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유례를 찾기 어려운 OBS 보도국장 공개 모집은 대주주인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OBS 이사회 의장)의 개입 결과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는 OBS의 소유·경영 분리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백 회장과 박성희 OBS 사장을 둘러싸고 방송 독립성 훼손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OBS는 편성·제작을 총괄하는 방송본부장과 보도조직 실무책임자인 보도국장을 31일까지 공모한다고 밝혔다. OBS는 신임 보도국장의 자질로 '지역 지상파방송 보도의 공정성·공익성·지역성을 이해하고 OBS 보도국원들과 더불어 매체력 향상에 헌신할 수 있는 추진력과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5일 복수의 OBS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OBS 보도국장 공모는 백 회장의 보도국장 인선 개입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희 사장은 내부 인사인 A씨를 신임 보도국장에 임명하려 했으나 백 회장의 반대로 보도국장 임명은 무산됐으며 이에 따라 보도국장 공모가 실시됐다는 것이다. 방송사 대주주가 사장의 인사권을 침해한 사례로 판단된다.

OBS 사옥 전경 (사진=OBS)

이 같은 사태에 복수의 OBS 기자들은 실망감과 무력감을 표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자는 "회장이 대주주인데 보도국장 선임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사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항간에는 (백 회장이)특정 프로그램 사회자를 빼라고 지시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또 "SBS 같은 경우나 다른 민영방송사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나"라며 "기자들 사이에서는 외부 인사를 보도국장으로 들이는 비용으로 일선 기자 두세 명은 더 뽑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과거 OBS는 백 회장의 방송사유화 논란을 겪었다. OBS 사측이 경영위기를 이유로 직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이어가던 2017년, 전국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는 백 회장의 '방송사유화 실태'를 고발한 바 있다. 당시 OBS노조는 백 회장이 임원 월례회의 주재를 통해 프로그램 제작·편성에 관여하고 보도자율성을 침해하는 등 OBS의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백 회장은 OBS 재허가를 앞두고 사측의 부당한 정리해고를 규탄하는 노조 조합원을 만나 "폐업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하는 등 방송사를 소유한 대주주로서 무책임한 경영관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1년여 간 OBS는 해고자 복직, 새 사장 취임, 신규채용, CPS 협상 타결 등으로 정상화 수순을 밟아가는 듯 했다. 그러나 보도국장 인선 개입으로 백 회장이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OBS 독립성을 둘러싼 내·외부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OBS의 보도국장 공모는 지난달 31일 마감됐으며 지원자는 2, 3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OBS는 이번 주 안에 보도국장 지원자에 대한 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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