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콜센터가 또 다른 집단 감염병 진원지로 나타났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콜센터와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상담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며 이번 기회에 콜센터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13일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콜센터는 ‘을 중의 을’이다. 근무환경이 열악하기로 소문났는데 코로나 19사태로 많은 것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콜센터 노동자들은 닭장처럼 다닥다닥 붙어 앉아 일한다”며 “심지어는 칸막이도 없는 곳에서 근무한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안 소장은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에서 근무중인 노동자들이 찍힌 사진 한 장을 제시했다. 사진 속 노동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연합뉴스TV 3월 12일 자 <콜센터 다수는 하청…증상 있어도 "증명서 떼와라">보도 화면 (사진=연합뉴스TV) *이 사진은 참고용 사진으로 안진걸 소장이 제시한 사진과 다름*

안 소장은 “그나마 1339처럼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은 칸막이가 조금 넓지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한다”며 “마스크를 쓰면 응대할 때 목소리가 작게 들려 항의가 들어오고 평가점수에 반영되기에 압박을 받아 마스크 착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마스크 착용이 어려우면 최대한 콜센터 상담원 간의 간격을 늘려야 하지만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개선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유증상자가 발생해도 잠시 병원을 갈 수 없는 응대 구조”라며 “비말이 튈 수도 있는 칸막이가 없는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을 몰아넣는 열악한 작업환경이 코로나19 사태로 다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의 콜센터 노동자들은 7만 5천 명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부분의 콜센터 직원들은 위탁대행 업체 소속으로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게 안 소장의 지적이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120 다산콜센터 직원들은 투쟁 끝에 직접 고용형태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95%의 콜센터는 위탁대행 형태다.

안 소장은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재택근무를 하라고 하지만 상담원마다 컴퓨터, 전화 장비 등을 집에 가져가야 하는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위탁업체는 이러한 조치를 못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안 소장은 “이번 기회에 대기업들이 회사의 얼굴인 콜센터 업무를 위탁업체에 맡긴 걸 부끄럽게 생각하고 직접 고용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오늘(13일) 오전 11시 CJ텔레닉스 앞에서 콜센터 노동자들의 감염 예방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12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에 입주한 콜센터와 관련한 코로나19 확진자가 109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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