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집중 호우로 경북 칠곡에 위치한 왜관철교(호국의 다리)가 붕괴됐다. 집중호우가 내리긴 했지만 강우량이 통상적인 장마의 수준을 넘어서진 않았단 점에서 지역주민과 토목전문가들은 '4대강 공사로 인한 무리한 준설'이 붕괴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오늘(27일)자 한겨레를 보면 4대강 공사를 하면서 준설 기준을 어기고 교각보호공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무리한 4대강 공사로 100년 넘게 자리를 지켜 온 다리가 끊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보도한 방송 뉴스들은 왜관철교의 붕괴와 4대강 공사의 인과관계를 애써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었다. 왜관철교가 백 년 이상 된 낡은 다리라는 점을 들어 집중호우를 견디지 못했다는 설명이 대체적이었다.

▲ 25일 KBS, MBC 뉴스 화면 캡쳐. KBS와 MBC는 왜관철교 붕괴와 관련해 4대강 공사와의 연관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KBS는 사고를 설명하며, "백 년 이상 된 낡은 교각이 장맛비로 불어난 강물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환경보존국장의 인터뷰를 인용하긴 했지만 '교량의 준설', '과도한 유량' 등의 표현만 드러나도록 했을 뿐, 4대강 관련 언급은 드러나지 않게 했다.

MBC 역시 마찬가지였다. MBC는 "새벽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옛 왜관 철교 교각 한 개와 상판 두 개가 무너졌다"고만 리포트했다. 인용된 인터뷰 역시 한 주민이 "안타깝죠. 역사가 사라지는 건데..."뿐이어서 오히려 KBS보다도 못한 모습이었다.

공영방송이 왜관철교 붕괴와 4대강 사업의 연관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데 비해 TBC의 리포트를 내보낸 SBS는 "교각을 제대로 보강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준설을 한 게 화근"이라며 KBS와 MBC에 비해 비교적 분명히 4대강 공사와의 연관성을 짚어낸 모습이었다.

SBS는 기자 리포트를 통해 "100년 넘게 낙동강의 세찬 물살을 버틴 옛 왜관 철교가 붕괴된 것은 4대강 공사로 바닥을 파헤쳤기 때문"이라며, "준설 작업을 벌이기 전 교각 보강 공사를 했지만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붕괴된 2번 교각은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언급하며 이번 붕괴의 원인이 4대강 공사 때문으로 추론하는 모습이었다.

▲ SBS는 왜관철교 붕괴가 "100년 넘게 낙동강의 세찬 물살을 버틴 옛 왜관 철교가 붕괴된 것은 4대강 공사로 바닥을 파헤쳤기 때문"이라며 무리한 4대강 공사로 인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왜관철교가 붕괴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비가 많이 내려 수위가 상승하고 유속이 빨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왜관철교 붕괴 전날 인근 지역의 강우량은 100mm 안팎으로 통상적인 장맛비 수준이었다. 국토해양부는 정작, 중요한 수위가 상승하고 유속이 증가한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점에 대해선 침묵했다. 그리고 공영방송 KBS와 MBC 역시 이 침묵에 동참했다. 4대강 사업이란 분명한 원인을 두고, 다만 비가 많이 와서 그랬다는 뻔한 결과론을 들이미는 공영방송 뉴스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답답할 뿐이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부터 방송 뉴스는 SBS만 봐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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