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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이트에 선동당할 국민 없어"[인터뷰]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온라인 정보접근 막는 국가보안법 7조, 폐지해야"
윤수현 기자 | 승인 2020.01.30 09:47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정 요구(사이트 차단)한 북한 관련 게시물은 1,955건에 달한다. 방통심의위가 북한 관련 사이트·게시물을 차단하는 근거는 ‘국가보안법 제 7조’다. 국가보안법 제 7조는 반국가단체(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경우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상 국가보안법 적용은 명확한 근거를 찾기 힘들다. 미디어스는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를 만나 북한 온라인 사이트·게시물 차단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손지원 변호사는 “북한 정보를 보고 선동당할 국민은 없다. 이제 국가보안법 제7조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손지원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사진=연합뉴스)

- 최근 보수언론은 방통심의위가 국보법 위반 소지가 있는 북한 사이트를 차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엄격한 범위 내에서 적용되어야 한다. 북한 관련 정보가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 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친 경우에만 차단되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로 지적된 김책공대 사이트가 한국의 기본질서를 헤쳤는가. 단언컨대 아니다.

보수언론이 북한 사이트 차단을 요구하는 이유는 금기시 문화를 만들고 싶어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일반 시민이 북한 정보를 접하는 것조차 불법행위로 인식되게 하고,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이다. 북한 정보에 대한 공포심은 냉전 체제의 강화를 만들게 된다.

- 로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언론 매체 대부분은 접속할 수 없다. 국가보안법 위반을 이유로 차단됐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많은 시민들이 일반 뉴스를 통해 북한 언론 보도 내용을 접한다. 북한을 비판하기 위해 북한 언론을 인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단순히 보도 내용을 전달하는 때도 있다. 이런 뉴스를 접했을 때 일반 시민이 북한에 선동될까. 통념상으로 북한이 진실을 얼마나 왜곡하고 과장하는지 다 알고 있다. 북한에 대한 여러 가지 사정이 널리 퍼진 상황에서 북한 언론 매체가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위협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특히 인터넷은 경계가 없다. 국가가 차단한다고 정보 접근이 막아지는 것이 아니다. 일반 시민 중 다수는 VPN을 사용해 북한 언론 매체를 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열의 실효성이 없다는 뜻이다.

북한 로동신문 (사진=연합뉴스)

- 북한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해 얻을 수 있는 국익이 있는가 

정보를 막아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없다. 불이익만 넘칠 뿐이다. 통일을 생각한다면 북한은 우리가 잘 알아야 하는 국가다. 일반 시민이 북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인터넷이 유일하다. 정보를 공개해 북한에 대한 여러 정보를 널리 알려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북한 연구에 가장 취약한 나라다.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을 연구하는 외국 학자들도 ‘한국은 북한을 연구하기 힘든 나라’라고 평가하고 있다. 기형적인 상황이다.

사실상 북한에 선동당하는 시민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일부 극소수는 주체사상을 따를 수 있지만, 이를 두려워해 정보를 차단하는 건 말이 안 된다. 

- 결국, 문제는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 제 7조 찬양·고무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항이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선 명확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북한을 찬양·미화한다고 사회 질서에 심대하고 명백한 해악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특히 북한 사이트 차단은 다분히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사실상 사상검열과 다름없다. 하지만 심의 결정 사례는 일관적이지 않다. 비슷해 보이는 성격의 북한 관련 인터넷 사이트라도 차단되는 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예가 있다. 일관성이 없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제 7조 찬양·고무 조항은 폐지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은 한국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행동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사상을 검열하는 조항은 없어도 무방하다.

- 북한 사이트 차단 결정 주체는 방통심의위다. 방통심의위 결정에 대한 문제는 없을까

사실 북한 사이트 차단은 방통심의위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 사이트 차단 요청은 경찰, 국정원에서 들어온다. 방통심의위가 경찰·국정원의 요청을 쉽게 무시할 순 없는 상황이다. 또 방통심의위가 심의하는 북한 관련 게시물이 많은데, 이를 모두 꼼꼼하게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

현행 방통심의위 심의 현황을 문제로 삼기보다는 제도를 바라봐야 한다. 현재 방통심의위 위원 중 법률전문가는 소수이고, 6:3 구조라는 한계가 있다. 심의 과정에서 정치적 선택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시민들은 심의 기관의 선량함에 기대야 한다. 이제는 정부의 주관적 선량함에 모든 것을 맡길 수 없다. 국가가 온라인 정보를 통제하고 견제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정부가 취사선택한 북한 정보만을 접하게 된다. 

국가보안법이 문제이지만,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도 필요하다. 방통심의위가 북한 관련 게시물을 불법 정보로 판단하고 차단하고 있는데, 이는 부적절하다. 방통심의위 통신심의는 디지털성범죄, 불법 의약품 등 중대 명백한 범죄나 위급한 정보에 한정되어야 한다. 국가보안법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두고 차단 결정을 해선 안 된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사진=손지원 변호사 제공)

- 온라인상 북한 정보의 공개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선 정부 기관과 법원은 국가보안법을 한정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국가보안법이 폐지되기 전까지는 심대한 위협이 있는 북한 관련 표현물만 심의하고, 일반 게시물·사이트는 차단하지 않는 사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특히 정부는 시민을 믿어야 한다. 시민이 북한 온라인 게시물에 선동당하지 않는다는 세련된 인식이 필요하다.

시민들은 정부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 수준을 뭐로 보고 있길래 북한 게시물을 차단하는가’, ‘우리가 조선중앙통신·로동신문을 보고 선동당할 만큼 수준이 낮게 보이는가’라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우리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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