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을 깊은 구렁에서 꺼내줄 강력한 다크호스 나는 가수다가 2회 방송도 큰 무리 없이 호응을 끌어냈다. 다만 지난주 방송 이후 등장한 스포일러가 담당PD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전부 맞아 충격을 전해줬다. 애초에 스포일러를 접한 PD는 아니라고 했지만 그것은 단순한 부인이 아니라 거짓말이었다는 것도 또한 충격이다. 이번 주 공개된 2차 공연 선곡이 스포일러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청중 평가단은 나는 가수다에서 탈락되는 가수 한 명을 선택하게 되는 유일한 근거다.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처럼 단지 가수 지망생들은 어떻게든 심사를 할 수 있다지만 데뷔 10년을 넘긴 기성 가수들의 등위를 매긴다는 것은 대단히 곤란한 문제다. 그것도 신곡을 통한 인기 경쟁이 아니라 가수의 자질 자체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가수다가 청중평가단이라는 수단을 강구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스포일러라는 일차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여기까지가 스포일러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스포일러가 청중평가단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나는 가수다 제작진을 긴장케 했던 스포일러 글 속에는 참가했던 가수 중 한 사람이 반발해서 결국 재녹화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물론 이 내용은 다음 주 본 공연까지를 봐야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 그런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이 중간평가 녹화에 벌어졌다. 바로 이소라가 녹화를 끝까지 하지 않고 중간에 집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거기까지는 그저 예민한 아티스트의 깐깐한 성격 정도로 보여졌다. 그러나 그런 이소라의 귀가를 스포일러와 연결케 해주는 또 하나의 단서가 제공됐다. 분명 방송 상으로는 참가 가수들끼리의 순위 투표는 이소라가 귀가한 후에 시행했다. 다시 말해서 이소라는 가수들이 함께 모여서 노래를 부르는 중간 평가에 참가하지 않은 것이다. 가수들 여섯 명만 투표에 참가했으니 당연히 순위는 1위부터 6위까지가 전부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순위 문자를 제일 먼저 받은 박정현은 꼴찌라는 의미로 “6위구나?”를 반복해서 말했고, 자막은 친절하게도 “꼴찌구나”라고 해석을 달아주기까지 했다. 거듭해서 박정현은 매니저 김태현에게 “6위인지 아닌지만 말해줘”라고 했고 자막 역시 “꼴찌인지 아닌지만..”이라고 이 상황이 총 6명만의 투표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 투표 결과는 7위까지 나왔다. 바로 김건모가 7위를 한 것이다. 또한 윤도현도 6위를 했는데 끝에서 2등을 했다고 김제동이 말을 했다. 뭔가 복잡한 상황이 숨겨져 있다는 심증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박정현 부분과 윤도현, 김건모 상황이 서로 맞지 않다. 또한 참가 가수이자 MC인 이소라가 녹화 도중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스포일러에서 언급한 모 가수의 반발 상황과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돌아가는 이소라를 향한 박명수의 태도도 매우 조심스러웠고 “본공연 때 꼭 와야 한다”는 말을 건넸다. 화면에 보이지 않은 뭔가 심각한 상황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소라의 인터뷰도 “그날 만약 관객들이 왔고 공연하는 날인데, 그날이면 그렇게는 안했을 거에요”라고 했다. 이소라가 말한 그렇게가 단지 녹화 도중 귀가한 돌발행동만을 말하는 것인지 그 이상의 문제가 있었는지 의문을 갖게 했다.

결국 이소라의 귀가와 중간 평가 투표 결과의 아리송한 면들이 스포일러의 내용을 뒷받침하고 있다. 스포일러와 일맥상통하는 이소라 귀가 사건의 진위도 궁금하지만 그보다도 스포일러가 청중 평가단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청중 평가단은 중간평가 녹화현장에는 접근할 수가 없고 본공연 때도 각자 투표만 할 뿐 최종 결과를 알 수가 없다.

결국 그렇다면 스포일러는 청중평가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제작 현장에 있는 누군가에 의한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것은 제작진일 수도 있고 가수 주변 사람일 수도 있다. 물론 스포일러를 보면 현장 상황을 그대로 전달한 것 같지는 않다. 누군가에게 건네 들은 정황이 스포일러 작성자에 의해서 여과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청중평가단 중에 스포일러 유출자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나는 가수다 제작진은 스포일러 유출이 발생하자 청중 평가단을 믿는다는 말로 거꾸로 청중 평가단을 의심했지만 결국 애먼 사람 잡은 꼴이 되고 만 셈이다. 무한도전의 박명수가 그랬고, 동이 조명감독이 그랬듯이 방송의 중요한 스포일러는 일반인이 아닌 방송 제작 최측근들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가수다 제작진은 먼저 청중 평가단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그리고 박정현에게는 꼴찌가 6위인데 왜 윤도현, 김건모에게는 7위가 꼴찌여야 했는지 중간평가에 어떤 비밀에 숨겨져 있다면 이에 대한 정직한 해명도 필요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