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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가치봄영화제 프로그래머 추천작[미디어비평]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너돌양 | 승인 2019.11.09 11:31

[미디어스] 20주년을 맞이하여 장애인영화제에서 기존에 '배리어프리'로 통칭했던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 화면해설을 새로운 브랜드 '가치봄'으로 변경하였다. 영화제 명을 변경하며 재도약을 앞두고 있는 올해 가치봄영화제(PDFF)에서는 애니메이션, 극영화, 다큐멘터리를 망라하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포진해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유럽과 미주, 아시아에서 온 작품들을 비롯하여, 한국영화 가치봄 상영 사업을 재조명하는 '가치봄 특별전'까지 한 해를 돌아볼 수 있는 다양한 장애 소재 영화들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개막작 <코다>를 필두로, 경쟁부문인 ‘PDFF 경선’, 장애인의 참여로 제작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부문인 ‘장애인미디어운동’, ‘국내초청’ ‘해외초청’, ‘사전제작지원’ 그리고 영화제 20주년 기념 특별전인 '가치봄 특별전'등 총 7개 부문 29편의 엄선된 작품들이 한글자막 화면해설(가치봄) 버전으로 상영된다. 특히 올해 영화제에서 선보이는 '가치봄 특별전'에서는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하여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한국영화 <7번 방의 선물> <국제시장> <노무현입니다>를 가치봄 버전으로 앵콜 상영한다. 

제20회 가치봄영화제가 11월 8일 개막하는 가운데, 최은영 PDFF 프로그래머가 모두가 즐길만한 프로그래머 추천작을 선정했다. 

<코다>

영화 <코다> 스틸 이미지

에리카 데이비스 마시 감독의 미국 영화 <코다>는 청각장애인 가정에서 태어난 비장애인, 즉 '코다'로 살아가는 한 젊은 여성의 고뇌와 방황, 극복의 과정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인 댄서 알렉스는 코다(CODA), 즉 청각장애인 가정에서 태어난 비장애인이다. 그녀는 댄스 경연 대회를 앞두고 자신만의 안무를 완성하지 못해 고민에 빠진다. 우연히 들른 바에서 청각장애인 드러머를 만난 그녀는 저도 모르게 청각장애인인 척 거짓말을 해버린다. 오래도록 알렉스를 혼란스럽게 했던 정체성의 문제, 장애인의 세계에도, 비장애인의 세계에도 속하지 못하는 그녀의 딜레마는 드러머에게 정체를 들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그녀는 또 한 뼘 성장한다. <코다>는 주인공 알렉스를 통해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가르는 세계의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내뿜는 청춘의 열기와 에너지, 설렘과 절망이 교차하는 이야기 속에서 감독은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용기와 이해가 한 인간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을 다양하게 디자인하여 화면 속에서 구현하며 영화의 주제와 스타일을 관통하는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 

▶ PDFF 경선

<나는보리>

영화 <나는보리> 스틸 이미지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김진유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나는보리>는 청각장애인 가족을 둔 비장애인인 소녀 보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가족 중 혼자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보리는 소리를 잃어버리고 싶은 소망이 있다. 소리를 잃어 가족과 같아지고 싶었던 보리는 자신의 세계를 좁히는 대신 자신이 사랑하는 따뜻한 세계를 더 넓힐 수는 없을까, 그래서 함께 공존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고민을 점차 넓혀간다. 사랑하는 가족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두고 고민하는 보리를 통해 감독은 다름을 바라보는 시선의 풍경, 그 안에서 벌어지는 녹록지 않은 현실을 담고 있으면서도 시종일관 서정적이고 평화로운 무드를 견지한다. 아름다운 강원도 바다 마을의 풍경, 감독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출과 따뜻한 시선, 티 없이 맑은 연기자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

<무중력>

<무중력>은 상실에 관한 영화다. 주인공인 시각장애인 현희는 아들 민수와 함께 얼마 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은 아버지의 집을 방문한다. 어머니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아버지의 집에서 돌아온 후, 현희는 세상을 향해 모험을 떠난 참새에 관한 동화책을 읽어주며, 부재하는 것의 자취를 더듬는다.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어우러져 있는 이 영화는 주인공 현희가 느끼는 그리움이 그녀가 아들에게 점자로 읽어주는 동화책 속에서 자취를 드러낸다. 시각장애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부재와 존재가 뒤얽혀 있는 세계의 감각은 감독의 탁월한 연출을 통해 오롯이 관객들에게 전해진다. 슬픔의 중력을 이겨내고 어머니의 자취를 쫓아 현희가 마음으로 그려보는 마지막 애니메이션 장면은, 보이지 않는 것을 감각하게 만드는 영화의 힘을 새삼 숙고하게 만든다. 

<별들은 속삭인다>

<별들은 속삭인다>는 청각장애인을 소재로 한 본격 뮤지컬 영화로, 준수한 만듦새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도시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고 시골로 전학 온 소녀 연희는 자신이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지만, 연희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짝꿍 영준은 연희의 곁을 맴돌고, 연희는 영준과 함께 시골의 삶을 만끽하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언제나 그곳에 있지만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보이는 별처럼, 어긋날 뻔했던 두 사람의 우정은 정겨운 시골의 정취와 함께 무르익는다. 춤과 노래가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뮤지컬의 묘미와 때로 춤처럼 느껴지는 수화의 리듬감이 한데 어우러진다. 

▶ 장애인미디어운동

<철규>

영화 <철규> 스틸 이미지

지체장애인 철규는 10여 년 전 장애인 시설에서 나와 독립된 삶을 살고 있다. 매사에 호기심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철규의 소원은 제주도 여행이다.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상엽은 철규의 소원을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준비를 하고, 마침내 철규는 활동보조사와 함께 난생처음 큰 배를 타고 제주 여행에 나선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인 자유를 누리기 위해 철규는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만,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누리는 그 자유의 달콤함은 철규를 한층 성숙하게 한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시설에 갇혀 마치 감옥 같은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자연스러운 세상을 위해 철규는 더 많은 꿈을 꾼다. 철규의 이러한 의지는 여행 중 만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세월호 잠수사에게도 하나의 비전이 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나눌 것이 늘어나는 것,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은 철규의 작은 모험이 가르쳐주는 빛나는 교훈이다.

한편 지난 8일 CGV 피카디리 1958에서 열린 제20회 가치봄영화제 개막식에는 올해 영화제 홍보대사로 선정된 최수영과 영화제 명예고문인 차홍아르더 차홍 원장 등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다. 특히 CH INTERNATIONAL 대표원장 차홍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치봄영화제(구 장애인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명예고문으로 활동하며 헤어 디자이너들과 함께 미용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시,청각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영화제에 참여하여 미용 봉사를 통해 문화관람에 3년째 힘쓰고 있다.

이 밖에 전체 상영작 및 영화제에 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영화제 공식홈페이지(www.pdf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예계와 대중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보고자합니다.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http://neodol.tistory.com

너돌양  knud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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