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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기자협회 "기자협회, 정필모 비례대표 추천 철회하라"후배기자, 언론학자, 시민단체 입모아 비판…"기자협회 추천은 시작부터 결과까지 모두 부적절"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03.30 15:59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언론계 내부에서 정필모 전 KBS부사장의 더불어시민당 비례후보 추천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정 전 부사장을 추천한 단체 중 하나인 PD연합회가 추천을 철회하면서 KBS기자협회는 “모든 것이 잘못된 추천이니 한국기자협회는 철회하라”는 성명을 냈다.

정필모 전 부사장은 23일 더불어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8번에 배치됐다. 부사장직 퇴임 34일 만에 정치에 도전하자 KBS기자협회는 “개탄스럽다”며 성명을 냈다. 이후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까지 비판 성명을 내자 고찬수 한국PD연합회장은 27일 더불어시민당 측에 정 전 부사장 추천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정필모 전 KBS부사장 (사진=KBS)

KBS기자협회는 30일 또 다른 추천 단체인 한국기자협회도 정 전 부사장의 추천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냈다. KBS기자협회는 “우리는 지금 한국기자협회가 ‘누구를’ 추천했는지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해묵은 언론인 출마 논쟁을 다시 하자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 전에 추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기자협회의 이번 추천은 시작부터 과정, 후보자 적격성에 이르는 결과까지 모두 부적절하다”고 일갈했다.

KBS기자협회는 “언론의 역할은 진실 보도와 권력 감시다. 회원 모두가 기자인 한국기자협회가 여당 비례대표 후보를 그것도 논란과 지탄의 대상인 위성정당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라며 “누가 더 뻔뻔한가를 경쟁하는 위성정당 선거판에 한국기자협회가 그럴싸한 ‘실리’를 내세우며 추천인으로 등장했으니 앞으로 기자들은 무슨 면목으로 권력 감시를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토로했다.

KBS기자협회는 각 지부에 입장을 묻지 않고 정 전 부사장을 추천한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에게 후보 추천을 철회하고, 공식 사과 및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29일 KBS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는 정 전 부사장을 비롯한 언론계 인사들의 정치권행을 비판했다. <저널리즘 토크쇼J>에 출연한 이정호 미디어오늘 편집장은 “일종의 산업스파이”라며 “기자라는 게 직업 특성상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아는 특성이 있는데 취재원이 기자한테 정보를 줄 때는 공정하게 국민을 위해 알려달라는 취지로 쓰는 건데 자신의 개인적인 정치 이익을 위해서 정치 행보를 위해 사용하는 거니까 문제가 있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홍성일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연구원은 “각 정당에서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 보여줄 수 있는 게 비례대표 선발”이라며 “사회적 소수자, 혹은 전문성을 갖고있는 분들은 선거에 약하니까 (비례대표로) 국민들을 대표할 수 있게 하는 건데, 언론인이 사회적 소수자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임자운 변호사는 “대기업이 홍보부서에 기자들을 데려가는 이유가 비슷하다”며 “심지어 비례대표로 간다는 것은 그 길을 심지어 쉽게 가겠다는 것, 지역구 경쟁조차 하기 싫다는 것으로 비판받아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선배 언론인의 정계 진출을 보는 후배 기자들은 비슷한 반응이었다. '저널리즘 토크쇼J' 제작진이 접촉한 기자들은 “(선거)직전에 결정해서 (언론사를) 나가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다 그러며 정계 진출을 위한 하나의 도구였느냐. 신뢰성의 문제가 생기는 것”, “현직 기자로서 내 취재의 진정성도 타격을 입는 느낌이 든다. 정치인이 되려고 밤낮 가리지 않고 취재원을 만난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KBS<저널리즘토크쇼J>83회 "언론은 어떻게 정치판의 선수가 되었나" 화면 갈무리

정 전 부사장 외에도 언론계 출신의 정치 인사들은 많다. 이번 총선에 공천 신청한 언론계 출신 인사들만 60여 명에 달한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언론과 권력의 사이가 가까워졌다고 우려했다. 기자의 권력감시 역할이 느슨해지지 않겠냐는 기자들의 지적과 같은 맥락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25일 “공영방송 주요 인사의 부적절한 정계진출이 거듭되는 배경에는 모른 척 용인하고 은근슬쩍 밀어주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며 “그러는 사이 ‘언론과 권력의 거리두기’라는 규범은 느슨해졌고, 언론에서 정계로 넘어가는 문턱은 보이지 않는 수준으로 나눠지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라도 바꿔야 한다”며 “정당에 줄서기가 대체 무슨 언론개혁이란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역시 29일 논평에서 “KBS를 바로 세우기 위한 진실과 미래위원회 위원장까지 맡았던 정 전 부사장의 퇴임 직후 정계 직행은 국민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출신으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민언련은 “올바른 방향의 언론개혁을 위해서는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이 중요하다”며 “언론개혁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진정성을 얻기 위해서는 그 과정이나 방법도 정당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선거법 개정 취지에 역행하여 급조된 위헌적 위성정당에서 언론 개혁의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출사표는 기대보다 실망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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