 사건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한 바 있다.

EBS가 사망 사고 3년만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 EBS는 지난 4월과 5월 박환성·김광일 독립PD 사망 사고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김유열 부사장은 4월 23일 박환성PD 묘소를, 5월 7일 김광일PD 묘소를 찾았다.

EBS는 두 PD의 3주기인 오는 7월 15일 ‘야수와 방주’를 편성하고, 박환성 PD가 제작한 다른 작품도 함께 방송하기로 했다. 또 EBS는 독립PD협회, 제작사협회와 함께 상생협의회를 구성했다. 상생협의회는 1일 첫 회의를 열며 독립PD·제작사 불공정 관행 개선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번 사과는 김유열 EBS 부사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김유열 부사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두 PD를 알고 있다”면서 “사고 당시 우종범 전 사장은 사과하겠다고 했는데, 사장이 교체되고 내부 사람도 바뀌어 정리가 안 됐다. 김명중 사장에게 ‘부사장이 되면 이런 걸(두 PD에 대한 사과) 하고 싶다’고 건의했고, 사장도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김유열 부사장은 “사법적 판단 이전에 PD 사회의 윤리적 공감대가 있다”면서 “사법적으로 EBS에 문제가 없다고 해도, 합법적이라고 뭐든지 허용되는 건 아니다. EBS가 좀 더 잘했다면 그런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열 부사장은 “모든 쟁점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긴 어렵다”면서 “EBS가 도덕적 책임을 질 부분이 있고, 그런 부분에서 사과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독립PD협회는 1일 입장문에서 “만시지탄이지만 EBS의 전격적인 사과를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다큐프라임을 처음 기획하고 편성까지 했던 김유열 부사장이 취임하면서 유가족들에 대한 사과가 가시화되었다”면서 “협회는 EBS와 함께 ‘진정한 상생 협력의 길 찾기’에 나서고자 한다. EBS의 환골탈태가 공정한 방송생태계 실현의 디딤돌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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