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본 의원(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원안대로 의결하고자 하는데 이의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지난달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종교인의 퇴직소득 과세 범위를 줄이고 기존 납입분에 대해 환급받을 수 있게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이견없이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는 민주당의 강병원·김정우·유승희·윤후덕 의원, 자유한국당의 권성동·김광림·이종구·추경호 의원, 민주평화당의 유성엽 의원 등 10명이 발의자로 참여했다.

해당 개정안은 종교인 과세가 시작된 2018년 1월 1일 이후부터 종교인의 근무기간을 따져 퇴직금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과세 시행에 따른 종교인 간 형평성을 고려하고, 과거 공무원 등의 경우에도 과세 시행일 이후를 기준으로 퇴직금을 따진 선례에 비춰 퇴직금에 대한 과세 기준일을 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당장 종교인 과세 시행 1년여만에 후퇴 법안이 나왔다는 지적과 함께 조세 정의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과 정부가 종교단체의 표를 의식해 개정안 통과를 서두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국납세자연맹과 종교투명성센터 회원들이 종교인과세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청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종교인 과세를 강화를 주장해 온 안기호 목사는 3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중요한 것은 성직자들은 지금까지 일반 국민들과는 달리 비과세혜택을 받아왔다는 것"이라며 "이런 악법은 절대 통과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 목사는 "특혜를 받아온 사람들에 대해 바로자하는 것인데 이제부터 시작하니까 옛날 것은 못내겠다고 하는 건 맞지 않다"며 "성직자들은 근로소득 자체를 아예 안 내왔던 분들이다. 그런 특혜를 받아놓고 지금와서 형평성 있게 하자는 주장은 앞뒤가 안맞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종교인 과세의 경우에도 종교인의 소득은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있다. 기타소득은 필요경비를 적게는 30%에서 최대 80%까지 인정받을 수 있어 근로소득에 비해 세금을 적게 낸다. 아울러 종교활동비로 처리되는 금액도 비과세처리되며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조사는 제한된다. 종교인들은 이전에는 세금을 아예 내지 않아왔고, 지금도 소득의 상당부분에 대해 비과세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해당 개정안이 대형 종교단체만 혜택을 보는 특혜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 목사는 "사실 소형교회에 소속된 대부분의 성직자들의 경우 교회가 정상적으로 적립한 퇴직금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대형 종교단체들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만큼 적게는 수십억부터 많게는 수백억 원까지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일부 욕심많은 대혁교회 성직자들에 혜택이 돌아가는 특혜법"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달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5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오른쪽부터)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홍남기 부총리,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종교인 과세와 관련한 정치권의 종교계 감싸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시작된 종교인 과세의 경우 2015년 시행령이 마련된 뒤에도 2년이 유예됐고, 2017년에는 김진표 민주당 의원 등이 2020년까지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자는 법안을 발의해 비판받기도 했다. 2018년부터 시행된 종교인 과세도 정부 심의 과정에서 종교활동비를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유명무실'한 과세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재 정치권과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종교단체의 표를 의식해 개정안 통과를 서두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이번 종교인 퇴직금 소득세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은 6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2일 종교인 퇴직금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발생한 모든 퇴직금에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반대 응답이 65.8%로 높게 나타났다. '찬성'은 20.9%, '모름/무응답'은 13.3%였다. 모든 이념성향, 정당지지층, 지역, 연령에서 종교인 퇴직금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여론이 대다수이거나 우세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지지자 및 진보층의 반대 여론은 각각 70%를 넘어섰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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