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n번방 방지법' '넷플릭스 규제법'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법' 등의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처리를 앞두게 됐다.

이날 법사위를 통과한 'n번방 방지법'은 불법촬영물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인터넷 사업자에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인터넷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온라인상 불법촬영물 재유통 방지 의무를 강화한 것이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상규 위원장이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간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한성숙) 등 인터넷 업계는 이 법안이 '사적 검열'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피력해왔다. 디지털성범죄 차단을 위해서는 이용자의 이메일, 메시지 등을 들여다봐야 해 사적 검열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입장을 내어 사적 검열 우려는 없다고 반박했다. 개정안의 내용이 개인 간의 사적 대화를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 불법촬영물의 2차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이다. 실제 법 개정안은 대상 정보를 '일반에 공개된 정보'로 한정했다.

이 같은 방통위 입장과 관련해 중앙일보 등 일부언론에서는 'n번방 방지법'이 'n번방'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방통위도 실토했다는 식의 비판을 내놨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사인 간의 대화도 사업자가 감시하도록 하는 위헌적 입법을 해야한다는 주장인지 의미를 되묻고 싶다"고 반문하며 신고포상제 운영, 유포자에 대한 형사처벌 등을 통해 텔레그램 등 사적 대화방에서 유통되는 불법촬영물 유통을 억제하고 DNA 데이터베이스 등을 활용한 재유통 차단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n번방 방지법' 적용과 관련,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제 적용을 위해 '역외규정'을 추가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법사위를 통과했다. 국내 사업자들은 역외규정을 두더라도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제 실효성이 낮아 결국 국내 사업자에 대한 규제만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는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집행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외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를 방치할 순 없으며, 역외규정과 같은 법적근거 마련을 통해 규제 집행력을 확보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하는 법안도 법사위에서 처리됐다. 시민사회는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법을 '통신요금 인상법'으로 규정하고 철회를 촉구해왔다. 이통3사의 가격 경쟁은 신고만 하면 되기 때문에 현행 요금인가제와 이동통신3사의 가격경쟁 유도는 관계가 없어 사실상 통신요금 결정권을 시장에 맡기는 법이라는 지적이다.

1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생경제연구소, 사단법인 오픈넷,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은 국회 앞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동통신 공공성 포기하는 인가제 폐지 법안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사진=미디어스)

이 같은 시민사회 지적이 법사위에서도 제기됐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 통신시장의 과점 정도가 높은 상황에서 요금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법 내용의 적절성을 물었다.

이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인가제는 시장자유경쟁을 침해하는 소지가 있어 신고제로 바꾼 것"이라며 "'유보신고제'로 바꾼 것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경우 신고 내용에 문제 소지가 있으면 반려할 수 있도록 한 특별한 종류의 신고제"라고 답했다.

정부와 국회는 '유보신고제'를 통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신고한 신규 요금제에 문제가 있으면 반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의 '유보신고제'는 소비자 이익을 해칠 우려가 큰 경우, 공정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큰 경우에 15일 이내로 반려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기존 ‘인가제’는 공급비용, 수익, 비용·수익의 서비스별 분류 서비스 제공방법에 따른 비용절감, 공정한 경쟁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도록 법에 명시된 반면 '유보신고제'는 기준이 모호해 심사 내용이 부실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기영 장관은 또 과거와 달리 통신시장에 알뜰폰 사업자 등 여러 사업자가 등장했다면서 자유경쟁체제를 통한 요금인하 효과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점유율에 소폭 변동이 있을 뿐 이통3사의 통신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9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법사위에 함께 오른 데이터센터(IDC) 재난대응 관련 법은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법은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사고 등과 같은 재난상황 발생 시 데이터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IDC를 국가재난관리 시설로 지정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이다. 인터넷업계는 이 법을 '재산권 침해'라며 반대해왔고 정부는 재난 발생 시 사후적 대응 중심의 관리책이라고 반박했다.

법사위에서는 기존 정보통신망법으로 IDC에 대한 재난 예방이 가능해 중복 규제 소지가 있다는 의원들이 반대가 강해 법 통과가 무산됐다. 최기영 장관은 이번 법이 상당부분 사후 관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법사위는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을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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