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편성채널 사업자 승인을 위한 심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종편 심사위원회 구성은 파행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종편 선정 일정을 정하는데도 파행이었다.

방통위의 그동안 관례대로 한다면 방통위원 중 1인이 위원장을 맡는 심사위원회 구성이 맞다. 얼마 전 지상파 재허가 승인 심사위원장을 야당 추천 방통위원인 이경자 부위원장이 맡아 진행한 바 있다.

종편사업자 선정, ‘공정성 시비’, ‘특혜 시비’ 차단을 위해선 야당 추천 방통위원이 종편 심사위원장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과 언론시민단체에서는 종편 도입의 밑바탕인 미디어법에 대한 자율적인 위헌성 해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으로 야당 추천 방통위원이 심사위원장을 맡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물론 절대다수라는 힘의 우위로 종편을 밀어붙였던 정부 여당 추천의 방통위원들이 심사위원장을 야당 추천 방통위원에게 내줄 리는 만무하다. 문제는 정부 여당 추천의 방통위원 중 심사위원장을 맡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방통위가 사업자 신청서까지 접수 받았지만 이를 저울질할 심사위원장 선임이 난항일 수밖에 없다. 정부 여당 추천 방통위원 중 부적격자를 추려보면 모두가 해당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성공적인 종편 선정을 바란다면 야당 추천 방통위원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3인의 정부여당 추천 방통위원이 벌여놓은 일에 다른 사람의 손이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이들 3인은 공정성 시비, 특혜 시비를 해소시키기는커녕 오히려 키울 공산이 크다. 간단히 핵심만 요약 정리해 보면 이렇다.

최시중 위원장은 동아일보 출신이다. 송도균 상임위원은 중앙일보 출신, 형태근 상임위원은 돈이 오고간 부적절한 외부강연의 인물이다.

3인의 정부 여당 추천 방통위원 사이에서 야당 추천 방통위원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는 방향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고 한다.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심사위원 전원을 외부인으로 구성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득보다 실이 많다.

우선,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종편 도입이 정부 여당 추천 방통위원의 개인적 이해와 무관하지 않았다는 것을 시인하는 셈이 된다. 즉 선정 결과에 대한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종편 추진 과정이 정부 여당 추천 방통위원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결과다.

또한 방통위의 합의제라는 기틀도 훼손되게 된다. 방송계 관계자는 “유 불리에 기초해 심사위원회 구성에서 야당 추천 위원을 배제하는 것은 합의제라는 방통위 성격을 깨는 것”이라며 “소수정당 추천의 방통위원은 의결 행위라는 단 한번 과정 밖에 참여하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번 종편 및 보도채널사업자 심사에 유래 없이 과락이라는 기준을 도입했다. 전체 총점의 80% 미만 점수를 받거나 19개 심사항목과 6개 세부 심사항목 중 어느 한 항목에서라도 각 70%, 60% 미만의 점수를 받으면 탈락하게 된다는 심사 기준이다.

과락은 통신 쪽 승인 심사에서 사용되던 기준이다. 공익성과 공공성을 높이 평가해온 방송 쪽에서는 과락이라는 기준이 없었다. 또한 규제기관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방송사업자 승인 및 재승인 심사 기준에 과락을 적용하지 않았다.

과락이 승인심사에 적용됨에 따라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도 과락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과락이 종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상파방송사 등 기존 매체에 적용될 가능성이다. 이 경우, 방송사업자의 존폐를 결정할 규제기관의 수단은 강화된다.

또한 과락이라는 심사기준이 미칠 이번 종편 선정 결과도 관심사다. 방통위는 엄격한 심사기준을 도입했다면서도 기준을 충족한 사업자에게 모두 사업권을 주겠다고 한다.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모두가 될 수 있고 하나도 안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절대평가라는 기준에 과락을 더했다’라는 얘기로 해석된다. 과락 적용의 결과,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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