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입구, 6월의 마지막 주말. 많은 과거의 팬 그리고 현재의 농구팬들은 정규시즌보다 더 뜨겁고 재미있던 농구를 만났습니다. 'Again 1995! 농구 고연전(연고전)'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중과 팬들이 체육관으로, 또 TV앞으로 모였습니다.

우리 농구의 황금기를 추억하는 이 대회, 과거의 스타들이 거의 대부분 모교를 위해 찾았고 뜨거운 관심 속에 대회는 열렸습니다. 애초부터 한 케이블 채널이 기획한 이 대회, 중계방송은 물론 대회전부터 관련 프로그램들이 쭉, 함께 했죠.

본 대회 중계방송을 지켜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들은 아마 많은 농구팬들도 공감하실 만한 것들입니다. -문제라면 지금 중계와 관심이 부족한 우리 프로농구가 그 답을 과연 알고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죠.-

▲ XTM라이벌 매치 1탄 'Again 1995! 농구 연고전(고연전)' 미디어데이에서 양팀 대표들이 함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려대 OB팀 강을준 코치, 양희승, 김병철, 이인혜 매니저, 김동광 감독, 연세대 OB팀 박종천 감독대행, 호란 매니저, 김남수, 정재근, 석주일.ⓒ연합뉴스
오늘 경기가 뜨겁게, 또 재미있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관심 받고 열기를 모을 수 있었던 것, 프로농구의 관계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건 일단 "중계"와 "프로그램"의 유기적 관계를 통한 이슈 만들기의 과정일 터.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아직까지 우리 주변엔 농구를 사랑하고 팬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프로농구의 부활에 "방송"과 "언론"의 관심이 필요하며, 그런 요인들을 활용해 숨어든 팬들을 다시 모아야 한다는 기본입니다. 누구나 다 알법한 이야기인데, 모르겠습니다. 농구의 중추적 역할을 하시는 어르신들은 그걸 모르실지도.

기본적인 그런 과정들이 잘 이뤄지지 못해온 것이 지금 우리 농구계의 현실이고, 그렇기에 다가올 가을도 답답합니다. 이번 대회의 열기나 뜨거움이 프로농구로 이어질 수 있다면 조금은 다행이겠습니다만, 그런 노력도 그다지 보이지 않네요.

이번 대회는 기획부터가 "방송"에 의한 것, 그래서인지 우리 농구에서는 보기 힘들만큼 방송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방송의 숫자와 채널의 확보. KBL이 구체적으로 몰락한 건 이런 부분을 놓쳤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기본적인 바탕을 생각한다면 더 답을 찾기 쉬운 문제도 있습니다. 농구대잔치 시절의 스타들이 뛰었기 때문이고, 두 학교가 이어온 라이벌이란 관계도 그 요인일 겁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역사"를 바탕에 두고 있는 강점, 당장 프로농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겠죠. 무언가 자신의 연고감이 있는 팀을 응원한다는 것, 그것이 역사로 만들어진다는 건 학원 스포츠의 저력인데요. 프로스포츠는 그런 바탕을 "연고지역"에서 찾을 수 있죠.

농구의 다른 한편에서는 역사와 가치, 과거의 영광을 찾는 힘을 보여줬다면, 우리 농구의 중심에서는 지금 그 역사와 연고지역에 대한 가치를 한방에 무너뜨리는 일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6월의 마지막 주말에 펼쳐진 농구의 화려함, 그 다음날인 월요일엔 프로농구 역사상 가장 어이없는 연고 이전을 논의하는데요. 이런 현상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한, 오늘과 같은 열기를 프로농구에선 절대 찾을 수 없을 듯합니다.

가능성과 미래, 지금 현실이 지닌 문제의 모든 답을 보고도 지나치는 답답한 우리 프로농구의 현실. 여름의 길목에서 답을 봤지만, 아마 우리 KBL과 프로농구는 그 답을 또다시 지나치지 않을까 걱정스럽고 답답합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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