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표실 불법 도청 의혹과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간사인 한선교 의원은 민주당 내부 비공개 회의에서 나온 천정배 최고위원의 발언을 자세히 밝혔다. 이후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불법 도청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에 공식 수사 의뢰를 요청하는 등 파문이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27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전집중>과 전화 연결에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공개한 발언이 실제 자신이 비공개 회의에서 한 발언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24일 오후6시 30분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열어 23일 진행된 최고위원 및 문방위원 연석회의 내용이 도청당했다며 경찰에 공식 수사의뢰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권순택
천정배 최고위원은 “한선교 의원은 제 말 부분 부분을 아주 그대로 정확하게 꼼꼼하게 인용했다”며 “생생한 구어체로 돼 있는 것도 그대로 옮겼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김인규 사장도 나오고 최시중도 나와 있을 테니까 그 사람들 상대로 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우리 야당 입장을 잘 주장하고 국민들에게 알리고 그 사람들에게 뭔가를 얻어내려고 해야 합니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한선교 의원은 ‘김인규 사장 나와, 최시중도 나올 테니까 최선을 다해 야당 입장을 잘 주장하고 국민에게 알리고 그 사람들에게 뭔가 얻어내려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천 위원은 “우리 제1야당의 대표실에서 최고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지금 누군가 제1야당의 심장부를 도청했다는 증거는 확실하다”며 “이것의 경위에 따라선 결국 누가 했는가 하는 것이 밝혀진다면 결과에 따라선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이건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보다도 더 심각한 사건”이라고 우려했다.

“한나라당, 어떻게 입수했는지 사실 밝히면 된다”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녹취록이 아니라 한 측근이 민주당으로부터 메모형식으로 흘러나온 것을 정리하는 발언록’이라는 한선교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한선교 의원이 국회 문방위 회의에서 문건을 들고서 발언을 ‘이것이 틀림없는 발언록 녹취록이다’라고 발언을 했다”며 “민주당은 틀림없는 도청이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만약 불법도청이었다면 공공연하게 상임위원회에서 언급할 수 있었겠냐’는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서도 “다시 강조하지만 한선교 의원 자신이 틀림없는 녹취록이라고 했다”며 “이제 와서 딴 소리 할 게 아니라 어떻게 입수했는지 사실을 밝히면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서 민주당 내부 관계자를 통한 발언 내용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장에는 매우 제한된 사람들만 있었다. 최고위원들, 문방위원과 녹음을 담당하고 하는 실무진을 포함해서 당직자가 3명인가 있었다”며 “사람들을 다 조사해 봐도 거기서(민주당 내부에서) 나간 게 아닌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이 문제에 대해 끝까지 추적하고 파헤쳐야 한다. 물론 우리가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먼저 이제 수사권을 가진 경찰에 수사의뢰해 놓고 있다”며 “도청이라는 범죄를 누군가가 했다는 것은 지금 거의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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