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뉴시스가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확진자 동선에 포함되지 않은 성소수자 전용 헬스장의 긴급휴업 소식을 전해 해당 헬스장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는 기사에서 해당 헬스장 소재지를 적시하고 인근 상인들의 우려를 전했다. 기사 댓글에는 성소수자 혐오 댓글이 달리고 있다. 해당 헬스장 회원들은 아웃팅(당사자 동의 없이 타인에 의해 성적지향 등이 공개되는 행위) 우려를 호소하며 회원등록 취소, 개인정보 삭제 요청 등을 문의하고 있다.

뉴시스 5월 14일 <성소수자 전용 헬스장도 휴업… 주변 상인들 "불안해">

뉴시스는 14일 <성소수자 전용 헬스장도 휴업… 주변 상인들 "불안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 OOO 지역 동성애자 전용 헬스장이 지난 8일부터 긴급휴업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헬스장은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에 포함돼 있지 않으며 확진자 역시 나오지 않은 곳으로 뉴시스 역시 이 사실을 기사에 적시했다.

뉴시스는 헬스장 홈페이지 공지글 등을 통해 헬스장에 대한 설명과 헬스장의 코로나19 방역조치, 대응 등을 소개한 뒤 인근 상인들의 우려를 전했다. 뉴시스는 "이 헬스장의 경우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긴급휴업을 실시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했지만, 성소수자들이 자주 찾는 시설인 만큼 인근 상인들 사이에서는 장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뉴시스는 "코로나19가 예전에 비해 잠잠해져서 이제 다시 장사를 해보려고 하는데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던 사람이 헬스장에 오면 큰일나는 것 아니냐", "헬스장이 지금은 휴업하고 있지만 혹시 나중에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장사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등 인근상인 발언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뉴시스는 "한편 이태원 클럽을 통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진 이후, 당시 클럽을 방문했던 일부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검사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소수자들을 향한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혐오·차별에 대한 성소수자 인권시민단체의 입장을 담았다. "이태원 클럽과 업소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난 이후 나온 언론들의 악의적 보도는 자발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하는 이들이 두려움을 갖기 충분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같은 뉴시스 기사에 대해 해당 헬스장 관계자는 15일 미디어스와의 서면, 통화 인터뷰에서 "성소수자 혐오에 대한 시민사회 비판멘트를 가져다 쓰면서 기사의 제목과 내용은 정반대다. 시민사회 멘트를 가져다 쓰면 면죄부가 되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사에 적시돼 있는 것처럼 이 헬스장이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헬스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재지 등을 특정한 뒤 인근상인 우려를 전하는 보도의 공익적 목적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헬스장 관계자는 "이 기사에는 어떠한 공익적 목적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특정 지역에 게이 전용 헬스장이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것 외에 무얼 알리고 싶었는지 되묻고 싶다"며 "'성소수자 전용' '인근 상인 우려' 등을 이야기하며 헬스장이 매우 위험한 곳이고 성소수자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는 것을 강조하여 또 다른 혐오와 불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헬스장 관계자는 기사의 내용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담겨 헬스장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헬스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 헬스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월 4일부터 휴업에 돌입, 약 한달 반가량 휴업을 실시해왔다. 현재 무기한 휴업 중인 이 헬스장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시점이었던 지난달 24일부터 10일 가량 영업한 것을 제외하면 휴업 상태를 지속하며 방역 준수사항 이행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설명이다. 헬스장 관계자는 "감염 우려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휴업을 한 업소가 기사화된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시스는 기사에서 헬스장 출입구 3곳 중 정식 출구는 폐쇄되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 헬스장 측이 정식 출입구는 일시적으로 막아놨다는 인근 상인들의 설명을 보도했다. 헬스장 관계자는 "작년 11월 오픈하고 두 달 동안 많은 이용객들이 입구가 너무 일반인들에게 노출된 곳에 있어서 불안하다고 해 공사를 다시 해서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건물 내 입구로 바꿔 놓은 것"이라며 회원들의 아웃팅 우려로 일찍이 입구를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헬스장 관계자는 "기사를 쓸 때 저희에게 확인도 없었다. 이미 기사가 퍼졌고, 블로그 등으로 저희 업소가 입방아에 오르기 시작해 회원들의 환불요구와 개인정보 삭제요청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위생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 결과가 이렇다. 사람들의 관음증을 자극해 이런 식으로 보도를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신의 사생활, 개인정보를 노출하고 싶은 사람은 동성애자를 떠나 누구도 없을 것"이라며 "예컨대 역으로 확진자 동선 따라다니는 기자들의 감염 우려로 언론사 주변 상인들이 불안하다고 보도를 하면 그걸 누가 기사로 보나"라고 반문했다.

기사를 작성한 뉴시스 기자는 해당 기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기자는 해당 기사의 취지를 묻는 질문에 "이태원 코로나19 집단감염은 성소수자 클럽에서 시작됐다"며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어 검사를 안 받고 숨어있는데, 관련 취재 중 OOO 지역 전용 헬스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용 시설이다보니 헬스장 방문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판단해 생계 때문에 영업을 해야 하는 상인 분들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이런 헬스장이 있는 것도 처음 알았고 선제적 대응도 잘하고, 확진자가 나온 것도 아니고 하니까 '재밌겠다' '실제로 잘 되고 있나 봐야겠다'는 취지로 취재를 시작했다"면서 "주변 상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해보니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성소수자가 이곳을 방문해 소문나면 어떡하느냐는 상인들 우려가 있었고, 거기가 성소수자 전용 헬스장이라고 적혀있는 건 아니라 모르는 분들도 계실 테니 OOO 지역에 이런 시설이 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쓴 것"이라고 했다.

헬스장이 확진자 동선에 포함되지 않았고, 장기간 휴업 등 선제적 대응을 해왔음에도 감염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본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거기서 확진자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이라며 "기사 본문에도 분명히 확진자 동선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썼고, 최대한 감염 가능성을 낮춰보자는 취지에서 기사를 쓴 것이다. 상대적으로 봤을 때 당시 클럽에 방문했던 사람들이 헬스장에 찾아갈 확률이 높지 않을까 해서 취재한 것"이라고 했다.

이 기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을 때 영업을 재개하지 않았었나"라며 "동선에 포함되지 않아도 찾아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사를 쓴 목적이 OOO 지역에 이런 헬스장이 있다고 알리거나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기 위해 쓴 건 절대로 아니다"라고 했다.

헬스장 측은 뉴시스를 상대로 정정·반론·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언론조정신청서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접수했다. 헬스장 측은 뉴시스에 기사삭제를 요청했으나 뉴시스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14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을 내어 "최근 서울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한 보도과정에서 일부 언론이 진단이나 방역과는 무관하게 성소수자를 부각시키면서 동성애에 대한 비난과 혐오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자신의 신분이나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두려움으로 검사를 기피하게 만들어 오히려 방역에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같은 날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의 연대체인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대책본부’는 ‘게이 클럽과 찜방을 비롯한 성소수자 업소에 대한 몇몇 언론들의 가십적 행태에 부쳐’라는 제목의 언론모니터링에서 “게이 업소에 대한 가십화는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혐오에 물타기 하는 것일 뿐이다. 당장 황색 선전을 멈춰달라”고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은 ‘언론은 성적 소수자에 대해 호기심이나 배척의 시선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언론은 성적 소수자를 특정 질환이나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 짓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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