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감사위원회'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SBS 노사 합의가 파행을 겪으면서 SBS의 지주회사 전환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SBS는 지난달 29일 이사회(의장 윤세영 회장)를 열고 사내이사, 사외이사, 감사위원 등 임원 후보 선임안을 의결했으나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노사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내부 반발에 직면해 있다.

이날 SBS 이사회는 노조 추천 인사인 김진욱 동서파트너스 변호사를 포함해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대표와 이승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 3명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그러나 감사위원은 성한표 SBS 현 사외이사, 안경태 대표, 이승주 교수 등 사측이 추천한 사외이사들로 구성시켜 노조 추천 인사인 김 변호사는 제외됐다.

"감사위원에 노조 추천 사외이사 포함한다는 '노사합의' 일방적으로 파기"

▲ 서울 목동 SBS 방송센터 ⓒ미디어스
SBS 노사는 지난해 12월 29일과 지난달 11일 두 차례의 노사합의를 통해 "노조가 추천하는 후보가 사외이사로 선임될 경우 감사위원회는 이 인사를 포함해 구성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한 바 있다. 민영방송에서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지나치면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이 위축될 수 있고 따라서 지배주주로부터 보다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그 취지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SBS가 무늬만의 '감사위원회'로 경영 투명성 강화라는 국민들과의 약속을 피해가려 한다면,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1명도 감사위원으로 선임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투명하지 않다면, 우리는 SBS의 지주회사 전환을 전면적으로 재검토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노조, 시민단체, 방송위원회가 SBS의 지주회사 전환에 있어 공공성과 공익성이 후퇴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감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지배주주와 경영진을 견제·감시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감사위원회'가 SBS 이사회 결의대로 지배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로만 구성된다면 지배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견제는 오히려 약화될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심석태)도 "그동안 쌓아왔던 노사간 신뢰는 물론 SBS에 대한 시민사회의 신뢰도 심각하게 위협받게 됐다"면서 SBS 지주회사 전환의 근본적인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SBS본부는 지난 12~13일 성명과 노보 특보를 통해 "노조는 지금까지 SBS의 경영 투명성 강화, 소유·경영의 분리 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주회사 전환을 지지해 왔으나 이제 일방통행식 노사관계를 바로잡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현재의 사태는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소유·경영 분리의 제도화 등 SBS의 경영 투명성 확보와 사회적 책임 이행 방안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SBS본부, 20일 정기 주총에서 규탄대회…감사위원 선임 안건 부결 투쟁

현재 SBS본부는 오는 20일 정기 주총에서 회사가 상정한 임원 선임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SBS 주식을 보유한 조합원들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는 절차에 돌입했다. 또한 주총 당일에는 노사합의 파기 규탄대회를 열고 감사위원 선임 안건 무효를 주장하는 등 노사합의가 제대로 이행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한다는 방침이다.

SBS본부 한 관계자는 "노조 추천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경영 투명성 강화와 소유·경영 분리의 전제 조건이나 마찬가지"라며 "노사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방송위원회에 SBS 지주전환과 관련한 문제제기 작업을 벌이는 등 구체적인 행동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전국언론노조가 낸 성명 전문이다.

SBS는 지주회사 관련 노사합의를 즉시 이행하라!
- 지주회사 전환 조건은 노동조합 추천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을 통한 경영 투명성 강화와 소유경영 분리다 -

지난 1월 29일, SBS 이사회(의장 윤세영 회장)는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감사위원회> 설치를 결의하고 이를 주총의안으로 상정하였다. 그러나 감사위원으로 총 4명의 사외이사 중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1명은 제외하고 사실상 지배주주(태영)가 추천한 3명의 사외이사만 선임하기로 의결하여 무늬만 <감사위원회>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감사위원회>는 지배주주와 경영진을 견제, 감시하여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기구이다. 그러나 이번 이사회 결의대로 지배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로만 <감사위원회>가 구성될 경우, 과거 소액주주들을 대변하던 일인감사에 비해 감사 숫자는 늘어나지만 지배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견제는 오히려 약화될 것이 자명하다. 만약 이런 의도라면 이번 이사회 결정은 명백한 대국민 약속 위반이다.

지난 2005년부터 SBS는 노, 사, 시청자위원회의 3자 합의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해 오면서 ‘SBS의 지주회사 전환은 뉴 미디어 시대에 취약해진 지상파의 생존기반을 강화하여 시청자들에게 더욱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한 것’임을 공언해 왔다. 지배주주는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사외이사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를 설치하여 경영투명성을 강화하고 소유경영 분리를 철저히 실천 하겠다’고 여러 차례 국민들에게 약속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연말 SBS 노사는 '노동조합이 추천한 인사 1명을 사외이사로 추천하고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도록 노력 하겠다’는 특별합의에 서명까지 했다. 그러나 이번 이사회의 결정으로 합의문은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휴지조각이 되어 버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이하 언론노조)과 시민단체들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수적인 방송사의 경우, 지주회사 전환으로 지배주주의 방송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SBS 지배주주의 약속을 믿고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방송위원회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SBS의 지주회사 전환을 수용해 방송법에 따른 최대주주 변경 승인의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SBS가 무늬만의 <감사위원회>로 국민들과의 약속을 피해가려 한다면,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1명도 감사위원으로 선임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투명하지 않다면, 우리는 SBS의 지주회사 전환을 전면적으로 재검토 할 수밖에 없다.

사적 자본이 소유하는 민영방송에서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언론노조, 시민단체, 방송위원회가 SBS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공공성과 공익성이 후퇴하지 않도록, 무늬만의 <감사위원회>가 아닌 실질적인 <감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SBS 노동조합이 지배주주로부터 보다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정당한 요구이다.

SBS는 즉시 지주회사 관련 노사합의 사항을 이행하라.

2008년 2월 18일
전국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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