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밤 KBS가 긴급 편성한 생방송심야토론'TV수신료 인상, 선결조건은?'
25일 밤 11시 20분 편성한 생방송심야토론 ‘TV수신료 인상, 선결조건은?’, KBS에게 득일까, 실일까? 당시 방송을 지켜본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가 판단할 문제다.

하지만 이날 방송을 통해 공영방송과 국영방송을 구분하지 못하는 김인규 사장이 오롯이 각인됐다. 섣부른 판단이지만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을 것 같다.

‘KBS가 공정했는가’는 이번 수신료 인상 논란의 핵심이다. 이날 생방송심야토론에 패널로 참석한 한나라당의 김성동, 진성호 의원은 ‘수신료 1000원 인상안이 어떻게 KBS의 공정성을 강화시킬 것인지를 논의하자’고 토론 방향을 돌려보려 했으나 허사였다. 어디까지나 논란의 핵심은 KBS가 공정했는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공한 것은 KBS다.

공정성 논란이 왜 중요한지 따져볼 문제다. 누진세율이 적용되지 않는 수신료만큼 무지막지한 세금이 없다고 한다. 준조세라고 둘러대더라도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혈세가 아닌 게 아니다. 다른 세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공정성, 공익성, 공공성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게 수신료다.

수신료는 누구에게나 2,500원이다. 누진세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돈 많은 사람이나 돈 없는 사람, 힘 있는 사람이나, 힘 없는 사람 모두에게 공정하라는 의미에서 똑같은 금액을 내게 하고 거둬들이고 있다. 돈 많이 버는 재벌 회장은 그만큼 많은 세금을 낸다. 많이 벌면 누진세율이 적용돼 세금도 많이 낸다.

수신료는 다르다. 돈 없는 사람이나 돈 많은 사람이나 힘 있는 사람이나, 힘 없는 사람 똑같이 낸다. 이건희 회장이나, 정몽구 회장이 내는 수신료와 없는 사람이 내는 수신료는 같다. 수신료는 공정하라는 일종의 강제인 셈이다. 누진세율을 적용시키는 수신료는 유지될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며 전제는 공정성, 공익성, 공공성이다.

▲ 25일 밤 김인규 사장은 긴급 편성한 생방송심야토론‘TV수신료 인상, 선결조건은?’, KBS에게 득일까, 실일까?에 직접 출연했다.
하지만 김인규 사장은 생방송심야토론에서 수신료에 누진세율을 적용시킬 법한 발언을 했다. 그는 대통령 주례 라디오 연설 방송을 고집하며 ‘대통령 직선제 국가에서 국정 책임자의 결정은 중요하며 뉴스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KBS가 국영방송이라고 실토하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국영방송과 공영방송을 혼동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는 ‘대통령 직선제 국가에서 국정 책임자의 결정은 중요하며 뉴스 가치가 있어’ 이를 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KTV라는 국영방송이 있다. 물론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수신료는 아니다. 김인규 사장의 발언은 KTV도 수신료를 받아야 한다는 소리와 같다. 역할이 같은데 KTV가 수신료를 받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공영방송이 국정 책임자의 결정을 최우선 가치로 판단할 때 이미 공영방송이 아니다. KBS가 그토록 강조하는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날 심야토론에서 김재윤 민주당 의원이 ‘청와대에서 수신료를 받으라’고 말한 것은 정확한 지적이다.

이날 수신료 생방송 심야토론에 앞서 방송된 ‘6.25 특별기획 전쟁과 군인’은 수신료 가치 실현이라고 볼 수 없다. 학살자의 피해자 자손에게 받은 수신료를 가지고 학살자를 미화했다. 이게 KBS가 말하는 수신료의 가치 실현이다. 강조하건데 백선엽 다큐는 수신료의 가치를 안다면 떠올릴 수 없는 아이템이다. 그러나 김인규 사장은 이 대목에서 제작자율성 때문에 방송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KBS 시사프로램에서 4대강 등이 불방된 것은 어떻게 둘러댈지 도통 모를 대답이었다. KBS 제작자율성은 럭비공이라는 얘기인데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정권에 유리한 제작자율성이라는 얘기다.

수신료 가치 실현이 아닌 게 또 있다. 자사 이기주의밖에 안 되는 국민의 전파 사유화다. KBS는 생방송 심야토론에 ‘수신료 인상 논란’을 긴급하게 편성했다. 수신료 인상이 국회 논란으로 이어져 차일피일 미뤄지자 자사 토론 프로그램에 올렸다. 자사의 이익이 걸려있는 문제에 신속했다. 다른 사회적 의제에 이만큼 신속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김인규 사장까지 직접 출연한 이날 생방송심야토론, 긁어부스럼만 만들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