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드라마계의 전설이 된 <응답하라> 시리즈, 그 신드롬의 시작은 <응답하라 1997>이었다. 1970년대에 태어나 9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세대, 서태지의 '교실이데아'에 열광했던 세대, 군대 가기 전에 카세트테이프를 듣다가 제대를 하니 MP3를 듣는 세상을 만난 세대, 바로 X세대이다.

도무지 어디로 튈지를 몰라서 정의내릴 수 없다고 했던 당돌한 아이들, 87년 6월 항쟁과 88 올림픽을 경과하며 한층 자유로워지고 한결 풍요로워진 한국 사회 속에서 스타를 향한 팬덤 문화와 소비적 열풍에 앞장서며 '문화 자본주의'를 만끽했던 세대. 그 자유로웠던 젊은이들이 어느덧 마흔 줄의 '어른'이 되었다. 그런데 이 어른이 된 X세대의 처지가 난처하다.

한때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당돌한 세대였던 이들이 이제 '윗분'들이라는 보수를 자처하는 세대와, 자신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자기를 내세우는 '아랫것들'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6월 23일 SBS 스페셜은 '지금까지 이런 다큐는 없었다'며 1800 직장인을 위로하는 초밀착 리얼 오피스 다큐멘터리 <마흔, 팀장님은 왜 그럴까>를 통해 어느덧 사회의 중견이 되어버린 X세대의 고충을 다룬다.

낀세대 팀장님의 고뇌는?

SBS 스페셜- 오피스 다큐멘터리 ‘마흔, 팀장님은 왜 그럴까’ 편

44살 이현승 씨는 가구 회사의 디자인 팀장이다. 아침부터 시작된 전무님의 호출, 백화점 매장 중심으로 상품을 판매하던 회사는 최근 2030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신규 브랜드를 런칭했다. 이제 두 달, 하지만 생각만큼 오르지 않는 매출로 인해 윗선에서 불만이 하달되었다. 하지만 이 팀장의 고뇌는 이제부터가 더 큰 산이다.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매출이 곧 회사의 인격'이라며 매출 중심으로 요구된 사항을 팀원들에게 설득할 일에 이 팀장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매출'을 놓고 세대 간 다른 의견, 그 사이에 낀 이 팀장은 윗선의 의견을 젊은 팀원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하고, 아랫세대의 주장 또한 완곡하게 전달해야 하는 '동시통역'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처지이다. ‘피하지 못하면 즐겨라’가 이 팀장 세대가 일을 대하는 시각이었다면 요즘 젊은 세대들은 피하지 못할 일이 오면 그만둬 버리니, 그 세대 간 달라진 입장 사이에서 낀 세대 팀장은 이쪽 설득하랴, 저쪽 의견 전달하랴 고충이 많다. 그러다 퇴근하고 돌아가면 나는 누가 위로해 주지라며 외로움을 느낀다.

또 다른 40대, 온라인 영업팀장인 이규훈 팀장은 아침 일찍 출근하여 하루의 업무를 시작한다. 그보다 늦게 온 팀원, 팀장은 팀원이 일찍 오고 싶을 거라 하지만, 정작 팀원의 생각은 다르다. 그렇게 출근 시간이 되기 전에 일찍 나와 업무를 시작하는 팀장님이 멋지고 존경스럽지만 ‘왜 이런 것까지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니. 말 그대로 한 회사 서로 다른 '동상이몽'이다.

첨단의 IT를 기반으로 한 회사라고 다르지 않다. 수평문화를 내세우는 배달앱 회사는 직제를 없애고 모두 '~님'으로 호칭을 통일했다. 40대 팀장급의 김성회 씨도 김성회 님이요, 부사장인 박기웅 씨도 박기웅 님이다. 하지만 수평적 호칭에 사내 수평적 문화는 생각보다 여의치 않다. 회사 한쪽에 나란히 앉은 김성회 님과 박기웅님, 두 사람 사이에 비어있는 한 자리처럼 두 사람 사이의 여백보다 더 큰 '여백'이 젊은 사원들과의 사이에 놓여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버거운 X세대

SBS 스페셜- 오피스 다큐멘터리 ‘마흔, 팀장님은 왜 그럴까’ 편

1970년대에 태어나 90년대의 자유분방한 학창 시절을 보낸 이른바 X세대들이 어느덧 사회의 중견 세대가 되었다. 마흔 줄의 팀장급이 된 세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했던 그들은 사회에 나와 직장 생활을 하며 '나중에 저 선배처럼 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뼈저리게 하며 지내왔다. 그래서 '꼰대 상사'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맘이 강하다. 그래서 아랫사람 눈치도 많이 본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꼰대'와 '선배' 사이의 고뇌가 오늘도 그들의 주름을 한 겹 더한다.

이렇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X세대 팀장님들을 좌절시키는 세대는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이다.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하여 글로벌 금융 위기를 보고 자란 세대들, 그들은 조직에 헌신적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야근이 곧 애사심의 표현이라는 것 또한 더더욱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야근을 할 수도 있다. 해야 할 일이 남아서 좀 더 하고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윗선의 지시로 억지로 해야 하는 야근은 그저 시간을 때우는 것일 뿐이라며 단호하다. 미팅에서 전달되는 윗선의 지시에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는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팔짱을 끼고 그게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지 셈해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밀레니엄 세대'를 보면서 팀장님들은 ‘왜 저 정도도 안 할까’ 속이 탄다.

이 두 세대 사이의 건널 수 없는 간극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직장에 대한 소속감'이다. 평생직장이 없어진 시절을 맞이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선배 직장인들이 직장에 헌신하는 자세가 받아들여질 리 없다. 외려 나만의 경계를, 나만의 시간을 회사가 침범하는 게 달갑지 않다. 일과 삶의 균형을 조율하며 살아가고 싶은 세대의 취향을 존중해 주길 바란다.

SBS 스페셜- 오피스 다큐멘터리 ‘마흔, 팀장님은 왜 그럴까’ 편

소속감과 함께 달라진 문화의 간극도 크다. '술 잘 마시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윗세대의 사고방식은 '언감생심'이다. 점심시간에 같이 식사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화합을 위해 시작된 자리가 대부분은 결국 근황 토크의 딱딱한 자리로 변모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소통'을 내세운 대화가 결국은 선배의 '나 때는 이러지 않았다' 혹은 '나는 이렇게 했다'는 식의 훈계조의 이야기로 쏟아 부어지고 후배는 듣고 있게만 된다.

프랜차이즈 식당업체 새로운 메뉴 개발을 두고 세대 간 간극은 다시 한번 확인된다. 막걸리 위에 생크림이 웬말이냐는 기성세대의 반응과 달리, 비쥬얼을 중시하며 SNS 인증샷을 우선하는 젊은 세대에겐 '대박 아이템'이 되었다. 이렇게 맛도 중요하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젊은 세대의 달라진 입맛. 나아가 가치관에 결국 한때 X세대였던 40대 중견 간부들은 그 변화의 속도를 버거워 한다. 과연 달라진 세상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가라는 번민도 깊어진다. 그럼에도 달라지는 세상, 그 방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낀 세대'로서 고군분투한다.

지금까지 이런 다큐는 없었다며, 40대 팀장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간의 전쟁과도 같은 조직 갈등을 다룬 <SBS 스페셜>은 초밀착 리얼 오피스 스토리를 내세운 만큼 생생한 조직내의 목소리들을 전달했다. 한국이라는 한 사회, 한 회사에 몸담고 있지만 그저 나이가 달라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회적 성장배경과 경제적 환경을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로서 빚어지는 갈등에 대해 다큐는 생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세대 갈등'을 그려내고자 한다.

무엇보다 이제는 기성세대가 되어가는 586세대와 그런 기성세대와는 다른 사회경제적 환경으로 인해 한층 개인주의화되고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젊은 세대의 전선에 더해, 그 사이에 끼인 ‘한때 X세대’였던 40대 중견세대의 고뇌를 부각시키고자 한 점은 신선한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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