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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도지 없애야 지역이 산다”[이 언론이 사는 법] ⑩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장
윤수현 기자 | 승인 2019.08.06 08:48
편집자주 = 경제에 위기가 없던 적은 없다. 저널리즘의 위기라는 진단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저널리즘은 위기였다. 그러나 경제 호황은 있어도 저널리즘 호황이라는 말은 없다. 다른 영역이기 때문일 게다. 방금 전까지 저널리즘은 ‘언론이 질문을 못 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터널 속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저널리즘 위기는 질문의 방식을 묻는다. 정해진 결론은 없다. 미디어스는 질문의 방식을 묻고 있다고 판단되는 언론에 대해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질문의 방식은 다양하며 다양함 속에 길이 있다고 믿는다.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흔히 지역 언론이라고 하면 서울 외 지역 소재의 언론사를 떠올리게 된다. ‘이 언론이 사는 법’에서 다룬 옥천신문, 뉴스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서울에도 수백 개의 지역 언론이 존재한다. 자치구마다 수십 개의 지역 언론이 활동하고 있다.

서울 자치구 소재 지역 언론이 건강한 지역 여론을 형성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하기 힘들다. 다수 지역신문은 자치구의 지원으로 살아간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명확한 지역신문 조례가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자치구가 지역신문에 책정하는 광고·계도지 예산에 아무런 근거가 없는 셈이다. 서울시 자치구가 1년에 사용하는 계도지 예산은 100억 원이 넘어간다. 

사실상 ‘눈먼 돈’인 계도지 예산을 거부하는 지역 언론이 있다. 서울 은평구를 기반으로 하는 은평시민신문이다. 은평시민신문은 “자치구 도움의 손길만으로 살아가는 언론사는 지역 민주주의에 방해만 불러올 뿐”이라면서 올해 2월부터 계도지 예산으로 거부하고 있다. 현재 은평시민신문은 구독료를 중심으로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구청에서 받는 계도지 예산을 거부해 비판이 자유롭다. 현재 은평시민신문은 은평구청·구 의회를 감시하는 유일한 언론사로 꼽힌다고 한다. 

미디어스는 은평시민신문을 만나 서울 지역신문의 상황과 미래에 대해 물었다.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편집장은 “계도지 예산을 받으면 지역신문에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아래는 박은미 편집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은평시민신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A. 은평시민신문은 격주로 발행되는 지역 주간지다. 2004년 인터넷 지역 언론으로 창간했으며 2009년 종이신문을 발행했다. 운영상 어려움으로 폐간을 고민했던 적이 있지만 2014년 협동조합으로 조직을 전환하면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는 당시를 제2의 창간이라 부른다.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이유는 은평구 주민들 때문이다. 지역신문은 구독자가 곧 주민이다. 주민들이 구독료 내고 신문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작에 참여하기를 바랬다. 현재 시민기자 제도를 통해 주민들의 관점이 담긴 글을 기사화하기도 한다. 은평시민신문은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신문이다.

Q. 사실 지역신문은 사양 산업이라 볼 수 있다. 재창간을 한 이유가 있을까

A. 물론 사업적 측면에서 보면 마이너스일 수 있다. 그럼에도 재창간을 한 것은 지역의 중요성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국회, 정부 부처 등 중앙 소식에만 관심을 가지지만 실제 우리 삶의 변화는 지역에서 시작된다. 중앙 정치가 아무리 바뀌어도 시민의 삶이 바뀌지는 않는다. 지역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 속에 ‘지역신문’을 선택했다. 지역신문 운영이 힘들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Q. 그동안 지역 언론은 제 역할을 해왔나

A. 은평구를 예로 들겠다. 제호에 ‘은평’이 들어가 있는 신문사가 5곳 정도 있다. 그런데 은평시민신문 말고는 지면을 거의 보도자료로 채우고 있다. 기자 바이라인이 있는 곳이 없다. 그냥 관행적으로 신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과연 가치가 있는 언론일까.

은평구청은 그런 신문을 사서 통반장에게 보내준다. 그냥 1~2부 사주는 게 아니라 수백 부를 사준다. 일명 계도지다. 구청과 지역신문이 관행적으로 신문을 주고받는 거다. 계도지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알지 못한다. 지역신문마다 계도지 구입 부수가 다르고 기준이 없다. 계도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원인에는 지역 언론의 침묵이 있다. 지역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니 지역민이 ‘계도지’가 뭔지 모르는 것이다.

지역신문은 계도지 때문에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평시민신문은 유료구독자가 있지만, 다른 신문의 경우 구독자가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 신문사 운영을 위해선 구청 광고와 계도지가 필수적이다.

올해 초 계도지와 관련해 마찰이 있었다. 은평시민신문은 계도지 때문에 언론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무런 가치도 없는 신문이 만들어지고, 구청이 그런 신문을 사주는 관행은 정상은 아니다. 좋은 콘텐츠를 위해 돈을 쓰는 게 은평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봤다. 그래서 우린 계도지 예산을 없애라고 했고, 2월부터 은평시민신문은 계도지를 거부하고 있다.

Q. 각 구청이 서울신문에 엄청난 지원을 하고 있다

맞다. 각 구청은 계도지 명목으로 서울신문을 엄청나게 사들인다. 은평구는 지난해 서울신문을 1천 부 이상 사들였다. 자치구 홍보실에서도 자기 지역 소식을 서울신문에 알리고 싶어 한다. 큰 언론사에 나가는 것이 모양이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신문은 계도지 예산을 안 받아도 생존이 가능한 큰 매체 아닌가. 이런 식의 대응은 말도 안 된다.

▲박은미 편집장 (사진=은평시민신문 제공)

Q. 일반 시민이 은평시민신문을 접하기 쉽지 않다. 지면을 보기 힘들고, 온라인 홈페이지는 네이버 검색 제휴 매체가 아니라서 노출이 잘 안 된다

A. 우선 은평시민신문 같은 작은 언론사는 네이버 제휴를 맺기 쉽지 않다. 기사 개수 제한 때문이다. 은평시민신문은 상근 직원이 2명에 불과하다. 의미있는 기사 하나 쓰기도 힘든데, 네이버에 들어가기 위해 아무 의미 없는 기사를 쓰기 싫었다. 네이버 검색제휴에 통과하기 위해 쓰는 기사가 무슨 의미가 있나. 기자들이 노력해서 쓰는 취재 기사가 중요한 거다. 

실제 충남 당진에 있는 언론사에서 은평구청과 관련된 기사가 나오기도 한다. 당진에 있는 언론사와 은평구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냥 보도자료 베껴서 기사를 쓰는 거다. 은평구는 그런 기사 개수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악순환의 반복이다. 그런 상황에 끼고 싶지 않았다.

네이버 제휴는 맺지 않았지만 지역 소식에 관심이 있는 은평구 주민들은 우리 매체를 다 안다. 실제 지난 지방선거 당시 한 구청장 후보자가 당내 면접에서 탈락했다. 은평시민신문에 나온 비판기사 때문이었다. 은평시민신문의 활동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네이버에 올라가는 일부 의미 없는 기사보다는 은평시민신문의 활동이 독자에게 더 신뢰감을 주고 있다.

Q. 지역사회 변화를 이끌어낸 기사를 소개해달라

A. 2014년 은평구 의원들이 해외 시찰을 다녀왔다. 해외 시찰을 가면 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통상 직원들이 쓴다. 취재를 해보니 은평구 직원들이 안동시 의회의 보고서를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사회에서 난리가 났고, 시민들이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또 은평구에서 관리하는 견인차량보관소가 있는데 거의 비어 있다. 행정 낭비인 셈이다. 지적 기사를 쓰니 은평구는 보관소를 옮겼다.

지난해에는 은평구 의회를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의회 중 회의 생중계 시스템을 갖춘 건 13곳에 불과하다. 은평구의회가 안 하니 은평시민신문이 한 것이다. 그런데 회의 중 사건이 발생했다. 구의원이 핸드폰을 보고 “얘네(은평구민)들이 이런 문자를 보내”라고 하더라. 구민들한테 얘네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자 다른 구의원이 “다 스팸처리 해버려”라고 했다. 이 대화 내용이 생중계로 나가게 됐고, 주민들은 분노했다. 해당 구의원이 사과하는 일은 없었지만, 은평시민신문의 감시가 주민들에게 정보를 준 것이다. 

Q. 은평시민신문을 보면 구청·구의회를 비판하는 기사가 다수 보인다. 압박이 많이 들어올 것 같다

A. 구청이나 구의회에서 은평시민신문을 아주 예민하게 바라본다. 운영상 어려움이 있기도 하다. 나 같아도 누가 내 비판기사를 쓰면 광고 주기 싫어질 것 같다. 구청에서 돈을 지원받으면 언론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역신문이 구청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구청이 지역신문에 직접 지원을 하는 구조를 깰 필요가 있다. 은평시민신문은 서울시 마을미디어 사업 지원을 받고 있는데, 우리가 은평구 비판기사를 쓴다고 해서 서울시가 지원을 끊지는 않는다. 서울시 운영과 자치구의 운영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 있는데 이를 상시법으로 바꾸고, 법이 만들어지면 중앙정부차원에서 지역신문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장 (사진=은평시민신문)

Q. 은평시민신문의 지향점이 뭘까

A. 은평 주민들이 은평시민신문을 자랑스럽게 여겨줬으면 좋겠다. 취재기자가 시민의 삶을 담아내고 행정을 감시한다면 지역 민주주의는 향상될 것이다. 지역민주주의의 향상이 은평시민신문의 지향점이다.

Q. 끝으로, 지역 주민과 은평구청에 한마디 해달라

A. 지역 주민들이 지역신문을 구독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은평구가 더 나은 동네가 되길 바란다면 지역신문을 키워줘야 한다. 지역신문 기자들이 현실의 벽에 막혀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 구청의 지원만 받는 언론사는 건강하지 못하다. 시민들이 우리 지역신문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계도지 예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서울 25개 자치구가 1년에 사용하는 계도지 예산은 100억 원이 넘어간다. 100억은 지역을 건강하게 하지 않고, 행정 홍보도 못 한다. 이 돈을 잘 활용해 좋은 지역 언론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주민들의 힘이 필요하다. 

자치구에도 당부한다. 지역신문을 키워야 한다. 음식 썩지 말라고 소금을 뿌리듯, 지역신문도 지역 민주주의가 상하지 않도록 지역구에 비판기사를 쓰고 있다. 소금이 불편하다고 없애버리면 음식 자체가 상하게 된다. 비판기사 거슬린다고 지역신문에 불이익을 가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지역신문이 불편해도 함께 나아가야 한다. 비판할 수밖에 없는 지역신문의 특성을 인정해야 한다. 지역신문과 자치구가 서로 적절한 자극, 적절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산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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