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최시중씨가 내정됐다는 소식에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다. 시민사회․언론운동 단체는 물론이고 언론계 종사자들도 최시중씨의 비전문성, 정치적 편파성을 이유로 인선 철회를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언론 장악 음모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이번 인사에 대해 일부 언론의 보도는 미흡하기 그지없다. 특히 보수신문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몰라서인지 아니면 나날이 이어지는 이명박 초대 내각 인선 잡음에 흠집을 더하기 두려워서인지 사태의 본질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번 인선 보도에서도 ‘친(親) 청와대일보’임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2월 27일 <초대 방통위원장 최시중씨 내정> 기사에서 최시중씨의 이력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분만 소개하는 데 그쳤다. 검증은커녕 “이명박 대통령은 언론계와 여론조사 분야 등에서 두루 경륜을 쌓은 데다 정치적으로도 신뢰하고 있는 최 전 회장을 방송·통신 융합 등 미디어시장 개혁을 진두지휘할 방통위원장 적임자로 낙점”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며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분이 발탁 이유임을 당당히 전하고 있다. 언론으로서의 자격이 심히 의심스럽다. 차라리 청와대 관보라 칭해라.

조선일보는 2월 27일 <방통위 초대위원장에 내정된 최시중 李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멘토> 기사에서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 고문 중의 고문'으로서의 최 내정자의 활약상을 자세히 다뤘다. 그리고 마지막에 “방송·통신 전문가도 아니고 행정 경험도 없는 최 내정자가 '공룡 조직'으로 불리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야당 쪽에서는 벌써부터"수십 억대 재산가로 알려진 최시중씨를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이번 인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교묘하게 비켜간 것이다. 핵심인 방송의 정치적 독립 훼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비전문성과 행정 경험 없음을 간접적으로 짧게 문제 삼은 뒤, 시민사회의 비판여론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야당의 정치공세식의 대응 계획만을 전하며 초점을 흐리고 있다.

중앙일보는 방통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누가 뽑힐 것인지에만 초점을 두는 보도만 내보냈다. 2월 27일자 기사 <방송통신위원장에 최시중? 국정원장엔 김성호·송정호 경합>에서는 “최 전 회장이 방송통신위원장 외에 국정원장 후보에도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 막판 변수“라며 누가 인선될 것인지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방통위원장이 “방송·통신 기본계획에 관한 사항, 방송사업자의 허가·재허가·승인·등록·취소 등을 맡는 중요한 자리”라고 말하면서도 최시중 내정자가 그런 막중한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인지 분석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은 적극적인 비판 보도를 실었다. 두 신문은 특히 사설을 통해 이번 인사의 부적절성을 독자들에게 알렸다. 경향신문은 28일 사설 <이명박 정권도 방송 장악하려는가>에서 이번에 통과된 방통위 설치 법안의 방송 독립성 침해 요소를 지적한 뒤 “최시중씨는 한나라당 선대위 상임고문을 지낸, 정치적 중립이나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인사” 라며 “방통위 설치를 통해 이명박 정권이 방송장악 의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27일자 기사에서 방통위의 역할과 인선에 대해 상세히 보도한 데 이어 28일 사설 <대통령 핵심 측근이 방통위원장이라니>에서는 최시중씨 내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방통위를 이용해 방송을 움직일 수 있는 구조”라며 최 내정자가 “대통령의 뜻을 읽고 이를 관철시키는 데는 적임자일지 모르나, 방송의 자유와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진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구가 된 마당에, 위원장 선임까지 대통령과의 ‘코드’에만 치중한 이번 인사는 철회돼야 마땅하다. 이는 정파적으로 입장을 달리할 문제가 아니다. 방송의 생명인 정치적 독립과 직결된 사안이다. 이에 언론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그리고 방송·통신에 대한 전문성을 기준으로 최시중씨가 적절한 인사인지 국민이 올바로 판단할 수 있도록 성실히 보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장악 음모에 맞서 언론 스스로 자신의 독립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2008년 2월 29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약칭 : 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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