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을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 때문일까? 우리의 모든 일상이 ‘효율’을 위주로 재단되고 있는 가운데, 오늘자(21일) 매경은 사설을 통해 ‘희한한’ 주장을 했다.

매경은 사설 <설 두 번 쇠는 ‘비효율’ 이젠 바꿔야>에서 “이중과세(二重過歲)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은 사실 과거에도 숱하게 제기됐다”며 “신정으로 일원화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또 매경은 “서머타임제 도입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 정도로 고유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논란만을 거듭하며 이 제도 도입을 미루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매일경제 1월21일자 사설.
매경은 ‘이중과세 없애자’는 주장의 근거로 “제야의 종을 치며 새해를 경축하던 일이 한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음력으로 또다시 새해가 됐다며 이렇게 긴 연휴를 보내는 것을 합리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중국을 비롯한 화교권을 제외하고는 음력 설을 쇠는 나라가 없는 게 현실”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휴무일이 늘어 식목일과 제헌절도 공휴일에서 제외하는 판에 이중과세라는 불합리한 관행을 지속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등을 내세웠다.

매경의 이러한 주장은 지극히 ‘사용자적 관점’이다. 사용자적 관점에서는 직장인이 마땅히 쉬어야 할 휴일이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것이 되고, 이런 주장이 ‘선진적인 의식’으로 포장된다.

서머타임제는 또 어떤가. 서머타임(summer time)제는 여름철에 표준시보다 1시간 시계를 앞당겨 놓는 제도다. 일을 일찍 시작하고 일찍 잠들어 등화를 절약하고, 햇빛을 장시간 쬐면서 건강을 증진한다는 것이 이 제도의 도입 취지이자 근거다.

▲ 동아일보 1월21일자 30면.
매경은 “서머타임제도의 유용성은 미국 유럽 등 세계 87개국이 운용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입증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근로시간이 정확히 지켜지는 외국에서나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출퇴근 시간을 정확히 지켜가며 직장생활을 하는 집단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러한 상황에서 “아침에 1시간 일찍 일어나 저녁때 1시간 일찍 간다”는 서머타임제의 취지는 “아침에 1시간 일찍 일어나고 저녁때 더 늦게 퇴근한다”로 변질될 게 뻔하다.

결국 오늘자 매경 사설의 주장대로 하자면, 우리나라 직장인은 설날에 쉬지 말고 평일 아침엔 1시간 일찍 일어나서 ‘죽도록’ 일하자는 건데 이게 과연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될까. 아무리 이명박 정부가 '친기업'을 표방했다고 하지만 이에 편승해(?) 설날까지 일하자는 매일경제의 '노동철학'은 과연 무엇일까.

“한국인들은 매사에 서두르며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걱정스럽다. 맹목적으로 일에만 치중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과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소중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

오늘자(21일) 동아일보에 실린 세계적인 시간관리 전문가 하이럼 스미스(65)씨가 한국인의 시간관리 성향에 대해 언급한 발언 가운데 일부다. 그는 미국의 국부 중 하나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평생 메모 습관에서 착안한 시스템 다이어리 ‘프랭클린 플래너’의 개발자.

전 세계 100여 개국 3000여만 명이 사용하는 프랭클린 플래너 개발자 스미스씨마저 “맹목적으로 일에만 치중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과 거리가 멀다”고 얘기하는 판국에 매경은 설날까지 일하자고 주장한다. 맹목적인 건지 아니면 '친기업의 극한'은 이런 거라는 걸 보여주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매경이나 그렇게 하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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