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그동안 여러분들의 성적이 안 좋았다고 여러분들이 해왔던 일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변화는 필요합니다. 임동규를 내보내고 강두기를 데려왔습니다.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일이면 전 할 겁니다. 팀에 조금이라도 해가 된다고 생각되면 잘라내겠습니다. 해왔던 것들을 하면서 안 했던 것들을 할 겁니다.”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중)

프로야구 구단 ‘드림즈’의 프랜차이즈 스타 임동규(조한선 분)와 드림즈의 또 다른 스타였지만 임동규와의 갈등으로 팀을 나간 강두기(하도권 분)를 맞바꾼 백승수(남궁민 분) 단장의 개혁은 성공할 수 있을까. <스토브리그> 3회에서 구단 프런트 직원들의 반대에도 임동규와 강두기의 맞트레이드를 성사시킨 백승수는 감독, 코치 등을 비롯한 구단 전체회식 자리에서 팀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팀에 조금이라도 해가 된다고 생각된다면 자르겠다는 백승수의 발언은 드림즈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고세혁(이준혁 분) 스카우트 팀장의 즉각적인 반발을 유발한다. 드림즈를 대표하던 스타 플레이어로 구단은 물론 팬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는 고세혁은 항상 드림즈 유력 차기 감독, 단장으로 물망에 오르곤 했지만, 그는 유망주를 발굴하는 것이 자신이 천직이라면서 사람 좋은 웃음으로 거절하곤 했다.

그러나 고세혁이 드림즈 감독, 코치, 단장이 아닌 스카우트 팀장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드림즈의 올드스타로 향후 구단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 발굴이라는 사명감도 크지만, 스카우트 팀장으로서 그가 벌인 부정은 그를 믿었던 구단 프런트를 큰 충격에 빠트린다.

SBS TV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

고세혁 팀장의 부정행각 발각은 지난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보여준 스카우트팀 간의 불협화음에서 출발한다. 만년 꼴찌 드림즈는 신인 선발권에 있어 항상 우선권을 가지는데 당시 스카우트팀은 타임을 요청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여준 것은 물론, 고세혁 팀장은 이창권(김강민 분)을 지명하려 했는데 양원섭(윤병희 분)은 끝까지 유민호(채종협 분)를 고집한 것.

백승수가 유민호의 부상을 알고도 그를 지명했던 양원섭의 뒷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드림즈의 오랜 팬인 이세영(박은빈 분) 운영팀장의 의심의 칼날은 고세혁을 향해 있었다. 드림즈의 수많은 선수들 가운데 양심적인 플레이가 돋보인 고세혁을 유독 좋아하고 따르던 이세영은 고세혁이 이창권 선수의 어머니는 물론, 최근 사고를 쳐서 드림즈 직원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이용재(장원형 분)의 부모에게도 드래프트 지명을 위한 뒷돈을 받은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이세영 팀장에게 고세혁의 비리를 전달받은 백승수는 즉각 고세혁과 양원섭의 징계 절차에 착수한다. 고교시절 혹사로 잔부상에 시달리는 유민호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 그가 가진 잠재력, 어려운 가정환경 등을 이유로 유민호를 선택해 선수 선발 시스템을 흔든 양원섭에게는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고 징계를 받아들이는 양원섭과 다르게 더 큰 문제는 고세혁에게 있었다. 고세혁이 스카우트 팀장으로 재직하며 총 55명의 선수를 뽑는 동안 그중 15명에 달하는 선수들을 자신의 출신 학교에서 선발하고, 특정 산악회에서 친분을 맺었던 학교 감독들과의 연줄로 선수를 뽑았다는 증거를 제시함에도 고세혁이 계속 오리발을 내밀자 백승수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꺼내기에 이른다.

SBS TV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

백승수와 이세영이 제기한 합리적인 의심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던 고세혁의 입을 다물게 만든 것은 이창권의 등장이었다.

“(고세혁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동안 잘 지내셨죠? 바이킹스 이창권입니다. 1년 전 드래프트에서 고세혁 팀장님께 5천만 원을 입금하고 드림즈 1순위 지명을 약속받았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바이킹스 유니폼을 입고 있네요. 통화 녹음 파일입니다. 거래 전에는 절 뽑겠다고 장담하고 거래 후에는 미안하지만 돈은 줄 수 없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이창권 대사 중)

1년 전 드림즈 선수가 되기 위해 고세혁에게 돈을 건넸던 이창권은 오히려 드림즈 스카우트팀의 소통 실패로 바이킹스의 지명을 받을 수 있었고, 그 뒤 이를 악물고 열심히 뛴 결과 올해 신인왕을 거머쥐며 미래가 촉망되는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고세혁에게 돈을 입금하고 드림즈에 입단할 수 있었던 이용재 또한 자신의 실력만으로 충분히 프로야구 구단의 지명을 받을 수 있는 선수였다. 그러나 고세혁은 지명을 받지 못할까 조마조마하는 선수와 부모의 두려움을 고스란히 이용했다.

“돈을 주고받은 줄 몰랐던 우리(구단)도 잘못했고, 돈을 준 이창권 선수 쪽도 잘못했고, 돈 받은 놈이 제일 잘못했습니다. 근데요, 신인왕도 받고 앞날이 창창한데 마냥 행복했습니까. 찝찝한 거 없이?”
“그래서 지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라구요?” (백승수와 이창권 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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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권이 처음부터 백승수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백승수의 한 마디에 그의 뜻을 따르기로 결정한다.

“네 고쳐야죠. 소 한번 잃었는데 왜 안 고칩니까. 그거 안 고치는 놈은 다시는 소 못 키웁니다. 이창권 씨. 이창권 선수는 야구하는 동생이 있으시잖아요. 동생한테도 물려줄 겁니까? 어떻게 하면 제구력이 더 좋아질까 어떻게 하면 타구가 멀리 더 뻗어 나갈까 그런 고민이 아니라 그런 인간을 또 만나게 되면 돈을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런 고민 계속하게 하실 거예요?” (백승수 대사 중)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부정청탁에 응했던 이창권은 결국 자신의 실력으로 지명을 받고 신인왕이 되었어도 한시도 편한 날이 없었다. 동생, 후배들만큼은 지금보다 훨씬 더 공정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루었으면 하는 바람에 이창권은 끝내 용기를 내었고 고세혁의 비리 또한 밝혀질 수 있었다.

모든 사실이 드러나도 고세혁의 해고를 거부하는 구단을 향해 백승수는 “시스템을 바로 세울 것.”이라면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그리고 끝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다. 만년 꼴찌에 총체적 난국의 결정체였던 드림즈를 바로 세우기 위해 백승수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내보내고, 올드스타 출신 스카우트 팀장의 비리를 밝히는 등 주변의 만류, 경고, 협박에도 불구하고 팀에 도움 되는 일들을 하나하나씩 해나가고 있다.

비록 소 한 마리 잃었지만 다시는 소를 잃지 않기 위해 외양간을 열심히 고치는 백승수는 현실에서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 ‘정의구현’ 판타지를 보여준다. 설령 내일 없어질 지구에다가 사과나무를 심는 행동으로 보일지라도, ‘합리’라는 무기 하나로 드림즈의 재건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나갈 백승수와 드림즈의 내일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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