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28일 인터넷에 허위 내용의 글을 게재하면 처벌하도록 한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후 판정 후 박대성(오른쪽)씨와 박찬종(오른쪽 두번째) 변호사가 박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박경신(왼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소위 "허위의 통신"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조항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그러나 오늘 한국에서 어떤 이들에게는 이 합리성이 충격적이다. 벌써 일각에서는 반(反)사회 인터넷 유언비어가 '면죄부'를 누리게 되었다며 '법치공백'을 막기 위한 '대안입법'이 절실하다고 성화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또다른 논란에 불을 붙였다.

사실 논란은 인터넷이 인류 역사에 등장한 이후로부터 계속되어 왔다. 전세계가 인터넷을 둘러싸고 전쟁에 가까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위키리크스'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전쟁은 각국 정부 대 세계 시민 간의 전쟁이다. 정부는 말한다. 표현수단은 그것을 표현할 자격이 있는 이들에게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인터넷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예술성을 판단할 몫이 없는 이들에게 주어졌다. 이것은 지극히 과분하고 우려스런 사태이다. 그래서 인터넷에는 몫 없는 자들이 양산한 허위사실이 판을 치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인터넷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한국에서는 이명박 정부 전후로, 이 논쟁에 한 층을 더해 왔다. '인터넷'에 대한 정치적 '색깔론'이 그것이다. 2008년 촛불시위 이후로 많은 이들이 거리로 몰려 나온 시민들을 설명하는 언어를 찾아 왔다.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이 정부의 세력 일각은 그 배후를 특정한 정치 세력으로 밝히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것은 가능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들은 시민들이 인터넷에 떠돈 '괴담'에 현혹되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들에게는 이 '배후론'이 거리의 시민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이었고, 그래서 2008년 7월 촛불시위를 한풀 수그러뜨리고 전열을 가다듬은 정부가 '사이버 모욕죄' 도입을 밝힌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부 의견과 다르면 모두 허위?

'허위의 통신' 조항이 1961년에 제정되고 사문화된 지 근 50년만인 '광우병 정국'에서 일반 시민을 형사소추하는 데 재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필연적이었다. 그들은 법전에서 인터넷을 규정하는 그들의 언어를 찾아내었다. 무엇보다 일반 시민들의 '허위사실유포죄'가 대역죄라는 생각이 그들에게 지배적이었다. 대역죄는 말 그대로 "국가와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을 저지른 죄"로서 왕권을 범하거나 임금을 죽이는 죄이다. 어떻게 감히 정부의 발표 내용과 다른 서술이 인터넷에서 판을 치도록 놔둘 수 있겠는가?

2008년 5월 '광우병 괴담'을 '허위의 통신' 조항으로 형사소추하기 직전에, 법무부는 '광우병 괴담 10문 10답'을 발표하였다. "이런 주장을 형사처벌하겠다"는 암시를 짙게 드리운 이 문답표에는 PD수첩 재판에서 최근까지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서술이 포함되어 있었다. 과학적 진실성과 무관하게, 정부가 특정한 서술들에 대해 '사실'이라거나 '사실이 아니다'고 적시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정부의 의견과 다른 서술이 곧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10문 10답에 위배된 서술로 인해 처벌받은 사례가 없었지만, 대대적인 '괴담 수사' 끝에 "5월 17일 동맹휴업"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청소년이 형사기소되었다. 그는 올해 9월에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당시 동맹휴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3년 간 그가 겪은 고초도 적지 않다. 전 국민이 그의 고초를 지켜보면서 '과학적인 근거가 희박하면' 어째서 불법인지, 광우병에 대한 나의 소박한 의구심을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표현해선 안 되는 것인지, 수많은 '합리적' 의심들도 사라져 갔다. 결국 이 스펙타클한 수사 과정은 국민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였다.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인터넷에 올리면 처벌받을 각오를 하라." 이것이 그들이 그들의 '허위사실'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수년 뒤의 무죄 판결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수사는 지금 이 시점에 발휘하는 정치적 효과가 있다. '위축 효과'이다.

이러한 패턴은 "미네르바" 사건 때도 반복되었다.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한 미네르바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명분으로 구속되고 기소된 사건은 그 대중적인 충격만큼 위축 효과도 대중적이었다. 많은 논객들이 이 즈음 하여 '절필' 선언을 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정부의 발표 내용과 다른 서술들은 '허위사실'이라고 규정해 왔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다른 원인 추정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전쟁기념관에서 담화문을 발표한 다음날, 친구에게 전쟁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청소년을 검찰이 기소한 것도 명확한 정치적인 메시지를 띄고 있었다.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갈수록 상황은 나빠져가고 있었다. 한술 더 떠 얼마전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부기관이 "허위사실"이라고 지목한 게시물을 포털 등에서 즉각 삭제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여 물의를 빚기도 하였다. 사실상 검열이 판을 쳐 왔다.

상황이 말을 만든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정부의 이러한 행태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법리 이전의 문제는 정치성이다. 우리는 '허위의 통신'이라는 죄목 역시 '발명'된 것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 '허위사실'인지는 권력관계 하에서 규정되어 왔다. 다른 죄목 역시 얼마든지 발명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대한민국 검찰은 놀라운 창의성을 발휘해 오지 않았던가. '사이버 모욕죄'의 신설도 또다른 방책이다. 발의된 법안대로라면 사이버 모욕죄 이전과 이후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현행대로라면 대통령이 직접 고소하기 전에는 '쥐박이'라는 별명을 처벌할 수 없지만, '사이버 모욕죄' 이후에는 대통령의 고소 없이도 '쥐박이'에 대해 형사처벌할 수 있다.

결국 싸움은 우리의 몫으로 남는다. 인터넷을 바라보는 우리의 언어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촛불 시위 당시 여성 사망설, 여성 강간설, 전경 이탈설 등 사실이 아닌 루머가 인터넷을 떠돌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럴 때 우리는 그 말이 어떤 상황에서 나왔는지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말이 상황을 만들 수도 있지만, 대체로 상황이 말을 만드는 것이다. 심리학자 니콜라스 디폰조와 프라산트 보르디아는 소문을 '어떤 집단이 모호한 상황에 빠졌을 때 그 상황을 설명하려는 집단적인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심리학자 G. W. 알포트와 L. 포스트만은 소문의 강도는 그 내용의 중요성(impotance)과 불확실성(ambiguity)의 곱으로 나타낼 수 있다고 했다. 전쟁·공황·재해, 정치적 혼란 등 심각한 위기상황에 놓였을 때 사람들은 때때로 강한 불만이나 불안을 느끼기 쉽고, 급변하는 사태에 대비할 확실한 정보가 부족하므로 이와 같은 유언비어에 영향을 받게 된다(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당시 그런 루머가 인터넷에 떠돌았던 이유는, 5월 말과 6월 초까지 계속된 경찰의 무지막지한 진압 때문이다. 대개의 시민들은 처음 경험하는 아비규환 속에서 살인과 강간이 일어났을 법했다고 생각했다. 또한 아무런 죄도 없는 비무장 시민들을, 바로 그들이 세금을 내어 먹여 온 전경 부대가 아무런 동요 없이 잔혹하게 공격한다고 믿을 수 없었다.

거짓말만 나쁜가?

거짓말은 나쁘다. 개인을 사회에서 매장하는 유언비어는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명예훼손' 법리로 충분히 의율되어 왔다. 무엇보다 시국에 대해 거짓말했다는 이유로 국가가 형사처벌하는 것은 인권 침해이다.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했던 프랭크 라뤼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허위의 통신" 조항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의견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단지 그 의견을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누구도 기소 되어서는 안 됩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허위이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저는 언론이 금융기관들을 조사하고 비판하는 데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면 세계금융위기가 완화되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한국정부에 이 법률 조항의 삭제를 권고합니다."

얼마전 대법원이 긴급조치 1호의 유언비어죄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맥락일 것이다.

대중사회에서 우리의 삶은 수많은 허위사실과 루머 투성이이다. 오늘도 증권시장에는 수많은 루머가 떠돈다. 루머를 잠재우는 방법은 해명이다. 사실이 아닌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면 될 일이다. 그 해명이 믿어지지 않는 이유는 불신이 깊기 때문이다. 투명하지도 민주적이지도 않은 국가에서는 사람들이 정부의 해명보다 루머를 더 믿는다. 따라서 인터넷의 루머에 대응하는 우리의 방안은 더 투명하고 더 민주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인터넷에 대한 싸움도 결국 몫없는 자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싸움이다. "허위사실유포죄"에 대안입법은 필요 없다. 폐지만이 답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