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의 초반 판도가 흥미롭습니다. 상주 상무, 대전 시티즌 등 약체로 분류됐던 팀이 한동안 강세를 보이다 5-6라운드에 접어들면서는 포항 스틸러스, 수원 삼성 등 전통의 명가들이 1,2위로 올라섰습니다.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K리그 순위 경쟁에 팬들은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어느 경기나 마찬가지겠지만 오는 주말에 열리는 K리그 7라운드 역시 각 팀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경기로 다가올 것입니다. 선두로 치고 올라간 팀들은 이를 지키려 할 것이며, 따라붙는 팀들은 순위 상승을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또 하위권에 처져 있는 팀들은 이번 경기를 통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고 대반격을 노리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승부보다 경기에 내재한 이야깃거리가 있어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경기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7라운드에는 특히 이적생들 덕분에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경기가 몇 경기 있어 팬들의 흥미를 사로잡을 전망입니다.
그런 두 팀이 올 시즌 첫 맞대결을 벌입니다. 그러나 이번 경기가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울산의 공격수 설기현 때문입니다. 축구팬들을 잘 알겠지만 설기현은 지난해 K리그 무대에 데뷔해 포항 스틸러스에서 뛰다 올 시즌 직전 울산 현대로 자리를 옮긴 바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울산 이적 결정에 팬들의 의견은 엇갈렸는데 그 중 포항 팬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랬던 설기현이 이적 후 2달 반 만에 지난해 홈 경기장으로 누볐던 스틸야드를 밟게 됐습니다.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 조바한과의 경기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는 모습으로 포항 팬들을 실망시키며 '공공의 적'이 된 뒤, 갑작스러운 울산 이적으로 완전히 적이 된 설기현 입장에서는 감회가 남다를 전망입니다. 포항 팬들 역시 스틸야드에서 울산 유니폼을 입고 뛰는 설기현의 모습을 지켜보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과연 이번 첫 대결을 통해 '김병지의 저주'에 이은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될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 설기현과 같이 이적생으로서 친정팀을 상대하면서도 두 팀 모두 기대감을 갖게 하는 선수, 그리고 경기가 있습니다. 바로 경남 FC에서 수원 삼성으로 이적한 미드필더 이용래가 그 주인공입니다. 24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친정팀 경남 FC와 맞붙는 이용래는 경기를 앞두고 "친정팀, 그리고 윤빛가람과의 대결이 기대된다"면서 이번 경기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밝혔습니다.
이용래는 지난 2009년 경남 FC에서 데뷔해 조광래 감독 밑에서 꾸준하게 성장하며 대표팀까지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 아시안컵에서 맹활약하고 수원 삼성으로 이적했습니다. 통상 이적한 뒤에는 이전 소속팀에 대해 별다른 감정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지만 이용래는 수원으로 이적한 뒤에도 시즌 직전 경남 구단을 찾아가 그동안의 고마움에 진심 어린 감사를 하는 등 첫 K리그팀 경남에 대한 애정을 밝힌 바 있었습니다. 이적 후 맞는 옛 친정팀과의 대결에서 이용래가 어떤 경기를 펼칠지, 그리고 그를 사이에 두고 수원 삼성과 경남 FC가 어떤 승부를 낼지 기대됩니다.
똑같은 이적생들이지만 서로 다른 분위기 속에서 친정팀을 맞이하게 될 두 선수.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 K리그는 경쟁 속에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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