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일명 ‘기자단톡방', '언론인 단톡방'으로 알려진 사건의 피의자들이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지만 검찰은 이들이 반성하고, 초범으로 사안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불기소결정서를 보면, 피의자 12명 대부분은 음란물을 볼 수 있는 사이트 링크공유, 성매매 정보 공유,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모욕 등의 게시글을 기자 단톡방에 올린 사실을 인정했다.

이들은 언론사 소속을 인증해야 들어갈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시가 흐르는 문학의 밤’, ‘[김영란법] 잠정적 범죄자들의 모임’ 등에서 버닝썬 관련 불법 촬영물로 추정되는 영상을 유포하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이어 성 구매 경험을 무용담처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여성단체 디지털성범죄아웃(DSO)측이 이를 경찰에 고발했고 검찰로 넘어가 특정된 피의자 12명에게 음란물 유포(9명), 명예훼손(4명), 모욕(1명), 성매매(1명)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8명의 성명불상자도 비슷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물을 유포한 최 모 씨를 구약식 기소하고, 음란물유포(사이트 링크와 지라시 공유) 혐의를 받는 공 모 씨에게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를 결정했다. 나머지 피의자들은 ‘기소유예’,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자료사진=연합뉴스)

미디어스가 해당 사건의 불기소결정서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검찰은 피의자들이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안이 비교적 중하지 않고”, “피의자가 범행을 자백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피해자의 사회적 인격이 저하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피해자를 특정하는 사진과 글을 올린 건 맞지만, 명예훼손 아니다?

가장 많은 혐의를 받은 양 모 씨는 ‘시가 흐르는 문학의 밤’ 오픈채팅방에 피해자로 추정되는 사진 2장을 게시해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받았다. 양 씨는 해당 사진을 게재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검찰은 양 씨가 피해자를 비하하는 대화를 하지 않았다며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음’을 결정했다. 검찰은 “사진을 게시했다는 사실만으로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 씨는 중국에서 여자 3명에게 대금을 지급하고 성관계를 했다는 글을 올려 ‘성매매 혐의’도 받았다. 하지만 양 씨는 성매매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양 씨가 중국에 다녀온 사실은 맞지만, 성매매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뒤집을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며 증거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양 씨는 채팅방에 남녀가 성관계하는 등의 영상을 볼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링크를 개시해 ‘음란물 유포’ 혐의를 받았고 피의사실도 인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의자가 초범인 점, 사안이 비교적 중하지 않은 점, 피의자가 범행을 자백하고 잘못을 뉘우친 점을 참작해 기소 유예를 결정했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에 대한 혐의로 구약식 기소된 최 모 씨(프로필명 ‘Boobs’)는 피해자로 추정되는 사진 2장을 게시해 ‘명예훼손’ 혐의를 추가로 받았다. 최 씨는 피의자가 사진을 게시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검찰은 피의자가 피해자를 비하하는 내용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증거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고 결론 지었다.

공 모 씨(프로필명 ‘Good’)는 채팅방에 성관계 사진을 볼 수 있는 링크를 게시해 ‘음란물 유포’ 혐의와 더불어 지라시를 게시해 모욕한 사실이 인정됐다. 하지만 검찰은 피의자가 지라시를 별도로 편집하지 않고 전달해 안이 비교적 중하지 않다고 봤으며 피의자가 범행을 자백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점을 참작, ‘보호관찰소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했다.

대부분의 ‘명예훼손’, ‘음란물 유포’ 혐의를 적용받은 피의자들에게 검찰은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프로필명 ‘거시기’는 “00 보건쌤 이름이 000인가요?”라며 피해자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는 글을 게시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됐다. 검찰은 피의자가 해당 글을 게시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피해자의 본명을 확인하려는 의도로 보일 뿐 그것만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며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을 결정했다.

프로필명 ‘Tasty’, ‘지포’, ‘기형도’, ‘qwer’, ‘ㅍㅍ’, ‘불타는밤’, ‘이기자’ 등은 채팅방에 남녀가 성관계하는 영상 또는 이를 볼 수 있는 링크를 게시해 ‘음란물 유포’ 혐의를 받았다. 이들 역시 피의사실은 인정됐으나 검찰은 피의자들이 초범이고 동종전력이 없는 점, 비교적 사안이 중하지 않은 점, 범행을 자백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점 등을 참작해 기소유예를 결정했다.

프로필명 ‘추워요’는 채팅방에 피해자를 지칭하며 “어디 업소 에이스처럼 생겼고”, “수녀님 비스무레한데...”라는 글을 게시해 ‘명예훼손’ 혐의를 받았지만 피해자가 피의자 처벌을 원치 않아 한다는 고소취하서를 제출해 ‘공소권 없음’ 처리됐다.

프로필명 ‘스미마생’은 채팅방에서 피해자를 지칭해 ‘보통 원나잇하고 남친한테 들켜서 나 강간당한 거야 하는 거랑 비슷해 보이네여’라는 글을 게시해 모욕 혐의를 받았다. 해당 건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죄이지만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 ‘공소권 없음’ 처리됐다.

이밖에 성명불상자들은 특정 피해자를 지칭하며 ‘수틀리면 썸타다 고소할 것 같은 느낌이 감돕니다. 그냥 가까이 하면 좋지 않을 느낌입니다’는 글을 게시, ‘여자가 진상이래요. 불륜관계를 남자가 정리하려고 하니까 여자가 경찰신고’라며 특정인을 지목, 성매매를 암시하는 표현이 포함된 광고를 볼 수 있는 사이트를 게시해 모욕, 성매매광고, 음란물 유포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은 소재불명으로 인적사항이 명확하지 않아, 피의자의 인적사항이 확인될 때까지 기소를 중지한다고 했다.

"기자단톡방 사건의 처분 결과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검찰의 ‘기자 단톡방’ 사건 처분 결과에 대해 “그동안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성폭력이 심각하고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지금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한 거대한 공분은 N번방 이전에 기자 단톡방, 유명 남성 연예인들의 단톡방, 제대로 처벌되지 않았던 수많은 사이버 성폭력이 더해진 공분”이라는 비판성명을 냈다. 이들은 “수사·재판기관은 사이버 성폭력을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절실한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며 “기자 단톡방 사건의 처분 결과에 분노를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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