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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시선] 훈장이 뭐길래, 독립운동가의 명예를 낚아챈 가짜들[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9.05.17 16:51

지난 2018년 10월 16일 보훈처의 국정감사 자리, 더불어 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 바 있는 독립운동가 김태원의 서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벽창 의용단을 조직하여 일경 4명을 사살하고 군자금 모집에 앞장섰던 독립 영웅 김태원 선생, 하지만 알고 보니 김태원 선생은 동명이인이었다. 

현재 서훈을 받은 사람은 대전의 김태원. 그러나 자료를 조사해 보니 벽창 의용단의 김태원 선생은 평북 의주 출생으로 1926년에 사형을 당했던 것이다. 어떻게 돌아가신 분이 1963년에 서훈을 받을 수 있었을까? 이렇게 눈뜨고 코 베이는 것 같은 일이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서훈 과정에서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이와 관련된 우리 사회의 적폐를 꾸준히 다루고 있는 <다큐 시선>이 이번에는 거짓으로 서훈을 받고 독립운동가로 행세하는 건 물론, 비석까지 세워 진실을 호도하고 있는 이 땅의 '가짜 독립운동가'들을 찾았다. 

독립운동가에 수여되는 정부의 각종 훈장과 보상금들, 이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다. 하지만 그 보답이 ‘왜곡’되었다면? 

비석까지 번듯한 가짜들

EBS 1TV <다큐 시선> ‘가짜 독립운동가를 찾아서’ 편

고용진 의원이 제기한 가짜 김태원의 문제를 발견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보훈처이다. 매달 선정되는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김태원 선생. 그런데 선생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던 중 보훈처는 선생의 기록에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아들에게 소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들 측에서는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못했고, 결국 서훈이 취소되었다. 

그런데 이런 사례가 김태원 선생 한 사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임시정부 경무국장을 지내고 1919년 고종의 아들 의친왕 이강을 상해로 망명시키려 했던 대동단 사건의 주모자 중 한 분인 김용원 선생. 대전의 한 공원에 선생의 비석이 세워졌다 하여 찾아간 곳, 그런데 비석이 이상했다. 

분명 뒤에는 김용원 선생의 업적이 새겨져 있는데, 정작 앞에는 이돈직이란 사람이 있는 것이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마치 이돈직의 비석이고, 뒤의 내용은 그 사람의 업적인가 하고 착각할 수 있는 상황. 더구나 김용원 선생의 업적 가운데 이돈직이 김용원 선생의 스승으로 독립 계몽운동에 참여했다고 사실과 다른 내용이 쓰여 있다. 심지어 의병 창의군이었다며 의병 독립운동가의 공적까지 슬쩍 옮겨 써놓았다. 

이렇게 김용원 선생의 업적을 헷갈리게 써놓은 비석에 이어, 또 하나의 비석이 등장한다. 제목은 '기미삼일독립기념비',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거의 역사적 근거가 없는 이돈직 개인의 치적비이다. 다큐 제작진이 문의하자 그때서야 당장 철거하겠다는 관할 구청.

'가짜' 독립운동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EBS 1TV <다큐 시선> ‘가짜 독립운동가를 찾아서’ 편

현재 국가 보훈처가 추산하고 있는 ‘가짜’ 독립운동가는 39명.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 씨는 엉터리, 사이비 독립운동가의 유래를 광복군에서 찾는다. 일본군에서 천신만고 끝에 탈출한 장준하 선생이 몸담았던 광복군 제 3지대는 실제 존재했던 부대였다. 하지만 일본군이었다가 해방 후 떠돌던 이들이 귀국하여 광복군입네 하며 '사이비' 노릇을 하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실제 약산 김원봉 수하의 광복군은 40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광복군으로 포상을 받은 사람은 700여 명에 이른다. 그뿐만이 아니다. 해방 당시에 겨우 13~4살이던 사람이 김구 선생 도장이 찍힌 종이를 들고 찾아와 김구 비서였다며 서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나이도 나이지만, 대놓고 김구 선생 도장을 들고 다닌다면 당장 잡혀 들어갔을 만큼 급박했던 일제 하에선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서훈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들이다. 

앞서 이돈직이라는 가짜 독립운동가의 아들은 내로라하는 건설업체 대표, 그리고 가짜 김태원의 아들 역시 전직 공직자였다. 60년대의 초보적이고 원시적인 행정 과정에서 브로커와 보훈처 직원의 커넥션이 빈번했고, 그 과정에서 마치 돈으로 양반을 사서 행세하듯 그렇게 독립 유공자의 서훈을 돈으로 사는 일도 있었을 것이라 추정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EBS 1TV <다큐 시선> ‘가짜 독립운동가를 찾아서’ 편

김태원의 경우 취소되기 전까지 보상금으로 받은 금액이 4억 5천만 원, 그러나 이 돈은 환수되지 않았다. 국가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35조에 근거하여, 가짜가 밝혀진다 해도 취소와 보상금 반환 요구만 할 뿐 강력한 법적 조치가 없는 것도 이러한 '가짜'의 도발을 조장한다. 즉 설사 가짜로 밝혀져도 손해 볼 게 없다는 심리가 이런 풍조를 부추긴다. 

심지어 후손은 국가에서 서훈을 줘서 받은 건데 이제 와서 취소했다며 외려 보훈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물론 패소했다. 하지만 이에 불복, 유족은 대법원까지 갔다. 최종 패소, 대전 공원에 세워진 비석 앞에는 철거 예정 안내문이 세워졌다. 하지만, 제작진이 찾아가보니 안내문은 사라지고 유족은 자신들이 찾아낸 자료라며 다시 한번 서훈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2018년 국정감사 과정에서 사이비 독립운동가에 대한 질의를 받은 피우진 보훈처장은 '전수 조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다큐 시선> 제작진의 질문에 보훈처는 조사할 '계획'이며, 검증할 ‘예정'이라는 모호한 답을 돌려주었다. 과연, 사이비 독립운동가들은 밝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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