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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논란과 대입제도, 그리고 정치"이상론에 치우치지 마라" 학벌 대물림 심화하는 정시 확대 신호인가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09.02 08:14

[미디어스]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다음 날 누군가 사석에서 의견을 묻기에 청와대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유도하거나 지명철회 하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누가 무슨 논리로 반대해도 반드시 검찰 개혁을 관철시키겠다는 이 정권이 검찰에 밀리기 시작하면 대통령 임기가 끝난 이후 상황까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조국 후보자는 꺾어놓고 볼 상대이다. 첫째로 다음 총선과 대선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부산경남 여론에 미치는 영향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려 놓아야 하기 때문이고, 둘째로 ‘개혁’에 반발하는 검찰을 자신들에 도움이 되는 방식의 정치적 활용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광주일고 정권” 운운하며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조국 후보자를 ‘범죄자’로 낙인찍어 저질스런 어휘까지 동원해 비하하는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문회 개최조차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서둘러 ‘조국 정국’을 끝내고 싶은 여당과 최대한 추석까지 이 상황을 이어가고 싶은 야당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은 동남아 3개국 순방에 나서기 직전 “조국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의 차원을 넘어 대학입시제도 전반에 대해서 재검토해달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논점이탈이니 제도탓이니 하는 얘기도 있지만, 그런 얘길 하기 전에 먼저 무슨 제도를 어떻게 재검토하자는 것인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구체적 지시를 내린 것은 아니지만 “이상론에 치우치지 말고 현실에 기초해서 실행 가능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했다는 대목에 힌트가 숨어 있다.

이 정권의 입시제도에 대한 입장은 크게 두 방향의 압력 사이에서 길을 잃은 상태다. 첫째는 학벌 중심의 줄세우기식 교육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앞세운 혁신주의식 교육관이다. 둘째는 학생부종합전형 등의 제도가 애초 취지와는 달리 기득권의 학벌 대물림 수단에 불과하게 됐기 때문에 정시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시절 대입정책 관련 논의가 아무런 결론도 맺지 못하다 결국 정시 비율의 소폭 확대로 귀결된 것은 결국 이 두 주장이 정권 내부에서 맞섰기 때문이다.

이 맥락에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학종으로 대표되는 이상론에 얽매이지 말고 정시 확대 등을 포함해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것으로 읽힌다. 조국 후보자 딸 입시 관련 문제가 학종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고 특히 추석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아무래도 정시 확대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물론 정시 확대는 학벌과 경제적 지위의 대물림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특목고나 강남권 등 교육열이 높고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지역 학교 재학생에 유리하다는 게 지금까지의 결론이다. 따라서 이런 조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불공정한 입시 제도’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시점에서 큰 폭의 입시제도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학종 신뢰성 강화 등 소폭의 개혁 조치가 ‘생색내기’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현상유지의 ‘개혁’이냐, 아니면 그마저도 추진하지 못하는 ‘무능’이냐의 갈림길인 셈이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는 엘리트 기득권에 대한 반감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무능’하고 ‘부패’한 기득권이 권력을 독점하고 ‘편법’을 활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현실을 바꾸자는 것이다. 지난 정권 말의 촛불시위 역시 ‘유능’하고 ‘깨끗’한 새로운 엘리트 지도자를 요구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런 세계관이 반영된 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조국 후보자 문제에서 반복 확인되는 것은 사람들이 요구한 사회 개혁이 엘리트들의 소속 당파를 바꾸는 결과로만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어도 기득권 정치의 재생산도구는 ‘개혁’이라는 포장지만 달리하며 여전히 존속된다. 그런 점에서 ‘무능’하고 ‘부패’한 기득권과 ‘유능’하고 ‘깨끗’한 엘리트는 동전의 양면이다. 지금까지 ‘개혁’을 내세운 정치는 오직 동전을 뒤집는 제스추어로만 대중의 분노에 대응해왔다. 이게 조국 후보자에 대한 반발에 대입제도 개편이라는 대답으로 대응하는 정치의 본질이다.

고려대학교 촛불시위에 대한 KBS 보도 캡쳐

이러한 정치가 낳는 폐해 중 하나는 사람들이 기득권 의식을 스스로 내면화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모두가 거짓말을 하며 사익을 추구하는 통에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는 냉소적 현실 인식은 자신이 가진 조그만 기득권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각자도생의 의식을 추동한다. 사람들은 손해를 감수하며 체제를 바꾸는 모험에 나서기보다는 그나마 근대 민주주의가 이룩한 ’공정한 질서’를 ‘편법’과 ‘부패’라는 오염원으로부터 지켜내는 데 골몰한다. 그런 점에서 대학생들의 촛불시위 배후는 ‘물 반 고기 반’의 자유한국당이 아니라 기득권에 분노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지켜내려는 정치의식이라고 볼 수 있다.

원래 ‘민중의 투쟁’이란 그런 것이다. 분노하는 대중의 에너지가 사회를 바꾸는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가 이에 제대로 된 방식으로 호응해야 한다. 정시확대가 아니라 모두가 손해를 조금씩 감수하면 반드시 더 나은 내일이 온다는 확신을 주는 정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국 후보자 방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집권 세력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의문이다. “조국 봐주고 선거법 얻어낸 거 아니냐”는 말도 안 되는 보수세력의 공세에도 “청문회 이후에 판단하겠다”며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하는 원내의 진보정당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분노할 때마다 동전의 앞뒤만 뒤집는 정치는 이제 그만 끝내야 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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