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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단죄에 잊힌 ‘n번방' 피해자 보호포털 자동완성 기능으로 피해자 신상 공개돼..."조주빈은 악마가 아니라 성착취 범죄자 중 하나다"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03.26 17:13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텔레그램 n번방의 ‘박사’ 조주빈 검거 후 n번방 관련자 처벌에 관심이 집중된 사이 잊혀진 이들이 있다. 성착취 동영상의 피해자들이다. 여성단체 10곳이 힘을 합친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지원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은 원민경 변호사는 “조주빈과 범죄수사 위주의 보도가 나오는 동안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이뤄지지 않고 구체적인 피해 상황이 확인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피해자 인적 보호를 촉구한다”고 외쳤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내자!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고 외쳤다. (사진=미디어스)

대형포털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자동완성어’, ‘연관검색어’ 서비스가 피해자의 인적사항 공개를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변호사는 “자동완성어와 연관검색어에 ‘텔레그램 n번방 000’라는 식으로 피해자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이로 인해 수많은 이용자들이 피해자의 이름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포털사이트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이름이나 사진이 게시되어 피해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게시물에 대해 임의로 삭제 및 게시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포털사이트는 피해자가 먼저 게시물을 신고할 때까지 조치하지 않는 등 미온적 태도로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변호사는 “포털사이트가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연관검색어나 자동완성어로 오르지 않도록 필터링하고, 피해자가 반복적으로 신고하지 않더라도 게시물이 삭제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보호 조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해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사진이나 영상물이 포함된 게시물은 24시간 이내 삭제조치 되지만 피해자의 인적 사항만 게시된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원 변호사는 “피해자를 유추할 수 있는 기사 작성에 유의해주길 바란다”며 “피해자를 궁금해하지 말자. 피해자 낙인찍는 모두가 공범”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연관검색어 화면. 공대위는 "피해자를 궁금해지 말라", 피해자 낙인찍는 모두가 공범"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궁금한 건 조주빈의 어린 시절이 아닌, 그들이 어떤 처벌을 받을지"

신성연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뛰어난 보안 정책으로 성착취 동영상 유포 공간으로 악용된 텔레그램에 호소했다. 신 활동가는 “텔레그램의 강력한 보안 정책은 반푸틴 세력을 감시하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되었지만 한국에서는 다른 의미로 추앙받았다”며 “텔레그램으로 성착취 피해자가 발생한 이상 텔레그램은 자사 정책 때문에 이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 활동가는 “온라인 성착취 네트워크를 끝장내려면 조주빈이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며 “조주빈은 악마가 아니가 숱한 성착취 범죄자 가운데 하나며 시민이 되기를 실패한 남성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그의 어린 시절, 성격, 외모, 친구, 가족, 취미, 옷도 궁금하지 않다”며 “우리가 궁금한 것은 오로지 검찰과 법원과 사회가 그를 어떻게 벌할 것인지”라고 밝혔다. 검찰은 가능한 한 모든 법을 동원해 조주빈을 가두려 애써야 하고, 법원은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가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임을 천명하고 그가 거둔 범죄 수익에 추징금과 배상금을 물려 파산에 이르게 해야 한다고 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관련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령은 많았다. 조은호 변호사는 조주빈 등 ‘박사방’ 운영진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특례법, 아청법, 아동복지법 등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꼽았다. 후원자 대다수는 가담 정도를 불문하고 공동정범에 해당된다고 봤다. 시청만 했다는 회원들 역시 운영진들이 불법영상물을 제작하는 것을 교사 내지 방조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이같은 법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디지털 성범죄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수사기관, 법원, 변호인 등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 때문“이라며 ”세 기관 모두 디지털 성범죄를 단순 음란물로 치부, 취약한 피해자에 대한 폭력이라는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캐나다는 '성착취 범죄' 개념 도입해 처벌

성착취 사건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법 제도 마련이 필요하단 주장이 나왔다. 미국과 캐나다는 온라인 성착취 범죄가 급증하자 ’성착취 범죄‘(sex extortions)라는 법적 개념을 도입해 처벌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온라인 성착취 범죄의 대표적 유형인 ’비동의 유포에 대한 처벌‘을 형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비동의 유포‘의 해석에 당사자의 의사에 대한 확인 부주의도 포함해 5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아동·청소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성착취 범죄가 벌어졌을 때 제작한 이는 초범이라 할지라도 최소형량 15년에서 최대 3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성착취물을 전송, 배포, 판매 목적으로 소지할 경우는 5년 이상 20년 이하 징역 및 벌금형과, 단순 소지의 경우에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을 부과한다.

박예안 변호사는 “우리나라도 관련 법 조항이 생긴다면 무엇보다도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해야하고,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텔레그램성착취 공동위원회는 지난 2월 14일 결성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등 10개 단체가 운영을 맡고 24곳의 연대 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성착취는 성적 욕망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닌, 여성 혐오적 욕망의 발현이며 조직적이고 체계화된 남성강간문화의 결과”라며 “더 이상 남성강간문화, 성착취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동위는 대응을 위해 성착취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했고, 성착취 피해를 지원할 수 있는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포함한 디지털 기반 성착취에 강력 대응할 수 있는 법 제·개정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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