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인터넷기업의 디지털성범죄 사전차단 의무를 강화한 국회 발의 법안을 두고 “현상을 외면하고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성범죄 문제에는 공감하지만, 본인들에게 책임을 묻는 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n번방·박사방 사건에 대한 대책 마련으로 디지털성범죄 방지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인터넷기업에 디지털성범죄 방지 의무를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인터넷기업은 디지털성범죄 자체 모니터링과 불법 촬영물 유통방지, 삭제 전담인력 운영을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인터넷기업은 매출액의 100분의 10 이하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해야 한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 송희경 미래통합당 의원도 디지털성범죄 예방·처벌 법안을 발의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일 입장문을 통해 “디지털성범죄 대응책은 인터넷기업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형사정책적으로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인터넷기업에 대해 디지털성범죄 방지 의무를 부과한 법안을 사실상 반대한 것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네이버·카카오·네이트 등 주요 인터넷기업을 회원사로 둔 단체다.

인터넷기업협회는 인터넷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면 범죄가 진화할 수 있다고 했다. 협회는 “사회 전체 구성원의 공감과 노력이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인터넷기업에 대한 규제만을 강화하게 될 경우, 범죄행위를 플랫폼에 전가하는 도피처를 제공할 우려가 있다”면서 “범죄가 폐쇄적이거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인터넷기업에게 관리통제 책임을 부담시키는 방법도 국내규제를 강화할 뿐 범죄의 예방이라는 목적 달성에 실효성이 없다”면서 “대한민국의 인터넷 산업 발전과 국내 기업의 서비스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기업협회는 “인터넷기업들에 범죄행위의 사전적 차단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과중한 형사책임을 부과하려는 것은 현상을 외면하고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면서 “대응책은 인터넷기업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형사정책적으로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국회와 정부는 기업에 과중한 책임을 부과하는 불합리한 제도가 아닌 행위자의 불법행위 유인을 제거할 수 있는 형사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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