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2주 동안 설 특집으로 편성된 <무한도전-TV는 사랑을 싣고>는 많은 것들을 남겼습니다. 억측이 난무하고 집요한 공격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역설적으로 무한도전에 대한 존재감이 어느 정도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기도 했습니다.

새롭게 무장하는 개그 프로그램과 무한도전

이번 주에는 노홍철의 사심방송으로 화제가 된 출연자가 스튜디오를 찾은 모습과 박명수의 추억 속 첫키스 그녀 진이와 정형돈의 아저씨가 재현극을 바탕으로 꾸며졌습니다. 길의 첫사랑의 등장은 길을 긴장하게 만들었지만 그에 대한 기억이 파편적으로 남아있던 그녀로서는 길이 왜 자신을 찾았을까 의아해 했고 이런 상황자체가 웃음을 전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뒤이어 노홍철이 사심방송을 하면서까지 애착을 가졌던 길의 첫사랑 여인의 동생까지 스튜디오에 출연했지요. 그녀에게 장식용 꽃까지 준비해 프러포즈를 하지만 퇴짜를 맞는 노홍철과 뒤이어 도전하는 하하마저 친구끼리 의리를 지켜준 그녀의 단호한 퇴짜는 민망함을 극대화하며 재미를 주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들을 지켜보며 감히 노홍철과 하하를 퇴짜 놓는 저 여자는 뭐냐고 분기탱천하는 이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그들을 사랑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만큼 웃기는 것도 없겠지요.

무도를 비판하는 이들에겐 모든 것들이 비판꺼리밖에는 되지 않을 뿐입니다. 사회를 풍자하는 무도는 사회를 풍자해서 문제이고 단순한 재미를 주면 저질이라 비판합니다. 다른 일반인 출연자와는 상관없이 유독 한 여자에게 집착해 신상을 공개하는 것을 대단한 활약이라 히히덕거리는 일부 네티즌들의 행태를 보며 이 모든 것은 무도의 무책임한 행동이 만들어낸 문제라고 이야기를 하듯, 다른 방송과는 달리 모든 것들이 문제일 수밖에 없는 무도는 역시 대단한 방송인 듯합니다.

출연자 신상에 집착하던 네티즌들은 정형돈이 찾았던 이제는 성장한 어린 소녀에 대한 집착은 생기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반인들이 이름을 공개하고 출연하는 것이 문제라면 사연의 주인공인 그녀로서는 위기가 아닐 수 없으니 말입니다.

이번 주 방송된 내용 중 압권은 역시 박명수로 완벽 빙의한 유재석이었습니다. '박명수 흉내 내기 대회'가 열린다면 무조건 1위 할 수밖에 없는 존재는 유재석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명수옹 흉내는 최고입니다.

짜릿했던 첫 키스의 주인공 진이를 찾는 과정에서 제작된 상황극에서 박명수는 역시나 재석의 몫이었습니다. 미세한 얼굴 표정 하나까지 완벽하게 빙의해서 펼치는 재석의 연기에 모두들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 완벽한 재현이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재석의 명수 빙의 연기가 최고의 인기였듯 이번에도 그는 완벽한 재연으로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전해주었습니다. 명수는 스스로 자신의 첫 키스 진이 역을 소화하며 '시크릿 가든'의 주원과 오스카 키스 장면을 능가하는 재석과 명수의 키스 장면을 연출하기까지 하며 깨알 같은 재미를 전해주었습니다.

정형돈의 추억 여행은 원빈의 <아저씨>를 패러디해 많은 웃음을 전해주었습니다. 전혀 다른 그들의 모습만큼이나 그가 재현해내는 '아저씨'는 그저 어색한 아저씨였습니다. 어설프기 그지없는 상황극을 연출하는 무도인들과는 달리 옆집 소녀 역을 맡은 아역 배우의 실감나는 연기가 이 오글거리는 상황극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극단적인 불협화음 자체가 재미의 핵심이었던 <정형돈의 아저씨>는 현실 속의 재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며 깨알 같은 재미를 만들어냈습니다. 형돈의 기억과는 전혀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 어린 소녀는 성장해 과연 자신이 좋아했던 그 아저씨가 과연 지금 정형돈일까에 대한 의구심을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못하며 많은 재미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무한도전 TV는 사랑을 싣고>는 철저하게 복고풍 개그에 집착했습니다. 상황극이라 불리는 재현은 과거 코미디가 정점에 이르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 시절을 경험하지 않았어도 과거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방송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웃으면 복이와요'나 기타 다양한 코미디 프로그램들을 보면 상황극의 재미가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고는 하게 하지요.

설 특집으로 방송된 <심형래쇼>가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았던 이유도 과거 유행이었던 몸 개그에 대한 추억이 한 몫 했기 때문입니다. 전멸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최악이 되어버린 MBC가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조만간 새로운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합니다.

과거 유행했던 콩트와 다양한 시도들이 결합된 방송이 될 거라는 제작진의 말을 종합해 보면 무도가 보여준 상황극과 심형래 시절 유행했던 몸 개그의 향연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콩트 자체가 상황극이기에 그 안에서 보여주는 재미의 포인트를 무도는 'TV는 사랑을 싣고'를 통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마치 MBC 개그 프로그램을 위한 파일럿 방송이라도 하듯 진행된 상황극들은 어떤 웃음이 많은 이들에게 통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박보영이 출연해 재현했던 길의 첫 사랑편처럼 정극 연기자와 코미디언들이 함께 만드는 형식이나, 유재석이 완벽한 박명수로 빙의되어 상황 자체를 재미로 바꾸는 방식, 정형돈이 영화를 패러디해 웃음을 만들어가는 형태는 조만간 새로운 모습을 보일 MBC 개그 프로그램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황극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몸 개그와 촌철살인 같은 풍자 개그 등은 새롭게 만들어질 MBC 개그 프로그램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현재로서는 개그 콘서트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승부를 낼 수 없음은 명확합니다. 어설픈 흉내내기는 그저 2인자가 될 수밖에는 없지만, 새로운 형식을 도입하고 복고를 현대화하는 작업을 통해 만들어내는 개그는 새로운 재미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MBC 개그 프로그램에는 무한도전이 보여준 상황극들이 많은 의미로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상황극에 단역으로 개그맨들이 출연했듯 그들이 주인공이 될 새로운 개그 프로그램들이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는 아직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무도가 보여주었던 상황극과 풍자극들은 MBC 개그를 부활시킬 수 있는 생명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다양한 실험이 돋보였던 <무한도전 TV는 사랑을 싣고>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MBC 개그 프로그램에 방향을 제시한 방송이 되었을 듯합니다. 다음 주에는 과거 무도를 좋아하시던 분들의 환호성이 쏟아질 정도로 몸 개그에 충실한 내용으로 꾸며질 예정입니다.

영하 20도가 넘는 강추위 속에서 벌이는 그들의 적나라한 개그는 이번 주까지 방송된 상황극과 더불어 준비 중인 MBC 개그 프로그램에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주 그들이 보여줄 무한한 도전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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