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선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한국정부가 일본의 크루즈선 봉쇄 대응을 배워야 한다는 취지의 중앙일보 7일자 사설이 온라인상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7일 사설 <정부의 우왕좌왕·뒷북·눈치보기가 신종 코로나 사태 키워>에서 "6일 오전 일본은 요코하마항에 들어온 크루즈선 전체를 봉쇄했다. 배 안에서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이라며 "3700여 명의 탑승객 전원을 열흘간 해상 격리했다. '예방조치는 과하다 싶을 만큼 강력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말은 이럴 때나 쓰는 것"이라고 썼다.

일본 정부는 크루즈선 해상 격리와 더불어 세계보건기구(WHO)에 크루즈 선내 감염자를 일본 국내 감염자 수에 포함하지 말라고 요청하는 등 크루즈선과 선을 긋는 행보를 보여왔다. 중앙일보는 이 같은 일본 정부의 '봉쇄' 조치를 칭찬하면서 한국 정부 비판의 근거로 삼았다.

중앙일보 2월 7일 사설 <정부의 우왕좌왕·뒷북·눈치보기가 신종 코로나 사태 키워>

그러나 현재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일본 정부의 어이없는 대응이 만들어 낸 '바다 위의 감옥'으로 불리고 있다. 13일에만 44명의 '코로나19' 추가 감염자가 확인되면서 현재까지 218명의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발생했다. 급속한 사태악화에 세계보건기구(WHO)가 12일 일본 정부에 크루즈선의 자유로운 입항을 허가하라고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낙인을 찍을 때가 아니라 연대해야 할 때"라는 게 WHO의 입장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일본 정부의 대응에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국'이 탄생했다는 비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최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이 같은 일본 정부의 대응은 일본 내에서도 비판 여론에 직면하고 있다.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인 '야후 재팬' 등에서는 일본정부의 늑장대응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크게 일고 있고, 일본 감염병 전문가들은 일본 당국이 초기대응에 실패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200명을 넘어서자 일부 승객을 하선시키겠다는 입장을 13일 밝혔다. 80세 이상 고령자, 지병이 있는 승객, 창문이 없는 객실 이용자 등을 검사한 뒤 이상이 없는 사람은 배에서 내릴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의 대처가 자국민 안전과 인권보호 전반에 있어 실패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13일부터 해당 중앙일보 사설 댓글란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는 '성지글'이라는 조롱섞인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중앙일보 사설에 대해 안재승 한겨레 논설위원은 12일 칼럼 <이성 잃은 조선·중앙의 '코로나19' 보도>에서 "'골 때린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진 것 같다"며 "일본 크루즈선의 확진환자가 6일 20명에서 12일 174명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논설위원은 "중앙일보 사설이 나오기 전인 6일 오전부터 아베 정부의 부실한 초동 대처를 비판하는 보도들이 나왔다"며 "일본 정부가 크루즈선에 탑승했다가 홍콩에서 하선한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통보를 홍콩 당국으로부터 받은 게 2일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사흘이 지난 5일에야 승객들의 식당·극장·수영장 등 공용시설 이용을 제한했다. 이를 모르고 사설을 썼다면 게으른 것이고 알고 썼다면 양심 불량"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