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오늘도 1회 1사 3루의 기회를 선취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무산시키는 등 타선이 여러 차례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으나 선발 김광삼이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켜 팀 10승 고지에 안착했습니다.

김광삼은 4월 16일 롯데전에서 83개의 투구수로 5.2이닝을 소화하며 시즌 첫 승을 따낸 바 있는데, 오늘은 84개의 투구수로 6.2이닝을 소화하며 단 1실점하는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로 승리를 따냈습니다. 올 시즌 LG가 시즌 초반 호성적을 거두는 이유가 선발진의 안정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4선발 김광삼이 안정적인 내용으로 두 번의 등판에서 모두 선발승을 따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상위권 타 팀에 비해 승리 계투조가 취약한 LG이지만 선발진의 강세가 승리 계투조의 약점을 상쇄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봉중근이 정상적으로 선발진에 합류하면 리즈 - 박현준 - 주키치 - 봉중근 - 김광삼의 5인 선발 체제를 완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트윈스-KIA타이거즈 경기에서 LG 선발투수 김광삼이 힘껏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 선발 트레비스가 LG전에 처음으로 등판하는 생소한 좌완 투수라는 점에서 경기 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습니다. 강력한 우타자를 다수 보유한 두산이 4월 10일 잠실에서 트레비스에 완봉패 당했음을 감안하면 LG도 첫 대결에서 트레비스에 패할 경우 시즌 내내 고전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박경수가 활약 덕분에 트레비스는 신경질적으로 돌변하며 6회초 기아 타선이 선취 득점한 후 6회말 곧바로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박경수는 3회말 볼넷으로 출루한 뒤 트레비스의 투구 동작의 약점을 간파해 2루와 3루 도루를 연속으로 성공시키며 자극했습니다. 6회말에는 선두 타자로 나와 볼 카운트 2-1의 불리한 상황에서 네 개의 파울 타구를 만들며 10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최근 박경수의 활약을 보면 올 시즌 후 입대가 선수 본인뿐만 아니라 팀으로서도 안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박경수 입대 후 2012 시즌 LG 내야진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2003년 입단 후 아직 가을 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박경수가 처음으로 팀을 가을 야구 무대로 이끌고 좋은 결과를 얻은 뒤 입대하는 시나리오를 그려 봅니다.

오늘 경기는 승리로 귀결되었지만 만일 이용규와 나지완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LG는 1회말 1사 2, 3루, 3회말 2사 3루, 4회말 무사 1루, 5회말 2사 3루의 기회를 전혀 살리지 못했는데, 과연 오늘 LG의 타순이 최선이었는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쳤다고는 하지만 좌완 투수에 강한 박용택을 선발 출장 명단에서 제외시키고, 경험이 부족한 정의윤과 윤상균을 중심 타선의 4번과 5번 타자로 기용한 것은 의문이었습니다. 정의윤과 윤상균 사이에 조인성을 배치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특히 윤상균은 3타수 무안타 병살타 2개에 그쳤는데, 4회말 무사 1루와 6회말 무사 1, 2루에서 나온 병살타 2개는 모두 잡아당기는 타격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특히 6회말 무사 1, 2루에서는 희생 번트가 아닌 강공이 벤치에서 지시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럴 경우 후속 타자가 조인성임을 감안하면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자세보다는 우측으로 밀어 쳐 진루타로 기회를 이어가겠다는 자세가 필요했습니다. 시범 경기에서 LG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들은 이유 중 하나가 주자를 1루에 두고 우타자들이 밀어치는 타격으로 진루타나 우전 안타로 2루 혹은 3루에 보내는 고급스런 플레이를 선보인 것인데 막상 정규 시즌에 돌입하니 주자를 1루에 두고 우타자들의 밀어치는 타격을 찾아보기 어려워 아쉽습니다.

셋업맨 이동현과 마무리 김광수가 8회초와 9회초 나란히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낸 것도 되짚어 볼 문제입니다. 1점차 박빙 승부에서 셋업맨과 마무리가 선두 타자 볼넷을 허용하는 것은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특히 이동현은 올 시즌 볼넷이 많은데, 이동현의 공격적인 성향을 감안하면 소위 ‘도망가는 피칭’이라기보다 구위와 구속이 떨어져 코너 워크를 지나치게 의식하다 나오는 볼넷으로 보입니다. 잦은 등판으로 인해 작년 시즌 후반부터 구위가 저하된 것이 올 시즌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이동현이 불안하자 김광수가 8회초 1사 후부터 조기 등판해 5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동현의 불안은 김광수의 혹사와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동현의 분발이 요구됩니다.

내일 경기는 심수창과 곽정철의 선발 맞대결이 예고되었습니다. 곽정철을 상대로 LG의 좌타자들이 다수 기용되어 어느 정도 공략이 가능할 테니 심수창이 초반에 무너지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수창은 내일 경기가 선발로서 주어지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만일 심수창이 무너진다면 타격전과 계투 싸움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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