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영남이 요즘 최고의 관심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에 대해서 독설을 날렸다. 방송에 출연해서도 발언 수위를 조절하지 않는 조영남이 방송도 아닌 전화 인터뷰니 더욱 여과되지 않은 말을 했겠지만 그것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대단히 경솔한 말을 했다. 조영남 발언의 요지는 나는 가수다가 가수를 모독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조영남의 말이 옳고 그르고를 따지기 전에 그의 발언은 그 자체로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들과 또 그들의 노래에 감동받은 시청자를 모독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밝히고 싶다. 조영남은 인터뷰를 통해서 가수들이 “점수를 받으려고 기 쓰고 처절하게 노래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의 시각에 동의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또 “김건모나 이소라가 거기서 왜 그러고 있나.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것이 궁금하다면 정말로 조영남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말을 했어야 했다. 김건모나 이소라 그리고 나머지 누구 하나도 가벼이 볼 수 없는 쟁쟁한 가수들이 왜 거기서 그러고 있을지 직관이 아닌 통찰을 했어야 했다. 물론 나는 가수다가 원론적으로 최선의 음악 프로그램은 아니다. 그러나 세시봉이 그랬듯이 예능이 품어 비로소 노래가 살아나는 이 시대의 조류를 스스로 겪은 장본인이 예능을 폄하하고, 더 나아가 거기에 출연한 가수들을 이해 못하겠다는 투로 말하는 것은 아이러니를 넘어 심각한 자기모순의 태도일 뿐이다.

우선 데뷔 20년의 김건모를 비롯해서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가수들이 고작 점수를 받기 위해서 노래를 했다고 보는 그 천박한 시선이 문제다. 물론 가수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이 그저 노래 한두 곡 잘 부르고 내려오는 음악프로그램이 아닌 예능인 탓에 PD로부터 엄살 좀 부려달라는 주문도 받았을 것이다. 그래야 보는 시청자도 흥미를 좀 더 가질 수 있고 다만 듣고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누가 더 잘 불렀을까 혹은 현장의 500명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흥미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아주 기본적인 방송 메커니즘을 일반인이 혹시 오해한다면 몰라도 수십 년 방송 생활을 한 조영남이 염두에 두지 못하고 점수나 따려고 안달이 난 소인배로 호도하는 것은 동업자이자 한참 선배인 사람으로서 못할 짓이었다. 나는 가수다가 가진 프로그램의 잔혹성은 분명 문제가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일단 현존하는 한국 방송에서 신곡을 낸 것도 아닌 기성 가수들이 몇 주씩 고정으로 출연해 노래할 수 있는 무대가 단 하나라도 있는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시봉 신드롬은 2010년의 대중문화가 가져온 최대의 반란이었고 동시에 최고의 감동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음악여행 라라라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토크쇼 놀러와가 한 것이다. 조영남도 그 달콤한 열매를 현재 충분히 맛보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가수다는 세시봉 이후의 대중가요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아주 자연스럽게 세시봉에서 출발해서 8,90년대 대중가요 명곡을 현재의 감동으로 부활시키고 있다. 음악여행 라라라가 폐지되지 않고 이런 현상을 이끌고 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고 현재 나는 가수다가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을 가수를 모독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독설보다는 몽니를 부리는 것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나는 가수다가 최선의 프로그램은 아닐 것이고 ,현재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조작설이나 스포일러 외에도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가수다는 놀러와가 불씨를 당긴 대중의 노래혼을 한번 타고 사라지는 불꽃이 아니라 오래 지속되는 장작불로 이어가려는 희망과 기대를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조영남이 거기서 왜 그러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김건도 등의 가수들을 섭외할 때 일밤 제작진들은 분명 이런 투의 말을 했을 것이다.

‘당신들이 앞장서서 대중가요를 살려보자’ 이 한 마디가 국민가수 김건모도, 까다롭기로 소문난 이소라도 예능에 출연하게 된 가장 큰 모티브였지 않았을까 하고 가정을 해볼 수 있다. 그런 가정의 설득이 진심일지 아니면 입바른 말일지는 중요치 않다. 그런 동기 부여 없이 단지 철지난 가수들이라 무대에 대한 갈증으로 덜컥 출연했을 거란 생각 자체가 가수들에 대한 모욕적 발상이기 때문이다. 조영남에게는 점수나 따려고 기를 쓰는 것으로 보였겠지만 대중은 그것과 달리 그들의 노래에 감동과 행복을 함께 받았다. 그저 예쁘고 섹시하게 보이려는 퍼포먼스가 아니라 노래에 몰입하는 혼신의 모습을 보았다.

지난 명곡들을 단지 오래전 기억이 아니라 오늘 길거리에서 다시 듣게 된 일반대중이 갖는 나는 가수다에 대한, 거기에 출연해 그러고 있는 가수들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하는 이유다. 조영남은 그 일반대중의 마음만큼도 후배가수들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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